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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우 Apr 02. 2022

EP4. 처음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감성 숙소 인수받기

감성 숙소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저는 사실 감성 숙소라는 단어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제가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보통 제주도 숙소를 검색할 때 어떤 검색어를 사용하시나요?

보통 지역명+호텔/ 지역명+풀빌라/ 지역명+펜션

이런 식으로 저는 검색했던 것 같아요.

'숙소'라는 단어도 '민박'이라는 단어도 저는 검색어로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숙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홍보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는 대부분 '감성 숙소'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되었어요, 감성 숙소라는 이름과 그런 숙소들이 보여주는 분위기를 말이죠.

어찌 됐던, 저는 우리 숙소가 감성 숙소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애월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숙소라는 사실만 알고 일을 배우러 갔습니다.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할 능력이라면



감성 숙소라는 곳은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곳이기 때문에

청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어요.

모두 주인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들이죠.



이 숙소는 인수받은 숙소였는 데다가 이미 너무나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름을 바꿀 필요도 없었고 우리만의 색깔을 입힐 것도 없었어요.

아니 그럴만한 정신도 없이 2주 만에 모든 것을 인수받아야 했습니다. 


이를테면


1. 구역별 청소 및 정리 방법

2. 예약 사이트 운영 방법

3. 손님 응대 방법



쓰고 보니 매우 간단한데요, 

저는 거의 실습생처럼 일주일 이상 쫓아다니면서 일을 배웠던 것 같아요.



"아휴, 이 정도면 진짜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다 할 수 있어요" 라며 손사래를 치시던 전 주인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전부터 잘 운영되어 있던 숙소가 혹시나 운영자가 바뀌면서 무언가 변했다거나 실망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또한 전 주인분이 이 숙소에 들였던 공과 애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누구보다 잘 이어받아 운영하겠다는 신뢰를 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자 그럼 하나씩 설명해 볼게요.



째,

위의 1~3번까지는 사실 '몹시 당연한 것'입니다만, 제가 포커스를 둔 것은 바로  <동선>이 었어요.

청소도구를 가지고 오는 타이밍부터 이불 커버를 먼저 벗기느냐 청소기를 먼저 돌리느냐 빨래는 언제 시작하느냐 침실을 먼저 치우느냐 주방 쪽을 먼저 치우느냐...


누군가는 집 청소를 하는데 전체적으로 깨끗하면 되지 이렇게 디테일한 것까지 짜는 게 이상해 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무턱대고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치우는 것보다 분명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가꾼 사람의 노하우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구석구석 쫓아다니며 사진까지 찍고 메모를 남겼습니다.

동선을 줄이고 모든 업무를 구조적으로 하는 것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체력도 덜 소진되고 근무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하루 종일 시간에 얽매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내려온 제주였기에 

아무리 여유시간이 남아도 생산적인 일이 아닌 이상 신속, 정확하게 하고 나머지 시간을 누리자!

이게 포인트!

그래서 일하기 전에 먼저 시물레이션을 짜고, 혼자서도 가장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둘째,

예약하는 방법은 사실 업체마다 다르긴 해요.

인스타그램으로만 받는 분도 계시고 오로지 사이트로만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건 특별히 설명할 것은 없습니다만... 이 글을 읽는 소비자분들을 위해서 한 말씀드려볼게요.

호스트들이 신경을 많이 쓴 '심미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되도록 '연박'으로 예약해주세요.

제주에 오는 목적은 각기 다르겠지만 이제 숙소는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닌 공간 자체를 즐기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곳으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1박만 하실 경우에는 하루 종일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다 들어와서 부랴부랴 씻고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고나면 어느덧 아침, 바로 퇴실 준비를 해야 하죠.


이런 경우에는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기가 어려워요.

감성 숙소라는 태그로 운영되는 숙소들은  호스트마다 "제가 정성껏 가꾼 이 장소를 온전히 느껴보세요." 하는 의미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박을 하면 다음날부터 아마 안보이던 장소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왜 이런 곳은 이렇게 꾸몄을까, 주방의 동선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침실에서 주는 느낌은 무엇일까......

