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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Jan 18. 2021

우리는 매일 뷔페식을 먹는다.

슬기로운 집밥 생활

간단하게 이른 아침을 먹여 식구들을 보내고 나면 나만의 우아한 살림 시간이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집안을 정리하고 놓친 드라마를 보며 빨래를 넌다. 간단하게 내 마음대로 점심을 차려먹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신다. 이 마저도 싫은 날에는 오전 내내 침대에 머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개운하게 휴식을 취하고 마트에 가는 길은 항상 씩씩했다. 서점에도 들리고, 이것저것 사지 않을 물건들을 구경하고 저녁에 요리할 신선한 식재료를 카트에 담으면 저녁시간은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 끼를 먹는 즐거움으로 채워졌다. 요리는 내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전업주부로써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혼자만의 시간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지는 순간 주부로써의 즐거움 또한 사그라져 갔다.


코로나가 길어질수록 전업주부인 내게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밥이었다. 살림의 의식주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식’이라는 것을 통감했다. 먹는 일은 한시도 미룰 수가 없다. 연중 방학이 반복되는 아이들과 삼시 세 끼를 해결하다 보면 하루해가 훌쩍 지나간다. 아침을 먹이고 치우고 나면 점심이다. 최대한 간소한 식사를 준비하지만  설거지는 늘 태산이다.

장을 보는 일도 요리도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가져간 많은 것들 중에 가족의 행복을 포함시키고 싶지는 않다.

최대한 간소화시킨 우리의 밥상은 아침은 대부분 빵식이 되었고 점심은 한 그릇 음식, 저녁은 반찬이 있는 한식 밥상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과 반찬이나 찌개를 절대 함께 먹지 않는 식습관은 내가 지켜온 오랜 철칙인데 때문에 사용하는 그릇의 수가 꽤 많았다.

이러한 철칙을 고수한 이유는 바로 헬리코박터균 때문이다.

* 헬리코박터균이란?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살고 있는 세균으로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위암 유발인자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50%, 어린이의 20%가 이 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적인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위암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을 함께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경구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빈혈과 어린이 성장장애를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다.

코로나 이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설거지의 양이 버겁게 느껴졌다. 반찬을 알맞게 덜어놓는 일 역시 식사 준비 시간을 길어지게 만든다.

대안은 뷔페식으로 먹기

잘 쓰지 않던 커다란 코렐 접시는 무게가 가벼워 뷔페 접시로 쓰기에 딱이다.

반찬과 밥, 국 등이 완성되면 싱크대 위에 놓아주기만 하면 식사 준비는 끝이다.

가족들은 각자가 먹을 양을 알맞게 덜어 자리로 가져가 먹는다. 남은 음식은 뚜껑을 덮어 치우기만 하면 된다.

조금 남은 반찬 두가지에 새로운 반찬 두가지를 더한 저녁 뷔페

사용한 식기는 각자가 먹은 접시 4개와 국그릇 4개가 전부이다. 국이 없는 날은 접시 4개가 다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런 뷔페식을 가족 모두가 즐겁게 동참해 준다는 점이다.

입이 짧은 둘째는 가져가 먹는 재미에 식사량이 늘었고 남편은 자신의 식사량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으니 먹는 양을 줄이기 쉬웠다.

김치 또한 먹다 들어가는 대표적인 반찬인데 이 또한 덜어먹으니 찝찝하게 남은 김치를 다시 먹는 일이 사라졌다.

작년 일 년 동안 뷔페에 간 적이 없는 우리 식구들에게 매일의 집밥 뷔페는 작은 이벤트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이러한 뷔페식이 코로나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가족 내 감염 사례는 함께 먹는 식습관에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가족 간 전파가 네 명 중 한 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반찬을 여럿이 집어먹는 과정에서 침을 통해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식뿐만 아니라 집안에서의 식사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 뷔페식은 코로나 시대 우리 집의 새로운 식탁 풍경이 되었다. 외식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집에서 매일 뷔페식을 먹는다.


@a.m_11_00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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