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콩나물국
글로 쓰는 살림이야기
가을인데 왜 이렇게 덥지? 덥다, 덥다 하다가 갑자기 날씨가 확~! 추워졌어요.
가을이란 계절을 떠나보낼 여유도 없이 겨울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우리의 밥상에도 따끈한 국물이 절실해져요. 저는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어린 시절 친정엄마가 끓여주셨던 "김치콩나물국"이 생각납니다.
새콤하면서 얼큰하고,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김치콩나물국
학교 가기 전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후루룩~ 먹고 가면, 그 뜨끈한 온기가 배속 가득 전해져 하루종일 따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추운 겨울이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김치콩나물국을 자주 끓입니다. 오로지 저를 위해서 끓였는데, 어느새 아들의 소울푸드가 되었어요. 고학년이 되니 매운 음식도 곧 잘 먹기 시작하면서 김치콩나물국의 진가를 알아주더라고요. 김치콩나물국을 끓인 어느 날, 아들이 말합니다.
- 엄마, 엄마는 김치콩나물국을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 난 엄마가 끓인 국 중에 김치콩나물국이 제일 맛있어!
- 그래?, 엄마도 어렸을 때 이 국을 제일 좋아했어. 새콤하고 얼큰하고, 뜨끈하고 시원해서.
- 응. 맞아! 그래서 맛있어. 근데 내가 나중에 커서 엄마랑 같이 못 살게 되면, 엄마가 나중에 죽고 없으면 이 국을 먹을 수가 없는 거잖아. 갑자기 슬퍼져... 내 노트에 김치콩나물국 만드는 법을 적어놔야겠어.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야?
김치콩나물국 하나에 엄마가 죽고 없는 것까지 생각하다니... 진정 소울푸드가 맞구나.
만약에 엄마가 없으면 엄마가 끓인 김치콩나물국을 다시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중에 자기가 직접 끓여 먹겠다며 노트를 가져옵니다. 글씨 쓰는 걸 정말 싫어하는 아들이다 보니 글씨가 참...
대충 받아 적더니만, 저의 비법인 중요포인트는 다 빼먹었어요.
저도 결혼을 하고 신혼 때 김치콩나물국을 몇 번 끓였는데,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친정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의 비결은 '고향의 맛, 쇠고기 다시다'였습니다. ^^;;
신혼 때는 건강하게 먹겠다며 조미료를 넣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저도 가끔 씁니다.
그래야 그 맛이 나더라고요. 대신 다시다가 아닌 천연 조미료 참치액을 써요.
국물요리엔 역시 참치액이 들어가야 국물의 깊은 맛을 살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치콩나물국은 가성비가 참 좋은 국입니다. 잘 익은 김치와 만만한 식재료인 콩나물만 있으면 완성되니까요. 김치는 항상 집에 있으니 콩나물만 한 봉지 사면 금방 끓일 수 있어요. 더욱이 요즘엔 코인 육수가 생겨서 기본베이스인 육수를 따로 낼 필요 없이 15분가량이면 국 하나를 후딱 끓일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끓일 수 있지만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아들과 저의 소울푸드는
김치콩나물국입니다.
아들아, 엄마의 비법을 다시 보거라.
김치콩나물국을 더 맛있게 끓이는 저만의 비법은, 김치국물과 후추예요.
물론 참치액으로 간을 맞추지만 김치국물을 좀 넣어줘야 잘 익은 김치의 새콤한 국물맛이 살아나고,
마지막에 후추를 톡톡톡 넣어줘야 더 개운한 맛이 납니다.
(고춧가루는 텁텁해져서 넣지 않아요)
- 육수재료 : 물 1000ml, 코인육수 4알, 다시마 1장(사방 10cm 정도)
- 본재료 : 김치 한 컵, 콩나물 한 두 줌, 마늘 1 티스푼, 김치국물 1 국자, 참치액 1스푼, 대파반대, 후추 톡톡톡.
① 물 1000ml에 코인육수 4알, 다시마 1장(사방 10cm)을 넣고 끓입니다.
② 물이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김치한컵/콩나물 1~2줌/간 마늘 1 티스푼/김치국물 1 국자를 넣고 끓여요.
③ 또다시 물이 끓으면, 참치액 1스푼을 넣어 간을 맞추고 10분~15분가량 끓입니다.
④ 마지막으로 대파반대를 쫑쫑 썰어 넣고, 후추를 톡톡톡 뿌리면 완성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밥 차리는 주부의 끝없는 고민. "오늘 뭐 해먹이지?"
(주부입장에선 '뭐 먹지'가 아닌, '뭐 해먹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