그렇기에 요즘 숙소들은 2박 이상 연박 우선 손님을 받고 

사이 1박이 나올 경우에만 1박 예약받는 곳들이 많아졌어요.

이건 비단 호스트의 편의를 위해서만이 아닌 

숙소를 내 집처럼 오롯이 느끼고 애정을 갖고 이용해 달라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셋째,

손님 응대 방법도 배웠어요.

손님 응대 방법은 시스템 적으로 보내지는 예약- 입금 및 결제 안내- 예약 확정 안내- 입실 안내/ 퇴실 안내 , 취소 안내, 숙소 이용 안내 등의 내용을 주였죠.


문자나 전화로 무언가를 요청해 오는 손님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생각보다 긴장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숙소는 재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이 계셨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다행히도 이전 제가 일했던 경험이 이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응대했던 경험을 통해  지금 손님들을 대하는 데에 있어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요새는 워낙 숙소별로 이전 분들이 남겨주신 리뷰도 많이 나와 있고 비대면으로 체크인하는 경우들도 많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만들어두시는 호스트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지막 복병은 네이버 예약 사이트 등록


위의 내용들은 결국 

진정성을 담아 

손님들의 요구를 잘 들어드리고

숙소의 규칙에 맞게 관리를 잘하며

청결하고 아름다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라면, 이제 가장 어려운 관문이 남았으니

이제 인수받은 숙소를  플랫폼에 올리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여기에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주로 실무를 담당하기에 여러 자잘한 서류 작업과 관공서 업무 등을  오가며 처리했는데요

가장 어려운 게 네** 스마트 플레이스에 우리 숙소를 등록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 때는 기존에 잘 되어온 숙소라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더라고요.


네**는 사업자가 바뀔 경우  


네** 예약과 플레이스의 정보를 변경된 사업자로 명의 이전이 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있던 수많은 리뷰들... 별 다섯 개 평점들...

이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올 수가 없어요ㅠㅠ

게다가 네** 예약파트너센터(현재는 네** 스마트 플레이스에서 관리 )는 콜센터가 없기에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문서로 쓰다 보면 막히는 부분들 있어 수차례 상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챗봇의 무미건조한 답변뿐이었죠. 친한 동생에게 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어떻게 했는지 콜센터 번호를 찾아주었고 초기 몇 차례 전화통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명의 변경이 또는 사이트 이전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어요.


결국은 우리 숙소의 첫 시작부터 당시까지의 모든 소중한 자료를 내려놓고 새롭게 아이디를 만들어 시작하기로 합니다. 이때 정말 얼마나 억울했던지, 제가 엄청나게 네**에 컴플레인을 했네요!

물론 결제가 오고 가는 부분이기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 정말 업무량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납득되기 어려운 부분이었거든요.

보통 숙소를 거래할 때 매도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도 모두 넘겨주겠다는 것으로 권리금을 더 받기도 합니다. 물론 사이트가 넘어오는 게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네** 만큼은.... 기존 매도인의 아이디로 들어가는 모든 관리 영역을 인수받는 것은 불가능해요. 저와 같이 초기 세팅을 다시 해야 하니 이건 참고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해서 실무에 관련된 내용은 정리를 해보았네요.

실제 행정적인 부분은 2호점을 오픈하는 이야기를 하며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이 모든 일들은 고작 2주 만에 이루어졌어요.

입실 준비하는 시간에 맞추어 같이 가서 일을 도왔고 오후에는 홍보에 관련된 SNS를 새로 만들어 작업했습니다.

그 아까웠던 기존 리뷰들은 어떻게 했냐고요??



모. 조. 리 캡처했어요......ㅎㅎㅎ

캡처하여 하나하나 새로운 블로그에 옮겨두었다니까요!!!^^

인수받을 때는 정말 그 리뷰들이 생명 아닌가요?

그토록 열정적이었던 스스로를 칭찬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제주에서민박하기 #제주감성민박 #제주살이 #제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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