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석 Jan 10. 2020

싱어송라이터 에몬 인터뷰

2019년 12월 12일

에몬은 200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 EP [그리움이 만나는 시간]을 2010년에, 정규 1집 [In Your Sight]를 2014년에 발표했다. 작년 2019년에는 5년 만에 정규 2집 [네가 없어질 세계]를 발매하여 평론가,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에몬은 오는 1월 31일 새로운 시리즈 공연인 <Prism Break vol.1>을 앞두고 있다.


- 앨범 사이 기간을 보면 첫 EP 나온 뒤 4년 있다 1집 나오고 또 5년 뒤 2집이 나왔는데 이렇게 길어진 이유가 뭔가요?

좀 길었죠, 그냥 게으른 거랑 곡이 잘 안 나오는 거랑 섞여 있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제작비가 없으니까 돈을 모으느라 길어진 거죠.


-다음 앨범은 좀 짧아지나요?

그러고 싶어요. 2020년에 EP가 됐던 앨범이 됐던 낼 계획을 갖고 있어요.

사실 제가 사는 집이 이번 앨범 녹음한 스튜디오와 같은 건물에 있는데 2020년에 재개발되거든요. 그래서 나가야 되는데 나가기 전에 음반 하나 녹음하고 나가려고 해요.


- 녹음실이 같은 건물이라니 좋았겠는데요

사실 음악 친구들이 건물을 임대해서 지하에 녹음실 차리고 각자 위층에 생활하는 형태여서 작업하기 편한 구조였죠.


- 재개발되면 녹음실은 이전하나요?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지만 재정이 열악해서 문을 닫을 것 같아요.


- 제 느낌에는 에몬 씨 음악이 일본 음악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예전에 일본어 가사로만 된 곡도 발표했었고, 어떤가요?

어릴 때는 남들과 같이 영미 음악을 많이 들었고요, 일본 음악은 오히려 최근에 더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일본에 써니데이서비스(注1), 스피츠(注2) 공연도 보러 가고 하거든요.

사실 중학교 시절 부모님 때문에 일본 삿포로에 살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다지 일본 음악에 빠져있지는 않았어요.

중3 때 다시 한국 돌아와서 시골 학교에 다녔는데 친구도 없고 적응도 힘들어서 여러 음악을 많이 들었죠.

사람이 원래 얘기할 상대 없으면 음악 많이 듣게 되잖아요.


- 그 당시 주로 어떤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비틀즈도 듣고 라디오헤드랑 브릿팝도 듣고 한국 인디 중에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 등 들었죠.

제일 좋아한 건 너바나였고요.


- 그럼 중고교 시절에 기타도 치고 그랬나요?

기타는 대학교 동아리 밴드 하면서 처음 접했고요, 어릴 때 피아노 레슨 받았고 일본에서는 취주악부에서 플루트를 불었어요. 그런 음악적 수업을 쌓아서 그런지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남들보다 악기를 빨리 익혔어요.

다들 초보자고 귀카피가 안 되는 음감 부족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제가 다른 파트 멜로디를 카피해서 알려주고는 했어요. 그때 베이스, 드럼도 혼자 익혔고요.


- 대학 밴드에서는 기타와 노래를 했나요?

아니요, 밴드에서는 연주만 했고요 지금 제 앨범 엔지니어이자 스튜디오 사장인 친구가 노래를 했었어요. (웃음) 사회에 나와서 프런트맨이 바뀐 거죠 (웃음)


- 피아노와 플루트를 불던 청소년 시절에 곡도 썼나요?

피아노 연주곡 같은 거 끄적거리긴 했어요. 노래가 들어간 곡은 아니었고요.

그때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을 때였어요.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죠.


- 지금 하는 음악과 청소년기에 좋아했고 만들거나 연주한 음악이 변한 건가요?

제 생각에는 다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이거저거 다 해 보고 싶었는데 조금씩 영향을 다 미친 것 같아요.


- 제가 듣기에 에몬 씨 음악이 포크적이라기보다는 기타팝등의 영향이 많이 느껴져요.

네 그런 면이 많죠. 써니데이서비스 영향도 그렇고.

저는 다시 태어나면 Big Star(注3) 같은 파워팝 하고 싶어요.

지금 하기에는 많이 늦은 것 같지만...


- 본인을 판덕이라고 표현한 바도 있는데 음반 디깅을 많이 하나 봐요.

일본에 자주 가는데 한 번 가면 3-40장씩 사 오고는 해요. 디스크유니온 같은 곳에서요.

어릴 때 일본에서 살 때는 오히려 돈이 없어서 많이 못 샀고요 제가 벌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했죠.

