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거나, 겨울철 삼삼오오 모여 앉으면 민족의 스포츠(?) 고스톱을 치곤 했습니다.
심심풀이로, 화목을 도모할 목적이라고 하지만 돈이 걸린 게임이라 눈에 불을 켭니다. 고스톱을 치다 보면 해도 해도 안 되는, 너무한 날이 있습니다.
뒤 패는 죽어라 붙지 않고 상대방은 '쪽'을 해서 달랑 하나 남은 피까지 들고 갑니다. 피박만은 면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피박에 광박을 맞고, 어쩌다 '고'를 외치면 '독박'을 씁니다. 화장실 간다며 한판 쉬어도 보고, 자리 탓을 하며 바꿔 다시 쳐보지만 뭘 해도 안 되는 날은 안됩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경우, 살다보면 늘 있기 마련입니다.
취업 준비만도 몇 년째입니다.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나 읽고 수정하고 사진도 뽀샵을 해서 근사하게 제출했습니다. 꼭 가고 싶은 회사라 면접을 위해 거금을 들여 정장을 구입하고 말투와 자세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합니다. 예상 질문과 합격 노하우를 달달 외웠습니다. 면접날, 어마어마한 경쟁률에 주눅이 듭니다. 그리도 맹렬히 연습을 했건만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됩니다. 결과는 보나 마나, 인생은 언제쯤 풀릴까요?
운명이라 여겼던 인연을 만났습니다.
설레는 만남을 이어가다 조심스레 고백을 합니다. 내 사랑을 받아들인다며 수줍게 웃습니다. 드디어 나도 사랑을 하게 되어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옛 애인이 나타나 내 앞을 가로막고 연인을 흔들어댑니다. 옛사랑과의 재회를 마음에 두는 연인을 보면 낙심을 넘어 진한 배신감까지 듭니다. 내 팔자에는 운명 같은 사랑은 없는 걸까? 한숨만 나옵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계약이 마침내 성사되었습니다.
여러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당당히 이룬 쾌거입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땀을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라는 변수에 수출 길이 막히고 여태껏 들였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역병이 사라져 이 사태가 하루 바삐 해결되기만을 바래야 하는 처지가 원망스럽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녀석이 말도 듣지 않고 엇나가려는 걸 겨우겨우 붙잡았습니다. 이제 마음을 잡고 안정을 찾나 싶어 안도의 한숨 내쉬는 순간 둘째 녀석이 말썽을 피웁니다. 애끓는 부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기만 합니다.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 농사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사는 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고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은 현실,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실망합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걸까?' 되는 일이 없을 때 드는 낙심입니다.
'더 이상 못해 먹겠다' 징글맞게 풀리지 않아 진절머리 치며 내뱉는 말입니다.
다들 잘 나가고 잘 사는데, 나만 운이 지독시리 없는 것 같아 실망은 분노를 불러옵니다.
되는 일이 없으니 사람이고 일이고 모두 집어치우고 싶습니다. 의욕상실입니다.
하는 일마다 꼬이니 홧김에 술을 마시고 폭음, 폭주로 마음을 달래어 봅니다. 건강은 망가지고요.
뭘 해도 안 풀리니 짜증을 쏟아내고 하늘을 원망하고 운명을 탓합니다. 주위 사람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일이 꼬였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난감할 때 입에 불평과 불만을 달고 남 탓, 팔자 탓, 조상 탓을 합니다.
이런다고 해결되는 일은 당연히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가 불쑥 생기거나 어떤 때는 여러 문제가 동시에 덮칩니다.
해결책은커녕 대책도 떠오르지 않을 때는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보라는 조언을 듣습니다. 일단 차분하게 나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하면서요.
취업이라는 부담감에 억눌려 외우기만 급급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잊은 건 아닌지.
옛사랑에 흔들리던 연인을 붙잡지도 못한 나는 용기가 없었던 건 아닌지, 혹시 진심으로 사랑은 했는지.
첫째 녀석에게 신경 쓸 때 둘째 녀석을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경쟁사를 제치고 잘 될 거라 믿고 너무 방심하지는 않았는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은 받아들이고 플랜 B를 찾을 수 있는지.
한 발짝 떨어져서 흘려가는 상황을 바라보면 흔들렸던 마음이 진정되고 꼬인 실타래를 풀 방법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설령 떠오르지 않더라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할 시간이 됩니다. 불가항력적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이고
장맛비가 지겹도록 쏟아져도, 엄동설한에 한파가 몰아쳐도 때가 되면 그칩니다.
어둠을 견디면 여명이 비치고 새벽이 밝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하는 일마다 꼬이고, 뭘 해도 풀리지도 않고 되는 게 없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다 지나갑니다.
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사람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게 우선입니다.
남 탓, 조상 탓, 팔자 탓은 그만, 조금 손해 보더라도 계획보다 늦게 가더라도 '내 탓이요'라는 마음가짐이 꼬인 일을 풀어가는 밑그림이 됩니다. 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 헤엄쳐 나가는 자신이 되려면 말이죠.
인생무상,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오늘은 광박에 피박, 독박까지 썼지만
누가 압니까?
내일은 흔들고 쓰리 고를 외치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