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석 Oct 06. 2020

인디밴드 향니 인터뷰

2020. 9.15.

향니는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2인조 밴드로 현재까지 2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EP를 발매했고 유재하 가요제, CJ튠업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고등학교 때 동네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난 동갑내기 이지향과 이준규는 같은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한다. 졸업 후 밴드 향니를 하며 연인이 됐고 지금은 부부의 연을 맺은 음악적 동지, 동반자다.

향니는 팝과 록음악의 여러 서브 장르를 결합한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데 이는 많은 음악을 듣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충분히 소화해 표현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가능하다.

곡마다 앨범마다 팔색조처럼 스타일이 다양하지만 일관되게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게 이들의 매력이다.

향니는 오는 11월 27일(금)에 홍대 프리즘홀에서 열리는 '프리즘 브레이크 - 아트팝 특집' 공연에 출연한다.


- 요즘 인터뷰 때마다 묻는 질문이지만 역시 또 질문할 수밖에 없는데, 2020년 밴드 향니의 일상은 어떤가요? 많은 변화가 있나요?

이준규(이하, 규) :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저희 공연도 물론 없지만 다른 뮤지션 공연 보는 것도 없어지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 마시는 일도 거의 없고 주로 집에 머물게 되니까 작업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지향(이하, 향) : 작업 말곤 할 게 없어요(웃음)


- 수입이 많이 줄었나요?

규 : 줄었죠. 확실이 많이 줄었죠. 저희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나오는 게 있긴 한데 그건 일 하는데 쓰라고 주는 돈이니까 저희 수입이 아닌 거고...


- 올해 가장 아쉬운 일이 뭔가요?

향 : 저희가 아직 외국 공연이 없었는데 올해 영국 공연이 3번 잡혀 있었어요. 그게 다 최소 된 게 가장 속상해요.


- 우와, 그건 참 아쉽네요. 올 해가 향니의 최전성기 일 뻔했겠네요. ㅠㅠ

향 : 그렇죠 ㅠㅠ.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넷플릭스 많이 보고요(웃음). 진짜 재밌는 게 많더라고요.

아, 그리고 저희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요즘 '독립음악코드악보'라는 메일링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인디음악 중 한 곡을 골라 인터뷰와 연주 영상을 찍고 거기에 코드악보를 첨부해서 구독자에게 보내는 사업예요. 이제 막 시작했는데 반응이 괜찮아요.

인디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그 영상을 보고 집에서 기타 치며 연주해 볼 수 있게 하는 취지의 기획예요.


- 예전에도 향니가 '반지하 라이브'라는 유튜브 영상 시리즈를 제작하지 않았었나요?

향 : 네 그것도 지원사업으로 했던 거예요.


- 지금은 안 해요?

향 : 그게 전에 저희가 반지하에 살아서 저희 집에 뮤지션들을 불러 찍었던 건데 저희가 이제 이사해서 반지하에 더 이상 살지 않아요(폭소)


- 아, 돈 벌어서 지상으로 간 거군요(웃음)

규 : 아뇨 돈은 똑같은데 좀 더 홍대에서 멀어진 곳으로 이사 갔어요. 이제 저희도 고양이도 햇빛을 좀 보고 살아야겠더라고요.


- 향니 활동과 그런 나름 소소한 사업 외에 또 어떤 작업을 하나요?

향 : 영화음악 일을 좀 하죠.


- 오, 그래요? 몰랐어요. 어떤 영화를 했는데요?

향 : 가장 유명한 건 '신과 함께' 또 '군함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등.

규 : 영화음악으로 익힌 스킬로 악보 프로그램 만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 아까 얘기한 '독립음악코드악보' 사업을 시작한 거죠.


- 들리는 음악 말고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한 때는 언제고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규 : 저는 중학교 때 Eminem, 2Pac 등 힙합으로 음악에 입문했다가 Nirvana, Metallica 들으며 록으로 넘어갔죠. 그러다 친구가 기타로 'Smells Like Teen Spirit'을 치는 거 보고 충격받아서 아버지 졸라 일렉기타 사고 쭉 치다가 이걸로 대학 가야겠다 마음먹었죠.

향 : 저는 초등학교 때 신화 팬이었는데요(웃음), 신화 이민우가 자기 이상형이 Christina Aguilera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지 한 번 찾아보자 해서 'Come On Over'를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로 Britney Spears, 'N Sync 이런 거 들으며 팝키드로 자랐어요.


- 춤도 따라 했나요?(웃음)

향 : 춤도 열심히 췄어요. 애들 모아서 댄스 동아리도 하고. 저는 춤추면서 노래하는 그냥 보통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 그런 마음으로 실용음악학원을 다닌 건가요?

향 : 아뇨 그때부터는 뮤지션이라는 개념이 생겼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고 노래를 열심히 해서 그걸로 대학을 가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들었어요.


- 이준규 씨는 오리지널 향니 멤버는 아니었고 좀 지난 다음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는 아니었나요?

규 : 네 전혀 아니었어요. 그냥 학교 친구사이였죠.


- 그럼 언제 남녀 관계가 된 건가요?

향 : 1집 앨범 나오고 나서 2014년 무렵부터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그냥 기타 잘 치는 애였는데 언제부턴가 '와 멋있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웃음)


- 두 사람은 흔히 '실용음악과 스타일'이라고 하는 음악과 많이 다른 음악을 하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규 : 저는 원래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음악을 좋아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게 좋고 맞는 친구는 그런 음악을 하는 거고요, 저는 배울 건 배우고 원래 하던 거 하는 느낌예요.

