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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우 Mar 29. 2022

EP3.제주에서 집 구하기 그 두 번째 버전

도시살던 사람이 시 골생활을 한다는 것


지난 글에 이어 제주에서 집 구하기 2편입니다.

이렇게 집 이야기가 구구 절절해질 줄이야, 그만큼 아마 살아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현실과 이상이 생각보다 다르다는 것을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집을 구했던 조건은 바로 이거였어요.




'비행기 소리가 나지 않는 곳'이 1순위였고
혼자 사는 것은 위험하니 곧 함께 살 메이트가 와야 했기에 방은 여러 개였으면 좋겠으며 
그래도 제주살이인데, 풍경이 제주스러웠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저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첫 번째 집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한 달 살이처럼 오는 숙소가 아니다 보니 일 년 정도는 살만큼의 집 컨디션을 원했기에 아주 저렴한 집은 아니었어요. 금악오름과 저 멀리 저지오름이 보이는 아름다운 타운하우스.

그곳이 저의 첫 번째 집이 되었는데요.

조건에 맞게 비행기 소리도 없었고 방도 3개나 되었으며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죠.





뭐랄까 잔디 마당도 너무 싱그럽고(로망이죠) 이층 집이라서 좋았고

왠지 거실과 주방도 따로 있으니 분리된 공간 같았고... 등등등.

타운하우스도 왠지 아기자기한 것이 동네 분위기도 좋아 보였고

이래저래 설렘이 한가득이었어요.

이후 타운하우스는 다시는 살지 말아야 할 곳으로 결정했지만, 여하튼 이때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타운하우스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타운하우스에 적합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답니다!^^)







깊은 산속에 집이 있다는 것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슬슬 불편한 것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서울만큼 편리한 인프라를 기대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뜻밖의 시골살이를 체감하게 됩니다.




첫째, 오후 6시만 되면 나가는 게 꺼려집니다.



6시도 안 된 시각의 풍경
더 늦게는 나가지도 못해서 사진이 없어요.


제가 이사 온 날은 8월 중순. 그러니까 이후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계절이 가을과 겨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해가 너무 짧은 거예요.

그나마 해안가나 마을이 모여있는 곳은 편의점이라도 있고 가게의 조명이라도 있지

저의 그 작고 아름다운 첫 집은 마치 은퇴 후의 삶을 고요히 즐기려는 목적으로 지어진 것처럼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로등도 없는 곳이 많아서 시골길 운전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상향 등은 필수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외로운 길을 탈출하듯 떠나야 했는데요

저 역시도 모든 일과를 6시 전으로 마치고 집콕 라이프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주의 밤은 정말 길었습니다.





둘째, 배달음식점이 없어요.



처음에 정말 당황했던  '배달음식점이 없다'는 사실!

아니 저녁 9시에 치맥은 기본 아닌가요? 그나마 주문이 가능한 곳은 다 식은 치킨을 가져다주거나 배송비 자체가 치킨 비용의 1/3은 차지하므로

서서히 야식, 아니 배달음식을 먹는 일이 줄었습니다.

다만 한 번에 읍내에 나가서 장 보고 오는 가짓수가 늘었고 배달음식은 아니나 야식은 해서 먹을 수 있었죠.

수도권을 생각하면 밤이 무척 길게 느껴지실 거예요.




셋째, 집과 일터가 너무 멀었어요.





차로 25분이면 정말 가깝게 느껴지죠?

심지어 수원에서 사당까지는 40분이면 가는데요~~~

저는 25분 거리는 거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KM의 문제였어요.

게다가 시원하게 뚫린 길이 아니라 로터리도 엄청 많이 돌아야 하고

커다란 트럭이나 공사차량, 농사용 차가 지나갈 때는 속도도 낼 수 없습니다.


처음에 제가 한림읍으로 이사 갔다고 하니 제주 사는 분들은 다들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아니, 한림에서 애월까지 다닌다고요???"

다니다 보니 정말 체감이 달라지더라고요.

매일 오가는 이 길이 정말 지겹기도 하고 힘들었어요.

심지어 작년에는 눈까지 엄청 많이 와서 운전해서 가는 동안에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는지...


그래서 여러분, 제주는 일터와 집이 정말 가까운 게 좋습니다!!

연동이나 노형동은 워낙에 번화가라 서울같이 느껴지지만(?) ㅎㅎ

애월 한림 서귀포 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말 잘 생각하셔야 해요.

생각보다 외로운 길을 많이 오가야 하니까요.



넷째,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축사의 향이 조금 힘들었어요.



심한 건 아니었으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창문을 열기 어려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은 제주도 자체에서 축사 관리도 잘한다고 하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들어오면서

마을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어요.







바른생활 어른이로 살기
 

그리하여 제주에서의 첫 해는 바른생활 어른이로 살 수밖에 없었던 시간.

역시나 환경이 중요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었네요.

그런데 하나 느낀 건,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내려와서 한 달 살기나 일 년살 기하기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들과 함께 즐길 것들이 많아요.

같이 바비큐도 해 먹고 주변 자연들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사계절을 느낄 수도 있고 학원에 치이지도 않으니...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이나 조금 여유롭게 살고 싶은 분들은 너무 번화한 도심보다는 이렇게 숲 속의 타운하우스 생활도 매우 행복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유흥이라는 것이 없기에 가족들끼리 놀 수밖에 없는 시스템! 그리고 공기가 좋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걸요?^^








집 구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금악오름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그나마 조금 더 다양하게 찾아보시려면


직방이나 다방 사이트/ 네이버 부동산/ 제주 직거래 부동산 카페/제주 오일장 /제주 교차로 

(이건 검색만 해도 나오는 플랫폼 사이트라 따로 링크를 걸어두지 않겠습니다.)


에서 더블 체크하시는 게 좋습니다.


몇 번 검색해보면 알아요.

자기에게  맞는 집 구하기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요.

다양하게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플랫폼 한두 가지를 골라서 그것 위주로 체크하셔도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블로그와 직거래 부동산 카페를 가장 선호했고

여기서도 매물이 없을 땐 교차로까지 찾아보는 편입니다.


, 그리고 요새 제주 구옥들을 많이 찾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제주의 구옥이나 매력적인 집들은 오래 살고 계신 지역 주민들만이 소통하는 것 같았어요.

한 해를 보내고 이웃들과도 소통하다 보니  '이 집 나왔다더라' 하는 소식은 부동산보다 이웃주민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들이

훨씬 빠르더라고요.

이건 처음부터 접근하기엔 너무 어려운 방식이고 저역시도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정말 이웃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서로 신뢰가 쌓였을 때, 그때 기회가 주어지길... 하고 생각하시지

처음부터 이렇게 다가가시는 건 비추에요! 



#제주구옥리모델링

#제주살이AtoZ

#제주에서민박하기 

#제주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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