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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Jun 28. 2024

괴목 삼거리 : 사라지는 추억

버스를 기다리다가

느티나무 괴(槐) 자와 나무목(木) 자를 사용하는 지역명, '괴목'(槐木).

남원 방 씨와 나주 임 씨가 자리 잡고 살기 시작해 느티나무 아홉 그루를 심어서 '구나무'라 불리며 홍수가 있을 때마다 나무 덕분에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괴목.

사람들이 넘쳐나던 시절이면 5일장에 사람이 가득했던 괴목은 이제는 유명했던 장터의 흔적만 남아있고 그 옆에 몇몇의 이름난 순대 국밥집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구례와 괴목.

가깝지만 다른 행정지역.

오일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길도 낮잠을 잔다.

열린 문 사이 오래된 1인용 소파 두 개 위에 구겨진 듯 누워 자는 할머니, 드문드문 한가로이 멈춰서는 분홍색 마을버스와 상주하는 개인택시는 3대.

젊은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꼬부라진 허리를 다 펴지 못하며 장을 보는 할머니와 길 한가운데를 중앙선 따라 기우뚱 거리며 자전거를 움직이는 할아버지.

삼거리 상행과 하행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머문다. 7대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하루종일 돌아가며 마을을 돌고 돈다. 상행에서 타도, 하행에서 타도 번호가 다르면 같은 곳을 갈 수 있다.


그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는 버스를 타고서는 목적지를 찾아가기 힘들다.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없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와 바쁘게 물건 정리하는 중년의 사람들.

조용하기만 한 버스정류에서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건을 팔고 난 뒤, 버스를 기다리는 의자에서 돈을 세어보는 할머니, 그 옆에서 돈을 세는 할머니를 걱정하는 중년의 여자. 결국 그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이동했다.


괴목 나들이, 한 달쯤 되었다.

대부분 자가용으로 다니다가 오늘 처음 버스로 움직여 볼까 해서 마을버스도 타고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낮잠을 자고 있는 거리만 보였다.

아침나절에는 조금 바쁘지만 점심이 지나면 깊은 잠에 빠져버리는 건물만 남았다.

슬프다.


꼬부라진 노인들마저 사라지면 거리는 누가 채워지지.

버스도 사라져 가고 사람도 사라져 가고 누가 남을까.


커피숍에는 중년의 사람들만 가득하다.

새로운 얼굴의 내가 돌아다니니 여행객인 줄 안다.

반가워하는 가게 주인의 미소가 머쓱해진다.

밤이 되면 얼마나 조용해질까.

가로등의 불이 꺼지면 고양이만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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