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도 꽃은 핀다

메마른 땅 위에 핀 선인장 꽃

by choy
나의 비화옥 선인장 꽃 (사진: 나)


항상 푸르던 초원에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급격히 말라버렸다.


목이 마른 식물들은 가끔 내리는 비로 살아남으려 발버둥 쳐보았으나, 반복되는 가뭄에 결국 푸르던 초원은 사막이 되었다.


사막이 된 초원에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지 않아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않게 되었고, 이제 식물이 자라지 않아 초원에는 구름도, 어느 생명도 찾아오질 않는다. 사막은 더 깊숙이 말라간다.


비가 한참 동안 내리지 않으면 사막은 더 이상 비를 기대하지 않게 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다시는 푸른 초원이 될 수 없는데 말이다.


어쩌다 그 메마른 사막에서 싹이 텄다. 가시 돋친 선인장의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웠다.



나의 흑룡각 꽃 (사진: 나)



깊게 메마른 사막에 다시는 보지 못할 것만 같던 생명이 싹을 틔웠다. 저 생명은 사막 이전 초원이었던 시절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식물이었다. 자신을 보호하려 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감싸고 있고, 다른 식물들과 달라 물을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이제 사막은 포기했던 비를 원한다. 자신의 땅에 우연히 자리 잡은 저 새로운 생명이 죽지 않고 살아남길 간절히 바란다.


선인장은 아무 영양도 없는 모래 속에 뿌리를 내리고서는, 누군가에겐 흔하디 흔한,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빗물을 간절히 기다린다.



나의 단모환 선인장 꽃 (사진: 나)


선인장은 버티고 버텨본다. 그리고 결국 보란 듯이 선인장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을 피운다.


우연히 마주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 그리고 언제 내릴지 모를 단비를 같이 기다려준 어쩌면 자신보다 더 목이 말랐을 사막을 위하여.


그리하여 나는 메마른 사막과 같은 마음으로 힘겹게 핀 선인장 꽃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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