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원인과 대책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 지인들과 zoom을 통한 만남을 종종 갖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 한 지인이 최근 집에서 화재가 날뻔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식탁에 앉아 전기스토브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데, 먹다 보니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하더란다. 아마도 삼겹살 구우며 나는 연기겠거니 했다. 그런데 연기가 점점 심해졌다. 순간 의심을 하고 가스레인지를 보니 냄비가 바싹 말라 타들어가고 있더란다. 깜빡하고 가스레인지 불을 끄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화재가 날뻔한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자신의 아내가 요즘 나이가 들어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걱정과 핀잔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리곤 zoom에서 함께 대화하던 우리에게 묻는다.
" 깜빡해서 화재가 날 뻔했는데 우리 아내의 이런 실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해결방법은 화재가 발생할 뻔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달려있다. 실수는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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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행동 판단의 중요한 근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에 기인한다. (1) 그 행동에 대한 '내부 요인(의도성)'이 있었는가?, (2) 그 행동에 대한 '외부요인'이 있었는가? (아래 글 참고)
https://brunch.co.kr/@woonkihong/15
zoom을 통해 듣고 있던 우리들은 일시에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가스레인지를 바꾸세요. 요즘 온도 센서 있는 것이 있는데 자동으로 불이 꺼져요."
"전기 인덕션을 사용하면 좋아요. 자동으로 열 차단이 되어요."
이야기를 해준 남편은 사건의 원인을 아내의 내부 요인으로 바라보았다. 깜빡하는 성격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아내의 특성을 바꾸면 좋을지를 물었다. 듣고 있던 우리는 실수를 했던 아내를 감싸주었고, 사건의 원인을 외부요인, 즉, 구식 가스레인지로 보았다.
가스레인지를 바꾸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1970년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인근 마을에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 마을에서는 이상하게도 어떤 가정은 (같은 크기의) 주변 주택보다 30%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것이었다. 전기를 아껴 쓰지 않는 성향이 문제였을까? 문제의 원인을 전기사용 습관으로 본다면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매우 단순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알려주는 계량기의 위치였다. 전기를 30%나 절약했던 집들은 자신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알려주는 계량기가 현관 복도에 있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집들은 계량기가 대부분 지하에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 해결책이 나온다.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해결책이 나온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생기는 오류 중에 "근본적 귀인 오류"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보통 남의 실패와 잘못은 그들의 내적 특성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에서 많은 관리자들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이다. 직원들의 실수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제대로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관리자(혹은 경영자)의 탓일까?
근본적 귀인 오류에 깊이 빠져있는 관리자들은 배움이 없다. 항상 핑곗거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