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머스캣 Feb 27. 2024

[책과 삶] 사실은, 많이 지쳐있습니다.




 이런 제목의 책들이 서점에 가득하다. 위로를 하려 시도하는 수많은 책들이 수북히 쌓인 매대를 바라볼 때면 나만 마음이 어수선한 것은 아니구나,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찾는구나 하며 안도하곤 한다. 이 책은 읽은지가 조금 된 책인데 기록을 늦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어줍잖은 위로나 인생의 조언을 하려는 책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는다. 또, 솔직히 말하면 위로하는 책이 쌓여있는 서점 코너에 오래 어슬렁 거리는 것도 왠지 부끄럽다. 유약한 사람인 것이 티가 날 까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을 집어 들었던 이유는 제목 그대로, 많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은 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과부하'에 초점을 맞춰 그것의 형체를 글로 마음속에 가시화시키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 "과부하가 극심해지거나 지속될 때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막아주면 큰 도움이 된다. 때로는 과부하에 걸린 사람에게 '이 상태가 과부화된 모습'이라고 인지만 시켜줘도 훨씬 낫다."


 저자가 극심한 과부하에 시달릴 때 누군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주고 말없이 안아준 경험에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남에게 절대 알리지 않는 사람이다. 내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남에게 기대는게 참으로 어색하다. 그래서 내 가까운 대부분의 사람들조차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굳세고 야무진 사람으로만 안다. 그런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말을 해야 나의 고립감과 과부하를 보듬어주고 손을 내밀어줄텐데,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과 연대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마음과 몸이 따로 놀고 있다.




- "물론 누구나 최선의, 최악의 가정교육을 겪는다. 두 가지가 통합되어 우리의 다양한 강점과 약점에 영향을 미친다. 가족과 친구 등 집단의 빛과 그림자, 양과 음이 우리를 형성한다. 평생 안정적인 관계에 둘러싸여 지내는 운 좋은 사람도 있지만, 대게는 타인과 연결되는 시기와 소외되는 시기가 교차한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경험이 후회로 물들거나 항상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과부하에 걸리기 쉽다."


 이런 걸 '사찰당했다'라고 표현하던가. 내 삶의 이야기다. 나는 여전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매 순간 갈망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데에 많은 혼돈을 겪는다. 나로서 완전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족, 친구, 관계들의 양과 음, 빛과 그림자는 내 내면을 많이도 불균형하게 만들어 시시때때로 흔들리게 했다.




- "우리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 일은 적게 하고, 우리를 지탱해주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렇지, 간단하게 인생의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명쾌한 답인데 실천하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나를 약하게 만드는 일은 세상 도처에 널려있고, 나를 지탱해주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있다고 느낀다. 이 인식부터 잘 바꿔 가꾸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겠다. 외부에 쏠린 나의 시선을 자꾸만 나에게로 돌려야 나날이 쌓이는 과부하를 내가 정확히 인지하고 덜어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일테다.




- "비관적인 인생관과 일상의 의무를 다하는 태도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아무리 거창하고 추상적인 생각도 어떤 순간에는 지독히 괴로운 일상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 애덤 고프닉"


 사색과 일상의 몰입을 이야기한다.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정원을 걷거나 거닐라고 한다. 날마다 경험을 소화하는 내적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미디어가 물밀듯 나의 일상에 스며든 요즘 사색의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색하려 마음먹어도 사색보다 쉽고 자극적인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 그렇게 나의 과부하는 해소되지 못 하고 쓸모없는 미디어의 정보들과 함께 내 안에 더 끈덕지고 무거워진다. 사색하자. 규칙적으로 사색하는 훈련을 하자.




- "하루 중에 잠깐씩 멈추어 이렇게 묻는다. 나는 긍정적인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어디쯤에 있는가? 마음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오늘 하루 생각이나 행동에서 스스로에게 관대했는가?"


