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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 Oct 24. 2023

소중한 이를 보내는 마음

하늘이 열리는 날, 개천절, 나의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요양원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찾아뵈었을 때, 이제 마지막 날이 정말 멀지 않았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 나를 알아보시고 마주 잡은 손에서 아직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지만, 나를 향한 눈동자는 이미 내가 아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양원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와 훌쩍이고 있으니 엄마가 말했다.

’ 울면 할아버지한테 오히려 안 좋은 기운을 보내는 거야. 고마운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해. 울면 힘만 든다, 울어서 좋은 게 없어. ‘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할 때에도 엄마는 비슷한 말을 했다.

’ 밝은 마음으로 미소 짓고 즐겁게 있어야 할아버지께서 빛을 따라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하면서 일상을 열심히 살고 하던 기도 수행 하고 있으면 최고의 추모지.‘


아버지의 노화와 병, 그리고 결국 찾아온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엄마가 견뎌낸 무게는 나는 가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엄마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떠난 이의 죽음이 슬퍼 울고만 있으면 나에게도 떠난 이에게도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 떠났다는 사실을 슬퍼할 시간에, 그들이 살아낸 삶을 축복하며 보내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밝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 잊고 있었던 할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이 생생하게 다시 기억났다.

독학으로 배운 영어로 원어민보다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신 할아버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노트북이 필요한 내 손을 잡고 용산전자상가를 자기 집처럼 누비던 할아버지.

60세에 미술을 배워 전문 화가 못지않은 그림들을 그려내셨고, 85세에 떡 벌어진 어깨로 왈츠댄스를 선보이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참 훌륭한 삶을 사셨고,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은 사랑을 주셨다.



‘돌아가셨다 ‘라는 말의 유래를 찾아보니, 칠성신앙에 그 유래가 있다고 한다.


칠성신앙: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는 칠성줄. 조상과 자손을 잇는 영혼의 연결고리.
인간의 시간이 다 끝나는 순간 그 인간의 영혼은 다시 북두칠성으로 돌아가서 머물게 됩니다.
그 후 새로운 인간의 시간을 부여받아 남두육성으로 건너가 삼신할미의 점지를 받고
다시금 인간세상으로 태어난다는 칠성신앙은 석기시대부터 고조선 고려를 이어온 우리나라의 고유한 신앙입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ggambo80/220617312450)|


할아버지가 그저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춤추고 그림을 그리며 우리가 재회할 날을 고대하고 계시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덜하다.

역시 조상들은 지혜로웠구나.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 것이 당연하고, 끝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도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밝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기를.

그리고 비슷한 슬픔을 간직한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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