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기다림이라는 것은 참 힘들다.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기다림은 더 힘들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은 나를 지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기다림이다. 씨앗부터 발아까지 기다려야 하고, 발아를 한다면 이제 새싹이 식물의 형태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겨울이나 한여름은 쉬어간다. 그러다가 실수로 어린 새싹이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려워 우리는 보통 꽃시장이나 꽃집에서 이미 키워진 화분을 산다. 그렇다고 해서 기다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식물이 자라 꽃을 피우거나 새 잎이 나는 것을 기다린다. 때 맞춰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고, 관심도 주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물은 새 잎을 내주고, 새 꽃을 피울 봉우리를 준비한다.
씨앗부터 키웠던, 꽃집에서 사 온 화분이던 내가 기른 식물들은 매일 자랐을 텐데 나는 몰랐다.
하루하루 잎이 자라지 않아 조급했고, 언제 꽃이 피나 혹여 꽃이 안 피면 어떡하나 매일 걱정했다. 쓸데없는 걱정들로 나의 정신과 시간을 낭비했다. 아마 나를 바라보는 식물들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식물이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때가 되니 새순이 났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졌다.
식물도 사람도 어떻게든 매일 자라고 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식물에게는 열심히 물을 주고, 해를 보여주면 그에 보답하듯 꽃과 열매를 보여준다.
나의 삶에도 열심히 물을 주고 해를 보여주면 꽃을 보여 줄 것이다. 지금은 줄기 아래 꽃봉오리가 보이지 않을 뿐이지 결국에는 올라오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