 내 안을 살필 수 있는건 나뿐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단 한 사람만이 해야하는 과업은 내가 나를 실피는 일이다. 사색과 명상을 했을 때 내 안을 흘러다니는 감정들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 "하루를 의도한대로 시작해야한다. 신중히 공들여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냥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거나, 알람 소리에 맞추어 자동으로 뉴스를 틀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않아도 도움이 된다. … 아침에 시간이 고작 60초밖에 없다고 해도, 매일 호흡을 가다듬고 그날의 한 가지 의도를 떠올리면서 하루를 시작해보라. "오늘 하루 좋은 사람이 되자"라는 식의 모호한 의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마구 떠오를 때면 감사한 일 3가지를 찾아보자"라거나 "두려움이 나를 덮치려고 하면 영감을 주는 사람 한 명을 떠올리자"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침에 서서히 잠에서 깨면 스마트폰 먼저 찾는다. 머리맡에 있어야할 것이 손을 더듬어도 잡히지 않으면 아직 덜 뜬 눈으로 내 주위 이불들을 소란하게 들치면서 핸드폰을 찾는다. 그리 급한 연락도 없는데 그냥 무언가 마음이 조급하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꺼내들면 무의식중에 일단 카카오톡에 들어가 밤새 쌓인 메세지를 본다. 무의미하고 유해하다. 나의 아침이, 의도없는 행동들로 허비되고 있었다. 의도를 가져라.




- "우리 마음은 분류기 같다. 경험을 받아들일 때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 좋거나 나쁜 것으로 분류하고, 새로운 사람을 친구나 적으로 나눈다. 지친 상태일수록 마음의 분류기과 과도하게 돌아가서 순식간에 판단해버린다. 이것도 집착의 한 징후다. 진실은 하나만이 아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통제 욕구를 버리고 한 발 벗어나 열린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경험을 점점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과부하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마음의 분류가 지친 상태일수록 과도하게 돌아간다는데에 십분 공감한다. 항상 예민하고 긴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만남엔 적과 아군을 분류하는 작업이 먼저 들어간다. 이분법적으로 사람과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 발 물러서 열린 호기심으로 대상을 본다라, 주로 마음의 여유를 확보한 사람들은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었던 것 같다. 나도 그리 되고 싶다.




- "자신의 정체성에 스토리까지 부여하고 집착하면 고립된다. 건강한 균형감을 유지하려면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우리 클럽의 수영 코치는 열심히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수영은 너희가 하는 일이지, 너희가 아니야"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학교와 스포츠와 예술 활동과 직장에 시간을 쏟을 때는 모든 활동의 저변에 흐르는 우리의 모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야아 한다. 모든 것을 걷어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집착과 몰입의 아이콘은 내게 역시 필요한 말이었다. 직업도 취미도, 배움도 내가 하는 일이지 그것이 나의 정체성은 아니다.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깊이의 배움을, 취미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정체성과 내가 하는 일은 별개다. 그 많은 활동 저변에 흐르는 나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집요하게 확인하라. 불안한 마음에 남에게 넘겨준 힘, 거짓된 직관이나 권위로 우리를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준 힘, 그 힘이 되돌아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다. 반면에 자기 확신으로부터 끌어낸 힘, 그 힘이 루리를 구한다. 집요하게 확인하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착각을 줄이는 동시에,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유년은 자기 확신으로부터 끌어낸 힘이 담긴 우물을 말라버리게 했다. 나를 지키는 방법을 몰라 거짓된 직관과 권위에 무릎 꿇기 일쑤였고, 성인이 되어서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나는 부서져버렸다. 지금이라도 그 힘을 기르기 위해 조각난 나를 이어붙이려 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누구도 두려워하지 마라, 허튼 소리 탐지기를 장착하라, 정말로 다정한 사람이 돼라. 이야말로 자기 안목과 다정함의 균형을 찾는 기술이다."


 자기 안목과 다정함의 균형이라니, 듣기만 해도 황홀한 상태다. 내가 항상 추구하는 것이다. 한없이 다정하자 마음먹으면 상대의 결점에도 눈감아주게 되는 바보같은 내 모습에 화가나고, 그렇다고 비판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자니 다정함이 메말라간다. 그리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건 덤이다. 왠지 상대의 노여움을 살까봐 두렵다. 이 모든 걸 버리고, 나의 안목과 다정함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그 경지에 오르길.















매거진의 이전글 [책과 삶]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