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수면독립이 되지 않아 오빠와 한 방에서 자는 초등학생딸이, 어제는 웬일로 혼자 자보겠다며 당당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무서움에 대비해 오빠방바닥에 요를깔아놓은 채.
그러나예상대로,
새벽에 베개와 이불을 싸들고 오빠방으로 건너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얼마 안 지나 안방으로 와서 엄마 얼굴 한번 쳐다보고(모른 척), 손이 건조해 간지럽다며 로션 한번 바르고, 그래도 간지럽다며 약을 발라달란다. 휴... 새벽 내내 이러느라 딸도 나도 잠을 푹 못 잤다. 결국 딸은 아빠가 출근 준비하는 사이 내 옆자리로 와 잠이 들었다.
어쩌면 딸은 엄마와 함께 자고 싶었나 보다. 작년에서야 겨우 아이 둘을 떼어놓고 남편과 한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는데, 딸은 어떻게 하면 엄마랑 잘 수 있을까 매번 타이밍을 노린다. 아빠가 늦게 와 엄마 옆자리가 비었으니깐, 감기 걸린 것 같으니깐, 크리스마스니깐, 자기 생일이니깐, 이러니깐, 저러니깐, 깐깐깐... 딸의 핑계를 눈감아 주며 같이 자기도 하지만 이러다 영영 수면독립이 안될까 싶어 그 타이밍을 열심히 쳐냈다.
한번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딸인데 로션 발라줬으니 이제 가서 자라, 약 발라줬으니 이제 가서 자라,
그랬음에도 엄마 곁으로 와 겨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을까' 짠한 마음이 앞선다. 나중엔 이런 시간들도 그리워지겠지?
그런데!!!
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으면서 왜 등 돌리고 자는 건데?
등 돌린 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내 서운하다.
서운한 감정이 몰려옴과 동시에,
왜 지금 이 타이밍에,
뜬금없이너의 사춘기가상상되는 걸까?
왜상상만으로도 벌써 맘이아파오는 걸까?
오히려 사춘기 초입에 있는 아들은 친구에연연하지 않아서인지 반항심도 귀여운 수준인데, 친구를 좋아하는 딸의 사춘기는 분명 다르겠지? 엄마인 나보다 친구들을 더 많이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