향 : 저희 학교는 선생님들이 본인 스타일 따라 하라고 하는 편이 아니라 학생들 개성을 인정해 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선생님 권유에 의해 유재하 가요제도 나가서 가창상 탔고요.(웃음).

사실 저는 팝과 R&B 마니아였는데 향니 1집 때는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어서 일부러 애쓰고 노력한 점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럽지 않고 억지로 튀려고 했던 면이 보여요.


- 그런데 저는 향니 1집의 그 인디밴드 같지 않고 뮤지컬 음악 비슷한 독특한 개성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고 좋은 반응을 얻게 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요.

향 : 그렇긴 한 것 같아요. 재미있었어요. 어떨 때는 당시 튀려고 했던 게 쪽팔리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하는데 요즘 다시 들어보니까 좋던데요. '아 내가 좋아하는 거 하긴 했구나' 생각도 들고.


- 이준규 씨는 기타 세션도 많이 하지 않았나요?

규 : 많이 했죠. 장재인 밴드도 했고 리쌍, 나윤권, 기리보이 등등 많이 했어요.


- 힙합 뮤지션이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네요(웃음)

규 : 제가 힙합을 좋아하고요, 발라드나 일반 가요 가수들 세션보다는 힙합이 제 스타일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는 이제 기타를 놨어요. 향니에서도 제가 하는 또 다른 밴드인 '불고기디스코'에서도 베이스만 칩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기타만 쳤는데 이제 질려서 못 칠 것 같아요. 대신 베이스가 주는 우직하고 푸근한 매력에 푹 빠졌어요.

기타를 놓으니까 세션 의뢰도 별로 없고 베이스 세션이 들어오면 흔쾌히 열심히 할 생각 예요.


- 1집 이후 2집 EP까지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고 음악적 변화도 많았는데 그에 관한 얘기를 좀 들려줄래요?

향 : 2집에 대한 구상과 아이디어는 1집 발매 후 바로 세웠고요 곡도 이미 다 썼었어요. 곡 쓰는데 4년 걸린 게 아니고... 그런데 저희가 원하는 록킹하면서도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구현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멤버들 군문제. 멤버들의 이런저런 다른 일들 등등해서 오래 걸린 거죠.


- 2집 때부터 기존 4인조에서 2인 체제로 바뀌었던가요?

규 : 아뇨, EP때 까지는 4인조였고 3집 때부터 둘이 했죠.


- 향니라는 이름이 이지향 씨 게임 아이디에서 나온 거고 유재하가요제 때는 이지향 개인으로 출전했고 CJ튠업 때도 밴드 개념보다 이지향 솔로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는데, 언제부터 실질적인 밴드 개념으로 가게 된 건가요?

향 : 혼자 많이 했지만 계속 밴드에 로망 같은 게 있었고요, 근데 어떻게 밴드를 해야 되는지 잘 몰랐어요. 이제는 준규랑 같이 하면서 밴드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 그럼 2집 EP때, 4인조 체제 때까지는 밴드라기보다 이지향 백밴드에 가까운 형태였던 건가요?

향 : 2집은 다른 멤버들이 군대도 가 있었고, 사실 준규랑 저랑 둘이 다 한 거예요. 굳이 말하면 밴드와 솔로 프로젝트의 중간 정도 형태라고나 할까요...

오히려 CJ튠업 선정된 이후 작업에 들어간 1집이 제가 주도적으로 만든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합주도 많이 하고 매주 공연하고 좀 더 밴드에 가까웠죠.


- 향니는 처음 시작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주로 이지향 씨가 리더로 부각되는데 이준규 씨는 그런 면에서 나도 전면에 부각되고 싶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심이 없나요?

규 : 누구나 내면에 그런 욕심이 있겠지만 저는 내성적이고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거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어요. 대신 제 존재감을 작업할 때 많이 표출하죠.

향 : 작업할 때 준규는 매우 엄격하고 예민하고 무섭습니다.


- 향니 음악이 1집, EP, 정규 2집 계속 변하고 있는데, 저는 시기별로 두 사람의 취향이 반영됐다고 봐요. 앞으로도 많이 변하겠죠?

향 : 저희가 EP 때 너무 힘을 많이 들인 음악을 했었요. 좋은 음악이 나왔던 건 같은데 '이렇게 피곤하게 하는 게 음악적으로 건강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계속 생각하는 건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자, 이런 모토를 갖고 있어요.

규 : 좀 더 부연하자면 마스터피스에 집착하면 전처럼 4년 걸릴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것보다 그때그때 느끼는 걸 자연스럽게 힘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표출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 그럼 정규 3집이 조만간에 나오나요?

향 : 그것보다 지금은 다른 뮤지션들과 콜라보 싱글을 계속 내려고 해요. 이미 '텔로포니스트'라는 전자음악 프로듀서와 같이 한 곡이 나왔고 10월에는 래퍼와의 콜라보 싱글이 또 나와요. 이런 식으로 계속 재밌는 작업을 하는데 일단 주력하고 있어요.


- 뭐 어렴풋하고 잘 안 잡히겠지만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할 것 같아요?

향 : 그건 저희도 잘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기조는 댄스 뮤직,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어요.


- 요즘 어떤 음악 들어요?

향 : Lady Gaga 신보 좋아서 많이 듣고요 전자음악 프로듀서  Arca 신보도 너무 좋고요...

규 : 저는 근 10년래 계속 Knower라는 일렉트로닉 재즈팀 좋아하고요 Ginger Root, Benny Sings 이런 팀들 최근에 알게 돼서 많이 들어요.


-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고 11 27 '프리즘 브레이크 - 아트팝 특집' 공연 기대 많이 할게요

향 & 규 : 고맙습니다. 향니와 '독립음악코드악보'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