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떤 책을 광고하는 문구일까요?
"집중력, 관찰력, 창의력, 사고력이 쑥쑥 자란다네요"
"두뇌 계발!"
"똑똑해지는 책"
이런 놀라운 수식어를 달고 출간되는 책입니다. 다름 아닌 숨은 그림 찾기 책 카피인데요.
숨은 그림 찾기 책뿐만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 퍼즐, 숨은 그림 찾기 게임까지 다양하게 나와있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갖고 놀만한 장난감도 많지 않았고 TV는 고작 채널 3개만 나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아버지의 전유물이었죠. 신문 한 면에 흑백으로 조그맣게 그려져 있거나 잡지책 한 페이지에 있는 숨은 그림 찾기를 발견하고는 연필을 들고 열심히 동그라미 쳤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안에는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었죠.
강아지, 토끼, 개구리 같은 조그만 동물은 물론 사자, 호랑이 같은 큰 동물도, 심지어 어마어마한 큰 공룡도 있었습니다.
바나나, 사과, 식빵, 아이스크림. 먹을 것도 잔뜩 그려져 있었습니다.
빗자루, 망치, 사다리, 전구, 의자, TV 같은 생활의 필수품도 있었고요.
별, 초승달, 나무, 구름 같은 자연도 자리를 차지할 때가 있었습니다.
자동차, 비행기, 기차, 보트, 자전거. 탈 것들도 기막히게 숨어 있었고요.
사랑의 하트, 행운의 네 잎 클로버, 러키 7도 있었습니다.
숨은 그림은 그림 속에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한눈에 띄는 녀석도 있지만 눈을 아무리 비비고 찾아봐도 도통 보이지 않는 신기한 녀석도 있었죠. 찾아내기 너무 어렵게 숨겨 놓으면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e.. c.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찾기 쉽게 그려 놓아도 재미가 없어 'a.. c. 시시해. 뭐 이래.'
그림 곳곳에 더 작은 그림이 숨어 있는 모습이니 자세도 제각각이었죠, 의자는 쓰러져 있고, 호랑이는 사람처럼 서있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나무가 물구나무를 서고 공룡이 몸을 뒤집어 숨어 있습니다.
혼자 잘 찾다가도 꼭 1개를 못 찾습니다. 그럼 옆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죠. 시큰둥하던 친구는 그림을 보더니 점점 빠져듭니다. 좀 있으면 내가 찾아 놓은 것을 또 찾고 눈에 보이지 않는 1개를 찾느라 정신이 없죠. 찾으면 둘이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고, 끝끝내 못 찾으면 입이 삐죽 튀어나온 채 서로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며 놀았던 그림이 숨은 그림 찾기였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책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합니다.
책도, 게임도, 퍼즐도 눈에 확 띄는 디자인에 내용도 재미있게 그려놓았더군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애쓴 노력이 역력합니다. 하긴, 우리 때만 해도 흑백 신문지에 손바닥만 한 크기로 그려진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온라인 게임과 경쟁을 해야 하니 당연한 진화일 거예요.
아무튼 두뇌계발, 똑똑해지는 책, 창의력과 집중력을 키우고 관찰력을 가져준다니 대단한 책인 건 분명합니다. 그럼 우리는 본의 아니게 어릴 때부터 두뇌 계발과 창의성 교육을 스스로 한 거나 다름이 없는 거네요.
머리는 똑똑해질지 몰라도, 관찰력도 사고력도 창의력도 쑥쑥 자랄지 모르겠지만 친구와 단둘이서 찾으면 좋아서 얼싸안고, 못 찾으면 못 찾아서 실망해도 서로 웃어주던 그 마음을 요즘 아이들은 어디서 배울까요?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그림 속에서만 찾던 숨은 그림을 실제로 찾고 얻고 가지려고 애를 씁니다.
먹고 살려니 먹거리를 구해야 하고, 생활의 필수품이 있어야 일을 하고 집에서 쉬죠. 정서 안정을 위해 동물도, 식물도 키우고요.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갑니다. 휴가 때가 되면 비행기 타고 여행 가고 싶어 집니다.
하트를 찾다가 깨지기도 하고, 러키 7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요. 근데 아직까지 네 잎 클로버는 내 눈에 안 보이네요. 찾을 수 있을까요?
어릴 때 재미 삼아 갖고 놀던 숨은 그림 찾기가 인생을 미리 살아보는 예행연습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때는 동심으로 순수한 마음 그대로, 놀이 그 자체를 즐겼는데 어른이 되어 숨은 그림을 찾으려니 허리가 휘고 좌절도 합니다. 내손으로 찾으면 기쁘기 그지없지만 그저 쉽게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인생의 숨은 그림 중에는 찾으려고 눈을 크게 뜨면 잘 보이지만 무관심하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게 있어요.
너무 큰 것만 찾으려다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소소한 행복 말입니다.
친구와 머리를 맞대며 웃던 기쁨처럼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숨은 그림을 찾으려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숨겨진 행운은 어디에 있는지, 행복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사방을 둘러보면서요.
그러고 보면 인생은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숨은 그림 찾기, 잘 찾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