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폭풍 검색하며) 우리 바닥에 까는 거, 러그 하나 살까?
나: 왜? 갑자기?
남편: 아니, 바닥이 차갑잖아.
나: 소파 있잖아.
남편: 그래도 바닥에 앉았을 때 차가우니까 그렇지.
나: 그럼 세탁은 되고?
남편: 그건 안되지.
나: 세탁 안되면 좀 그렇지.
남편: 근데 지금 내가 보는 게 엄청 세일해서 싸다니까. 5만 원 정도밖에 안 해.
나: 살 때 5만 원, 버릴 때 1만 원.
남편: 뭘 또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냐?
나:???
대화 끝.
부정적이라니? 맞는 말 아닌가?
우리 집 살림은 내가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청소와 관련된 부분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물건을 사게 되면 이제는 버릴 때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래 쓸 거 아니면 잘 안 사게 된다. 더군다나 재활용이 안 되는 건 누가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도 안 받는다.
얼마 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산균 요구르트가 세일도 하고 한 줄 더 붙어있길래 냉큼 골랐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실 때는 단 몇 초밖에 안 걸리는데, 분리수거하려면 몸통에 있는 비닐도 뜯어야지, 뚜껑에 붙어있는 것도 떼야지, 또 씻어야지, 말려야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사자고 했지만, 난 결국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왜냐? 살림은 내가 하니까. 또 일주일 동안 쌓이는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며칠 전, 수도권 매립지 관련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갈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뉴스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그랬다. 사실 그동안은 쓰레기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저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고, 분리수거 잘하고, 음식물 쓰레기 양 줄이고, 이 정도로만 해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 나서 우리가 쓰레기봉투에 꾹꾹 눌러 담은 쓰레기들이 어디론가 옮겨져 땅에 묻힌다고 생각하니, 문득 '자연'에게,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마저도 더 묻힐 곳이 없어 쓰레기를 묻을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 된다고 하니...
사람 사는 곳에서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쓰레기들이 모이고 모여 쓰레기산이 되고 그 쓰레기를 더 이상 묻을 곳이 없어 또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 되는, 또 그 속에서의 여러 갈등들,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고 씁쓸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예~~ 전에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하고 버린 적도 있었다.
싸다고 저렴하다고, 다이소 꺼는 막 사고 또 함부로 쉽게 버린 일.
비닐에 붙어있는 스티커, 반쯤 뜯다가 포기하고 비닐 재활용에 버린 일.
박카스 마시고 유리병이랑 병뚜껑 분리 안 하고 같이 버린 일.
일부러는 아니지만 어쩌다 떨어뜨린 휴지조각, 알면서도 다시 줍지 않고 지나친 일.
이 모든 지난날의 철없던 내 행동들을 후회하고 반성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내가 모범이 되어야 하고 나 먼저 올바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나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하는 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살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들, 쌓이고 쌓이는 쓰레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기 때문에 이번 쓰레기 매립지 관련 뉴스도 더 크게 와 닿았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철이 들어서 그런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양심에 찔리는 일은 웬만해서는 안 하게 된다.
뉴스를 보고 나니, 앞으로는 재활용이 안 되는 물건은 사지도, 쳐다보지도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비우고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가진 건 오래오래 사용하되 불필요한 것들, 없어도 되는 것들을 더 이상 사지 않는, 짐을 늘리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고로 나는 러그를 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