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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 여름 Apr 04. 2023

모두 다 꽃이야.


우리 집 아이들은 자려고 밤 9시에 방에 들어가도 곧바로 잠드는 법이 없다.

다른 집은 아이들이 스스로 "나 피곤해. 잘래."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절대로.


먼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불 끄고 누웠다 하면 이야기가 한 보따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 9시가 되어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누웠는데, 엄마~로 시작해 아이 둘이 양쪽에서 끊임없이 얘기한다.

그러다 얼핏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가는 것 같아, 이제는 마무리하려고 그만 얘기하고 자자고 했는데,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없는 우리 집 큰아이가 딱 한마디만 더 하고 잔다고 한다.


" 엄마, 오늘 체육시간에 공 주고받기했거든~ 근데 ○○이가 일부러 공 못 받게 엄청 높이 던져주는 거야~ 진짜 이상하지 않아? 저번에는 나보고 바보라고 하고 또 어제는 나한테 똥침도 했다니까. 진짜 말 안 들어. 장난이 너무 심하고 이상해."


아들 말을 듣고 나니, 오늘 오후에 큰아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전화했을 때가 생각났다.

큰아이 담임선생님은 아들이 학교생활도 즐겁게 잘하고 모범생이고 학업성적도 뛰어나고 교우관계도 다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러면서 딱 한 가지, 본인이 모범적이니 자신과 다른 행동을 하는, 즉 선생님 말을 안 듣거나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하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약간 흑백논리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였다.


기질적으로 타고난 부분도 있고, 또 아직은 어려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때마침 아들이 이런 얘기를 하니, 오늘은 어떻게든 아들 기분 최대한 안 상하게 좋게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 저번에 엄마가 참관수업 때 갔었잖아~ 그때 수업주제가 '내 짝꿍 소개하기'여서 친구들이 모두 한 명씩 나와서 짝꿍 소개를 했었잖아~ 그리고 수업 마지막즈음에 선생님이 모니터로 '모두 다 꽃이야' 노래영상 틀어주곤 너희들이 다 같이 따라 불렀잖아~ 기억나지? 엄마는 그때 눈물이 자꾸 나와서 눈물 참느라 애먹었어~ 노래 가사가 뭔가 너무 감동적이더라고~ 수업주제랑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리기도 했고~ 아, 그리고 너희 반 급훈이 뭐였지?"


"다르니까 친구!"

아들은 냉큼 대답했다.


"그래! 다르니까 친구! 급훈과 수업주제와 그리고 노래영상까지, 뭔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하려고 하는 핵심을 엄마는 알 것 같더라고! '모두 다 꽃이야' 노래 가사처럼 꽃이 사람이라고 생각해 봐.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아무 데나 피어도 모두 다 꽃인 것처럼,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야. 다  다르지만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나랑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그냥 다를 뿐인 거야~ 아들도 친구를 이상하고 나쁜 친구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나랑은 다른 친구라고 생각해 봐. 그러면 아들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것 같은데~"


아들은 내가 참관수업 이후 '모두 다 꽃이야' 노래에 빠져 무한반복재생하며 듣는 걸 알기에, 내 말뜻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내 딴에는 다름에 대해 아들 눈높이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내 비유가 적절했는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시(詩)처럼 아름다운 저 국악동요의 가사의 의미를 내 마음은 제대로 전달받았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자니 쉽지 않다.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아~ 어렵다. 나도 배워야 될 게 많은데, 아들한테 딸한테도 '어른으로서' 알려줘야 하는 게 있으니, 참으로 어렵고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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