한국에서는 주로 온라인으로 사고요.


- 에몬 씨는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음악을 병행하고 있는데 본인을 프로 뮤지션으로 자각하고 있나요?

전업은 아니지만 들어주는 분들이 계시고 정식 음반을 발매하니까 프로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공연에 1명이 오던 10명이 오던 빡세게 연습해서 준비하려고 해요.

근데 다른 인디뮤지션들 중에는 자신을 프로라고 자각하지만 현실은 돈도 못 벌고 시궁창 같으니까 '아, 나는 뮤지션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없구나'하면서 그 말에 숨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치열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핑계가 되는 거죠. 


- 전에 신인 발굴, 제작지원 오디션 등에 지원한 적 있나요?

몇 번 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래서 친구나 지인들이 저를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저는 납득이 돼요. 음악성은 원래 주관적이라 기준 잡기 모호하고 제 노래가 아주 캐치하거나 파워풀하거나 그렇게 한 방에 사로잡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때는 무대 울렁증도 있었고요. 저를 뽑기에는 모든 면에서 애매했죠.

그런 상황과 2014년에 낸 1집 반응이 별로여서 한 동안 활동을 쉬었어요. 저는 그 앨범을 진짜 좋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이 세상과 나는 잘 안 맞나 보다고 생각했죠.


- 마케팅이 별로였나 보죠.

제 자신과 제 음악이 상품가치가 있다면 마케팅이 붙었겠죠. 다른 회사들로부터 제안을 받는다던가.

그런데 저는 제 음반이 다른 음반과 비교해봐도 참 좋은데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아, 나는 이 시대랑 안 맞나 보다. 이제 그만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2015년 써니데이서비스 내한공연을 보게 됐는데 너무 감동받아서 '아, 다시 해야겠다' 했어요 (웃음)


- 2집 앨범을 쭉 들어보면 개인적인 느낌이나 관계 등을 노래하는 것 같고 제목을 '네가 없어질 세계'라고 붙인 거 보면 주로 상실감에 관한 얘기들인가요?

그렇게 슬퍼하며 만든 음반은 아닌데요 (웃음)


- 아니 슬프지는 않아요 (웃음). 담담하게 부른 것 같은데 (웃음)

5년간 공백을 겪으며 그 사이 제가 좋아했던 공간, 사람이 없어진 경우도 많고 앞으로도 분명히 비슷한 일이 생길 텐데 거기에 대해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이어지면서 나왔던 곡들예요. 상실감이라기보다는 언제든지 뭔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나온 음반예요. 그렇지만 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웃음)


- 최근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걸로 아는데 혹시 좋은 곡이 나올만한 영감 받은 거 있나요?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쭉 있었고요, 바로 옆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반나절 갔다 왔어요. 계속 미술관에서 그림만 보다 왔는데요 지금 당장은 연말연시로 바빠서 그림들만 아른거리고 떠오르는 게 없지만 계속 부딪혀봐야죠.


- 쟁여놓은 곡은 많은가요?

2집에 탈락한 곡들이 20곡 정도 있고요...


- 본인 생각에 후지다고 생각한 곡들이 대중에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웃음)

할 수 있는 건 재생하고요 모자라면 더 써서 채워야죠.


- 제가 데뷔 EP부터 1집 2집까지 쭉 들어보니까 점점 리듬 섹션과 비트가 강조되는 느낌이고 다른 싱어송라이터보다 베이스와 드럼에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맞나요?

제가 베이스와 드럼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2집 작업할 때 드러머와 베이시스트를 엄청 찾아다녔고 곡에 맞는 베이시스트를 여러 명 배치했어요. 제가 베이스 친 곡도 있고요.

복 받았죠, 누가 요즘 그렇게 여러 세션을 쓸 수 있겠어요.


- 돈을 주니까 한 거 아닌가요 (웃음)

그렇긴 하죠. 그런데 많이 못주니까요. 그럼에도 정말 좋은 연주자들이 참여했고 스튜디오 혜택도 많이 받았고요.


- 그래서 그런지 다른 싱어송라이터 앨범보다 늘어지거나 텐션이 떨어지는 것 없이 재밌게 들을 수 있었어요.

네 고맙습니다. 그런 분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네요. 


-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고요 1월 31일 공연 기대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注1) Sunny Day Service(サニーデイ・サービス) : 90년대부터 활동한 일본의 인디록 밴드

注2) Spitz (スピッツ) : 80년대부터 활동한 일본 록밴드. 한국에서도 인기 높고 여러 번 내한공연도 했다.

注3) 70년대 활동한 미국 록밴드. 파워팝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