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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cos Feb 20. 2022

[북리뷰]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 바츨라프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익숙했던 통념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숫자가 주는 의미를 통해 현대세계를 읽어내는 점이 특징적이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로 GDP가 아니라 유아사망률을 들었다. GDP는 경제적 양극화 상황임에도 특정 집단서 많은 부를 창출해도 상승하게 끔 돼 있는 반면, 유아사망률은 양질의 생활을 위한 사회적 보장 및 인프라 등이 충족되지 않고는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GDP가 세계 5위 안에 들어도 유아사망률이 중진국 수준인 점은, 그만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고 일부 국민들은 의료 접근성이 열악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최근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는 무탄소 청정에너지 실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얘기한다. 현재의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준으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등을 운영하려면 관련 기자재를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화석연료가 배보다 배꼽이 클 정도로 상당한 점이다. 더구나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기술로는 투입 자원대비 수율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전기차 또한 전통적인 차량 생산하는 것에 비해 중금속을 더 많이 사용하여 3배나 많은 독성을 남긴다고 한다. 또한 충전하는 데에 사용하는 전기의 60%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물론 전기차는 무탄소 시대를 위한 시대적 흐름이긴 하나 급진적으로 바꿔가기엔 아직 기술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을 위해서는 세계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성취할 가능성이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현대 문명의 주된 자원들인 암모니아.강철.시멘트.플라스틱들의 수급은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생산하여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신흥개도국의 발전으로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충족하려면 신속히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 화석연료를 논하지 않고선 대체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로 떼워서 될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1차에너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경학자라 그런지 환경에 미치는 문제는 잘 파악하긴 했는데 대안이 뚜렷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책의 한 꼭지에 핵발전 관련 폐기물 저장과 개량 원자로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현실적인 방향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탄소중립에 있어 절대가치라 여겨졌던 신재생에너지 만능론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그의 통찰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내의 현실을 보면, 국가의 근간이 될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 원전의 가동률을 고의로 줄여놓고선 경제성이 없다하여 가동 중단하고, 간헐적으로 움직이는 신재생발전의 발전용량을 엉터리로 산정하여 미래의 대안이 되는거 마냥 침소봉대 하여 밀어붙이는 어거지 정책은 잠깐의 눈속임은 될지 몰라도 결국 사후에 탈이 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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