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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맑음 Mar 14. 2024

[내 맘대로 시] 나에게 등 돌리지 말아 줘

딸을 향한 시 한 편

딸을 향한 시 한 편


나에게 등 돌리지 말아 줘


지금은 네가 나를 한 없이 바라보지만

언젠간 내가 너를 한 없이 바라보겠지.


우리 다시, 서로 바라보며

눈 마주치는 그날


우리 다시, 껴안으며

친구처럼 마음 나누는 그날


맘껏 웃고

맘껏 사랑하자.


네가 부린 투정 난 다 잊을 테니,

이것만 기억해 줘.


난 변함없이 계속

 응원하고 있었어.



by. 써니 / 24.3.14




아직까지 수면독립이 되지 않아 오빠와 한 방에서 자는 초등학생딸이, 어제는 웬일로 혼자 자보겠다며 당당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무서움에 대비해 오빠방바닥에 요를 깔아놓은 채.


그러나 예상대로,

새벽에 베개와 이불을 싸들고 오빠방으로 건너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얼마 안 지나 안방으로 와서 엄마 얼굴 한번 쳐다보고(모른 척), 손이 건조해 간지럽다며 로션 한번 바르고, 그래도 간지럽다며 약을 발라달란다. 휴... 새벽 내내 이러느라 딸도 나도 잠을 푹 못 잤다. 결국 딸은 아빠가 출근 준비하는 사이 내 옆자리로 와 잠이 들었다.


어쩌면 딸은 엄마와 함께 자고 싶었나 보다. 작년에서야 겨우 아이 둘을 떼어놓고 남편과 한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는데, 딸은 어떻게 하면 엄마랑 잘 수 있을까 매번 타이밍을 노린다. 아빠가 늦게 와 엄마 옆자리가 비었으니깐, 감기 걸린 것 같으니깐, 크리스마스니깐, 자기 생일이니깐, 이러니깐, 저러니깐, 깐깐깐... 딸의 핑계를 눈감아 주며 같이 자기도 하지만 이러다 영영 수면독립이 안될까 싶어 그 타이밍을 열심히 쳐냈다.


한번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딸인데 로션 발라줬으니 이제 가서 자라, 약 발라줬으니 이제 가서 자라,

그랬음에도 엄마 곁으로 와 겨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을까' 짠한 마음이 앞선다. 나중엔 이런 시간들도 그리워지겠지?


그런데!!!



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으면서
왜 등 돌리고 자는 건데?


등 돌린 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내 서운하다.


서운한 감정이 몰려옴과 동시에,

왜 지금 이 타이밍에,

뜬금없이 너의 사춘기가 상상되는 걸까? 

 상상만으로도 벌써 맘이 아파오는 걸까?


오히려 사춘기 초입에 있는 아들은 친구에 연연하지 않아서인지 반항심도 귀여운 수준인데, 친구를 좋아하는 딸의 사춘기는 분명 다르겠지? 엄마인 나보다 친구들을 더 많이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아리다.


이 아침 딸의 사춘기를 생각하며, 

상처받을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래도 엄마는 변함없이 계속 너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사춘기가 지난 어느 날 딸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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