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작 팀원 중 5명이 시각장애인이었는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영상 제작을 하는 사람, 시각장애계 정보와 경험이 많은 사람 등 끼와 재능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 이전에 같은 또래를 만나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비슷한 나이대의 팀원들을 만나 정말 반가웠다.
카페에서 유튜브 제작 팀원 중 루미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허공에 포크질, 너무 공감돼요."
우리는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말했다.
"섬세한 포크질이 어려워지니까 케이크를 다 부숴놔서 언젠가부터 밖에선 잘 안 사 먹게 되더라고요. 크레이프는 꿈도 못 꾸고.“
루미님이 맞장구를 쳤다.
"저도 그래요. 먹기 불편한 음식들이 꽤 있죠."
우리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릇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음식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았다. 음식이 남아 있는 줄 알고 빈 그릇에 젓가락질을 한다거나 허공에 젓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새우 꼬리를 발라놓고 그 꼬리를 다시 먹은 적도 있어요. 샤브샤브 먹을 때는 야채만 집어 먹고. 혹시 루미님은 초밥 같은 건 어떻게 드세요?“
"그건 팁이 있죠! 비닐장갑으로 먹으면 돼요. 손으로 먹는 게 제일 편하거든요."
"오, 그럼 되겠다!"
케이크를 포크로 부숴놓아도 허공에 포크질을 해도 날 이상하게 보지 않는 루미님과 있으니 마음 편히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루미님이 음성으로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떨어트렸다. 직원분께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카페 안이 분주해 우리의 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어떡하지...?“
"잠깐만요, 제가 찾아볼게요!"
나는 거의 바닥에 붙어 열심히 이어폰을 찾았다. 카페 바닥에 그렇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적은 또 처음이었다.
"찾았다! 여기요~"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작은 물건을 떨어트렸을 때 평소라면 당황하고 긴장해 어쩔 줄 몰라 했겠지만 루미님과 있으니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났고 꼭 찾아주고 싶었다. 그 순간은 바닥에 붙어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건 하나 집은 게 뭐라고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휴대폰을 떨어트린 적이 있었다. 휴대폰은 금방 주웠지만 펜슬이 분리돼 찾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 손가락 끝을 조금씩 대보며 펜슬이 손에 걸리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그 사이 지하철 몇 대가 지나갔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 펜슬을 주워주었다. 하지만 작은 스프링 하나가 빠져 있었고 그 후 그 펜슬은 쓸 수 없게 되었다.
루미님의 이어폰을 주우며 잃어버린 스프링을 다시 찾게 된 듯 기뻤다. 서로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겨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