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16.
밴드 '불고기디스코'(이하 불디)는 2년 전 결성된 밴드로 KOXX출신의 이현송(기타, 보컬), 향니의 이준규(베이스), 블락스(Blocs)의 드러머 김형균, 밴드 아침을 거친 김동현(기타), 사운드 엔지니어 허정욱으로 구성돼 있다. 멤버들의 전현직 경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각자 오랜 경력을 지닌 인디씬 실력자들이다. 이들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는 애매하고 에너지와 신명이 넘친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불디는 작년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 <인디스땅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오는 3월 26일(금)에 홍대 프리즘홀에서 열리는 <프리즘브레이크 vol. 7 - 그루브 스페셜> 공연에 출연 예정이다.
- 역병과 환란의 시기에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현송(이하, 송) : 잘 지내고 있어요. 다행히 멤버들이 있어서 힘이 되고요 저보다 훨씬 힘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불디가 결성된 지 한 2년 된 것 같은데 결성 동기가 어떻게 되나요?
이준규(이하, 규) : 드러머인 형균이 형이 한 번 모여서 뭔가 해보자 제의를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송 : 형균이 형과 저는 예전부터 뭔가를 같이 하자고 얘기했었고 이제 정말 그때다 해서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준규와 동현이가 가담하게 됐어요.
-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는 허정욱 씨 외에는 다 같은 학교 실용음악과 선후배로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 같이 모여 연주하거나 활동한 적은 없나요?
규 : 이렇게 4명이 모두 모여 한 적은 없는 것 같고요 이렇게 2명, 저렇게 3명 이런 식으로 모여 합주하고 그런 적은 많이 있었죠.
- 그런데 다른 학교 출신이고 연주자가 아닌 허정욱 씨는 어떻게 정식 멤버가 됐나요? 밴드에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데요.
규 : 정욱이 형은 동현이 형이랑 고딩 때 부터 알던 친구고요 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전문가인데 저희 싱글을 작업하며 친해졌고 불디음악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어느 날 멤버로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그래 같이 해요' 그렇게 된 거죠.
송 : 드문 경우긴 한데 '이 친구랑 같이 하면 ‘우리가 좀 달라지겠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겠다.' 싶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지금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작편곡, 작사도 같이 해요.
- 그러면 불디는 모든 곡이 공동작업이고 공동 크레디트인가요?
송 : 네 그렇게 해요. 그게 밴드의 이상적인 형태 아닐까 싶어요.
- 현송 씨는 KOXX가 활동을 멈춘 뒤 얼마 후에 불디를 하게 된 건가요?
송 : KOXX 활동 중일 때 시작한 거죠. KOXX 활동할 때 밴드가 점점 일렉트로닉, 디지털화 돼가고 있어 개인적인 갈증이 있었어요. 좀 더 내추럴하고 원초적이고 살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거죠. 첫 공연을 제비다방에서 했는데 드럼이 막 쿵쾅거리니까 '그래 이거지'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 음악이구나 하는 그런 감흥...
- 그랬군요. 독특한 밴드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건가요?
송 : 당시 저희가 디스코에 푹 빠져 있었어요. 본령이 록이긴 한데 록은 저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흔한 본능적인 단어인 것 같았고요 그에 비해 디스코는 비교적 새롭고 트렌디한 느낌이 들었고 디스코 정신을 살펴보면 사랑도 있고 평화도 있어요. 오죽하면 디스코 밴드 이름이 '사랑과 평화'겠어요(일동 웃음). 그래서 일단 디스코를 정해 놓았어요.
규 : 그리고 저희가 글로벌한 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한국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가 필요할 것 같아 비빔밥도 생각해보고(웃음) 그러다 불고기를 떠올리게 된 거죠.
- 두 사람이 정했나요?
송 & 규 : 다 같이요. 주위 사람들에게 이 이름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니까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 여기서 질문! '술탄 오브 디스코'란 다른 밴드가 있는데 의식되지 않았나요?
송 : 의식됐죠. '술탄 오브 디스코'도 그렇고 '타이거디스코(디제이)'도 그렇고. 그런데 같이 묶여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았어요.
규 : 오히려 술탄이랑 같이 디스코조인트 공연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애프터파티에서 타이거디스코가 디제잉하면 더욱 멋질 것 같고요. 저희는 불고기란 단어에 뜨겁고 열정적인 느낌이 들어 있어 더욱 마음에 들어요. 저희 본령인 록음악의 이미지가 깔려있는 느낌도 있고...
- 지금까지 불디는 싱글과 EP만 여러 번 발표하고 앨범은 아직 없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규 : 올해 말 계획하고 있어요. 기존 발표된 곡 중 추려서 신곡과 같이 수록할 예정이에요.
- 불디가 출범하고 막 인기몰이를 할 것 같은 찰나에 코로나 사태가 터져 공연도 거의 할 수 없었을 테고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견뎌왔나요?
규 : 별짓을 다했죠. 유튜브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려 팬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고 그걸 매주 하고 있어요. 매주 일요일 4시에 유튜브 불디채널에서 라이브로 스트리밍 해요.
- 제가 불디 음악을 들어보면 스타일이 다양한 것 같아요. 록킹한 곡도 있고 말랑한 그루브도 있고. 그런데 곡마다 스타일이 다양해도 산만하지 않고 일관적인 무언가가 있어요. 그게 짬밥이고 내공인 것 같은데 본인들은 불디음악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요?
송 : 제일 간단하고 멋있는 건 '장르가 불고기디스코'였으면 좋겠어요.(일동 웃음)
- The Beatles나 Led Zeppelin 같은 대가가 되고 싶다는 거네요.(웃음)
규 : 장르를 뭐라고 딱히 지정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남녀노소 흥을 돋우는 음악이라고 하고 싶어요. 모두를 위한 신나는 음악이요.
-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은 게 불디의 음악적 목표가 아닌가 싶어요.
일동 : 네 맞아요. 저희 음악에 춤이 또 불가결하고요.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어요.
- 오늘 인터뷰 수고 많으셨어요. 3월 26일 <프리즘브레이크 vo. 7 - 그루브 스페셜> 공연 기대할께요.
일동 :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