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작품을 처음 읽는다. 연극을 하는 친구 집에 꽂혀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고, 얇은 책인만큼 금방 읽었다. 단순히 굵기 때문은 아니고 술술 읽히는 작품이다. 난생 처음 읽는 희곡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분야인지 몰랐다. 극을 상상하면서 읽게 되고 등장인물들이 비언어적 표현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언어적 표현의 목소리조차 들리는 기분이다. 극을 쓰는 사람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고, 이걸 실제로 극으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 대단함을 느꼈다. 캐릭터를 해석하는 배우들마다 다르게 이 극본을 읽어낼테고 다르게 표현할텐데, 궁금하다. 연극이 보러가고 싶어졌다.
[번아웃에 관한 농담]은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착취, 부조리를 희화화해서 나타내고 있다. 쏟아지는 일에 천수관음이 된 유진 팀장은 팔이 실제로 여러개 등에 솟아났고, 슬기씨는 자꾸 요상한 말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다. 아주 애물단지 같은 스타트업의 대표 캐릭터도 그 정체성이 너무 공고해서 때때로 짜증이 치밀정도다. 이 책의 주인이 말하길 이 책은 사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재미있고, 실제 스타트업에서 종사한 사람들에게는 PTSD가 온다고 한다. 나는 사기업에 종사하지 않았음에도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었다. 충분히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마음아픈, 쓴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