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무 Sep 06. 2023

오랜만에 복귀

마흔 새로운 시작

마흔이라니...

까마득할 줄 만 알았던 40이라는 나이. 아직 20대 대학교 입학했을 때가 생생한데 그게 벌써 20년이라니 세월이 새삼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은 했지만 5월에 새로운 전임의들이 들어오고 적응하고 8월이 지나가니, 이제 어느정도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서 다시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인력이 부족했던 1,2월부터 6월까지는 거의 일에 매달려 있어 시작한 새로운 일들을 잠시 내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의 근황을 좀 정리하자면, 

모시던 교수님의 어머님이 입원하셔서 돌아가실때까지 올해 초까지 정신이 없었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시는 데다가 사모님이 간병을 하시거나, 하나하나 신경쓰시는게 눈에 보여서 장례식 마칠때까지도 새벽에 나와있을 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연세에 비해 병원에서 잘 치료 받으셔서 돌아가실 때도 편안히 가셨다. 그동안의 고생이 아깝지 않을 만큼.... 물론 전임의 때는 교수님 아버님, 이번에는 어머님까지 모두 장례를 치렀고 고생했다고 해주시니 나름 제자로서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학회일을 좀 시작했다. 간사로 들어갔고, 1년간 외상팀이라고 눈치 밥 먹던 것도 없고 이제 학회도 자유롭게 다니고 나만의 연구도 시작했다. 이제 더이상 입원전담의라고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고, 학회 연자나 좌장도 맡기 시작했다. 사실 올해 가장 잘한 것은 ChatGPT강의를 시작한 일이다. 3월부터 거의 매달 한번씩은 하고 있고, 덕분에 최신업데이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잘 쓰지 않고 있기에 기초부터 떡밥을 날리며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나름 의학쪽에서는 반 전문가 취급을 받기도 하고, 모르던 인공지능연구자들도 많이 알게되어서 (물론 SNS 상) 기뻤다. 

지금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이 되어야 이런 일도 계속하는데, 다시금 집도를 하는 임상의로 사는 것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고 있다.


수술도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대에 계신 선배님이 혼자서 힘들게 하고 계셨는데, 자문의로 등록을 해주셔서 시간날때마다 생체간이식과 뇌사간이식을 함께 하고 있다. 여전히 본원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수술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다년간 수술을 했어도 몇년간 손을 놓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수술 영상을 계속 보고, 잊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지난 2달간은 거의 매주 이식이 있어서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해보고 경험을 쌓았다.

다행인건 그동안의 짬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기억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케이스가 잘 되었고, 혼자서 많은 부분을 할 수있음에 기뻤다. 물론 금전적인 보상도 정당하게 받고 있어서 가계에도 도움이 되었다. 위에서 얘기한 강의도 사실 가계에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를 조금 더 찾아보고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 말하긴 그렇지만, 대출도 받고 아내의 적극적인 의지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사업이든 뭐든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말이 맞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금문제나 여러가지 사업에 필요한 지식들을 부딛혀가면서 배우고 있다. 잘 되면 이런 일을 여러가지 해서 50세 이전에 자유를 달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투자는 잠시 접었지만 예전에 해둔 것들이 아직 잘 버티고 있어 쏠쏠하게 소박하게 벌고 있었다. 조금더 여유가 생기면 더 투자해보고 싶지만, 사실 요새는 조금 쪼들리고 있어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만큼 당분간은 캐쉬플로우를 만드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앞으로 해야할 게 많다. 글쓰기도 다시 시작하고, 내년 펠로우들이 들어올 때면 다시 일에 매여있을 테니 지금 부터 2월까지 많은 일들을 정리해야한다. 빚쟁이 처럼 쫒기고 있던 논문들을 정리해야하고, 연구비도 정리해야하고, 그 와중에 새로운 일들을 계속 벌려야 한다. 지금 정도의 여유만 있고, 체력적으로도 잘 버텨주길


40대에 새로운 시작이라...그렇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0년 동안 외과의사로서 살아왔다면, 사업과 인공지능, 그리고 여러가지 멀티페르소나를 가진 나로서의 삶을 시작해봐야겠다.


스스로에게 건투를 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운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