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기쁨과 슬픔

장미 한 송이가 주는 큰 위로

by choy
지난 5월 옥상이 피워준 한 장미 한 송이


작년 봄에서 한겨울 직전까지는 출근 전 새벽에 옥상에 가 물을 주고 식물을 살피고, 퇴근 후 집에도 들리기 전에 옥상에 가 다시 물을 주고 식물을 봤다.


그렇게 많게는 하루에 4-5번씩 옥상에 왔다 갔다 하니, 옥상이랑 정이 들었는지 슬픈 일이 있으면 그렇게 옥상에 가서 노래도 듣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한 여름엔 모기에 너무 물려 모기 패치까지 붙이고 울었다. 그래도 좋았던 게 내가 기른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옆에 있고, 날이 좋은 날에는 달이 너무 잘 보여서 그거 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짓을 작년 한 여름부터 정말 추워서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겨울까지 자주 반복했다.


작년 여름 나의 옥상모습


올해부터 건물 사정으로 옥상에 식물을 키울 수 없게 되어, 이제 옥상에는 내가 쓰던 빈 화분 몇 개와 기존 화단에 심어진 배롱나무와 장미 몇 줄기가 애처롭게 남아있다.


몇 주 전 조금 속상한 일이 있어 조용히 옥상을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슬프고 속상한 일들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찾아온다. 더 이상 식물이 없고, 빈 화분과 흙만 널브러진 옥상에 가고 싶지 않아 안 간 지 꽤 오래됬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옥상으로 가고 싶었다. 오죽했으면 싶었다.


비가 조금씩 오는 날이었고 해가 거의 질 때쯤이었는데 옥상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면 화단에 정말 누가 놓고 간 듯이 장미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마치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허허벌판 화단에 정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피워줬다.


빨간 한 장미 한 송이 위로


울컥하고 답답했던 가슴이 갑자기 뻥 뚫리진 않았지만, 장미를 가만히 쳐다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속상한 일을 잠시 잊을 순 있었다. 마음도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사진을 찍고 정말 한참 쳐다보다 비가 갑자기 쏟아져 내려 집으로 왔다.


장미 한 송이가 뭐라고 위로를 하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항상 행복하고 기쁜 일이 가득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장미 한 송이라도 있는 게 어딘가 싶다.


결국 힘들고 슬픈 일은 지나가고, 다시 기쁜 일이 오면 웃을 것을 잘 아니까. 잠시 장미 한 송이를 만난 그날의 기억으로 버텨보는 것이다. 다시 행복할 그때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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