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모환 선인장의 꽃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by choy
작년 늦여름 자기 몸의 몇 배나 큰 꽃을 피운 나의 옥상의 조그마한 단모환 선인장


나의 첫 글에서도 보였듯이, 나는 선인장을 참 좋아한다. 선인장은 그냥도 아름다운데, 꽃을 피우면 더 아름답다. 꽃을 피우는 선인장은 참 많은데 나는 그중에서도 단모환의 꽃을 참 좋아한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몇 배나 되는 꽃을 너무나 아름답게 피워낸다. 어찌나 온 힘을 다했는지, 꽃이 핀 자리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짰다는 듯이 쪼그라들어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애석하게도, 이렇게 온 힘을 다해 핀 꽃은 하루의 시작에 피기 시작하여 그날 저녁이면 지고 만다. 단모환은 하루 동안 저 꽃을 피우기 위하여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운 것이다.


너무 기특하고 이뻐서 말이라도 통하면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주고 싶은데, 그 말이 쑥스러워서 속으로만 칭찬을 해줬다.


그리고 노란색 알갱이 영양제를 뿌려준 뒤, 꽃을 *떼어줬다. (*선인장 꽃이 핀 후 씨앗을 받기 위해 수정을 할 목적이 아니라면, 시든 후 바로 떼어주세요. 선인장은 끝까지 꽃을 유지하려 성장을 멈추고 영양을 꽃으로 보내요.)


요즘은 수고했어, 고생했어, 보고 싶어, 사랑해라는 말을 참 아낀다. 짧은 저 한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너무 많은 감정이 소비되나 보다. 그리고 그때 말해주지 못한 걸 나중에 후회한다.


나에게 오자마자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여준 단모환 선인장 꽃을 며칠 전 잃어버렸다. 비 오는 날 비 보약 맞춰주고 해 쨍쨍한 날 오랜만에 햇빛을 보여주려 잠시 집 앞에 내놓았는데 단모환의 귀여움에 반한 누군가가 들고 갔다.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고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생각이나 고생을 했다. 올해 또 저 꽃이 피면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더 속상했던 것 같다. 누구보다 단모환의 꽃을 좋아해 주고 저 꽃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들이 이제 내 주위에 많아졌는데..


훔쳐간 사람을 원망하진 않는다. 제대로 두지 않은 내 잘못이다. 올해 꽃 피우면 수고했어 힘들었지 이제 좀 쉬어라고 제대로 말해주려고 했는데.. 작년에 그 말을 하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이다.


그렇기에 지금 와서야 후회를 한다. 또 이렇게 작은 선인장 하나가 나를 가르친다. 다음부턴 늦기 전에 말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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