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강릉
중종의 세 번째 비 문정왕후가 잠들어 있는 태릉을 향했다.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 7번 출구에서 202번 버스(그 외에도 많음)를 타고 10분(일곱 정거장)을 지나 태릉 입구에 다다랐다. 버스에서 내려 길 건너에 매표소가 보인다. 노원구민은 50% 할인이 되고 일반 입장료 1,000원이다. 태릉에는 세 곳의 둘러볼 곳이 있다. 조선왕릉전시관, 태릉, 그리고 강릉이다.
조선왕릉 전시관 입구 잔디밭에 석물들이 있다. 완친왕 묘의 석물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완친왕은 고종의 첫째 아들이다. 어려서 천연두에 걸려 14세에 세상을 떠났다. 성북구 하월곡동에 묻혀있던 묘는 도시개발로 인해 고양의 서삼릉으로 옮겨지고 석물은 이곳에 옮겨졌다. 완화군으로 불렸던 완친왕은 똑똑하였다는데 일찍 죽어 왕실에서 매우 슬퍼하였다고 한다. 영민했던 완친왕이 죽지 않았다면 우리 고종황제를 잘 보필하여 일본에 주권을 넘겨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소를 띤 문석인(문인 석물)과 망주석 그리고 신도비(생애를 적은 비)와 장명등(석등)이 놓여있다.
조선왕릉 전시관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그 안에는 왕릉에 대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조선왕릉은 조선의 왕과 왕비, 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 73명의 무덤을 총괄한다. 왕릉은 모두 42기가 있는데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태조비 신의왕후가 모셔있는 제릉과 정종과 정안왕후가 모셔있는 후릉이 북한 개성에 있는 두 기의 능이다.
벽에 하나의 능이 커다란 사진으로 붙어있다. 왜 남양주의 사릉 사진을 걸어 놓았을까? 사릉에는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사릉은 정순왕후가 폐위된 단종을 평생 생각하고 그리워한 점을 담아 생각할 사(思)의 思陵이다. 소나무가 동쪽을 바라보는 나무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영월에 안장된 단종을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왕릉 제향은 정자각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지내는데 고기류 대신 곡류와 채소로 만든 소선을 올린다. 전시관에는 조선왕릉의 이력과 무덤 앞 석물의 종류, 왕릉의 보존 관리 체계, 그리고 무덤에 들어가는 부장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조선왕릉 전시관은 왕릉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한 번에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왕릉을 나와 문정왕후릉을 향했다. 문정왕후는 중종의 세 번째 비이다. 중종의 능은 아버지 성종과 어머니 정현왕후가 안장된 강남의 선정릉에 있다. 문정왕후는 원자 인종이 재위 9개월 만에 죽자 자신의 아들 경원대군을 왕위에 등극시킨다. 11세의 나이로 왕이 된 것이다. 그가 바로 강릉에 안장된 명종이다. 문정왕후는 명종의 뒤에서 왕이 20세가 되던 해까지 수렴청정을 이어간다. 그러나 수렴청정이라는 것이 끝났을 뿐 그때부터 친정이 시작된다. 전하는 이야기로 명종은 20세 이후에도 문정왕후에게 회초리를 맞았다고도 한다. 명종이 32세가 되던 해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난다. 온전한 명종의 시대가 오는 듯했지만 그도 2년 후 숨을 거두고 만다. 20년간 재위 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떠나버린 왕이다.
드넓은 숲과 커다란 소나무는 마음을 가다듬어 주게 한다. 홍살문을 지나 정자각에 이르렀다. 문 뒤로 능이 보인다. 커다란 무석인 뒤로 문석인이 있고 동물의 석상이 있다. 보통은 멀리서 볼 수밖에 없지만 3월부터 12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 10시, 14시에 해설사 선생님과 동행하면 능 앞에까지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
태릉과 강릉은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봄과 가을에는 두 능을 잇는 숲길이 개방되지만 일정 기간 외에는 개방되지 않는다. 이번 개방 기간은 10월1일부터 11월 30까지다. 이때 태릉에 오면 시끄러운 도로를 걷는 대신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두 곳의 능을 관람할 수 있다.
강릉은 명종과 명종의 비 인순왕후의 능이다. 명종이 서거하자 인순왕후는 명종의 조카 하성군을 왕위에 올린다. 인순왕후는 순회세자를 낳았지만 세자는 어린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에 아들이 없었다. 하성군이 왕위에 오른 나이는 14세다. 인순왕후도 수렴청정을 했지만 기간은 1년에 불과했다. 하성군은 사후 그 말 많았던 선조로 불린다.
왕릉은 역사를 품고 있다. 왕릉은 역사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다. 단풍 드는 가을도 좋고 나무와 정자각에 눈 쌓인 겨울도 좋다. 비슷한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40곳의 릉을 찾는 여행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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