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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16. 2022

우산의 기울기 = 사랑의 크기

 우산을 들고나가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비 올 날씨 같지 않아 두고 나가면 어김없이 쏟아져 쫄딱 맞았습니다. 세상일은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우산은 머피의 법칙이 진짜라는 걸 알게 해주곤 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나섰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 서려는 순간, 아뿔싸 우산이 없습니다. 비가 그쳐서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거든요. 일상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 중 하나도 우산입니다. 


 영화를 보면 우산에 달린 버튼을 눌러 광선을 내뿜어 적들을 물리치기도 하고요,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가 우산을 펼쳐 낙하산처럼 사용해 탈출에 성공합니다. 물론 영화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머피의 법칙에다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이지만 현실에선 우산하면 사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 오는 날 사랑하는 연인 생각에 우산을 돌리며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요.  




 우산을 쓰면 얼굴은 우산에 반 정도 가려집니다. 멀리서 보면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얼굴이 보이지 않은 우산을 쓰고 있어도 마치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우산처럼 나를 위한 우산은 신기하게 단번에 알아봅니다. 그리곤 그 우산 안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할 것 없이 말이죠. 


 비가 내리면 엄마가 언제 오시나 고개를 빼꼼 내밀며 기다리던 아이, 멀리서 우산을 쓴 엄마를 보자마자 신나게 달려갑니다.

 밤늦은 시각, 갑작스레 비가 내리면 귀가하는 딸아이 걱정에 아빠가 우산을 챙겨 나갑니다. 무거운 가방을 머리에 올린 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어찌할 줄 몰라하던 딸은 아빠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습니다.

 우산을 같이 쓴 채 나란히 걷는 연인들, 비가 쏟아지면 질수록 둘은 더 가까이서 두근두근 가슴이 터질 듯이 뛰는 설렘을 느낍니다. 


 비 오는 날의 우산은 사랑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 우산이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반쪽 어깨는 아무렇지 않게 비에게 내어주는 사람이라면 나를 위하는 사람입니다.

 우산 안으로 누군가가 뛰어 들어옵니다. 둘이 쓰기엔 비좁지만 환하게 웃으며 우산을 함께 쓰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딸아이와 함께 쓴 아빠는 온몸이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딸아이를 더 씌워주고요, 우산을 함께 쓴 연인은 본인의 어깨가 젖어도 연인에게 기울입니다.

 우산의 기울기로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걷던 아들도, 가방 메고 학교 다니던 딸아이도 다 큰 어른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저녁, 아들은 우산 들고 엄마를 마중 나갈까요? 아님 다른 사람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딸아이는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가 우산을 씌워주며 나란히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을 대신해 늙어버린 남편이 우산을 가지고 왔습니다. 딸아이가 아닌 아내를 데리러 가는 남편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내 어깨가 흠뻑 젖어도 우산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습니다. 요즘 따라 더 철이 없어진 남편을 보면, 바가지를 부쩍 긁어대는 아내를 보면 내가 비를 더 많이 맞니, 우산을 너만 쓴다느니 둘이서 우산 손잡이를 꽉 잡고 티격태격합니다. 그러다 상대방을 우산 밖으로 확 밀어내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서로를 받아주며 보금자리로 향합니다. 그 역시 오랜 시간 우산을 함께 쓰며 살아온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일 테죠.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비가 오는 날엔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우산을 써도 저마다의 기울기로 사랑의 크기는 선명하게 드러나니까요. 그래서 사랑은 비를 안고 내린다고 합니다.  




 비올 때 뛰어들어 가고 싶은 우산 속 있으세요?

 누구의 우산 속에 뛰어들어 가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내 어깨를 기꺼이 비에게 내려주어 싶은 그런 분 계신가요?

 그러면 그 순간 사랑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일, 오늘은 누구의 우산이 되어 주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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