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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석 Feb 23. 2020

전자음악 듀오 Animal Divers 인터뷰

2020년 1월 28일

Animal Divers는 펑크록밴드 '슈가도넛'과 전자음악팀 '루디스텔로'를 거친 안성훈과 월드뮤직 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와 핸드팬(Handpan)을 연주하는 조현으로 구성된, 전자음악과 월드뮤직이 결합된 음악을 하는 밴드다. 

디저리두는 나무로 만든 호주 원주민의 관악기로 인류 최초의 악기로 불린다. 핸드팬은 스위스에서 처음 발명된 악기로 솥뚜껑 같이 생겼으며 타악기와 선율악기의 양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두 악기 모두 원초적이고 영적인(spiritual) 소리를 낸다.

Animal Divers는 결성된 지 2년 남짓이지만 독특하고 개성적인 음악으로 국내외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고 오는 3월 6일 새로운 시리즈 공연인 <Prism Break vol. 2 - 일렉트로니카 특집>에 출연할 예정이다. 


- 먼저 궁금한 게 안성훈 씨는 펑크밴드 슈가도넛이나 역시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루디스텔로의 핵심 멤버로 제가 전부터 잘 아는데 조현 씨는 잘 몰라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조현 : 저는 밴드 씬의 관객으로 페스티벌도 다니고 루디스텔로도 보러 다니고 했었는데요, 2013년에 인도에 6개월 정도 좀 길게 여행을 가게 됐고 거기서 호주와 유럽 친구들을 통해 디저리두와 핸드팬을 접하게 됐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몇 명 없는 국내 연주자들과 같이 공연기획도 하면서 교류하게 됐고요. 그러던 중 원초적인 악기만 다루다 보니 현대적인 미디 사운드도 배워보고 싶어서 레슨 선생님을 찾았어요. 되도록이면 선생님이 라이브를 하는 현역 뮤지션이길 바랐고요. 그럴 때 안성훈 형의 레슨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된 거죠.


- 그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나요?

조현 : 루디스텔로 공연을 보던 관객 중 한 사람이죠. 안산밸리록페에서 이디오테잎과의 콜라보 무대도 봤고요. '어 이 사람이 미디 레슨을 한다고?' 하며 놀랐고요,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난 거죠. 


- 처음에 레슨으로 만날 때 둘이 같이 뭘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은 없었나요?

조현 :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가지고 간 사운드 소스를 형이 만지는 걸 보면서  '어, 이렇게도 뭐가 되는구나'하고 놀랐고 생각을 가다듬어서 몇 개월 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죠. 


- 조현 씨는 2013년 이전에는 음악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나요?

조현 : 음악을 좋아했고 기타나 젬베 레슨 같은 거 받은 적 있지만 무대에 서거나 한 적은 없고요, 어렴풋한 열망은 있었죠.


- 그럼 다른 일을 했었나요?

조현 : 잡지사 에디터였어요. 


- 그렇군요. 지금 자신의 작업실 겸 레슨 스튜디오를  하고 있는데 그건 언제 차린 건가요? 잡지사 그만둔 후인가요?

조현 : 2017년에 시작했고 처음에는 회사일과 병행하다가 힘에 부치고 집중이 안돼서 2018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 활동과 스튜디오에 올인한 거죠.


- 디저리두나 핸드팬이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악기인데요, 수강생이 얼마나 되나요?

조현 : 지금 디저리두보다는 핸드팬 인기가 높고요, 처음에는 수강생이 2-3명 정도밖에 안됐는데 현재는 꽤 많이 늘었어요.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인기가 높았는데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명상 붐 등을 타고 관심이 높아졌어요.  


- 유럽에서는 핸드팬 연주나 퍼포먼스 무대가 많은가요?

조현 : 나라마다 핸드팬 페스티벌이 있고요. 세계적인 연주자는 해외투어를 다니기도 하죠. 워크숍도 하고요.


- 두 사람 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두 사람이 만난 이후 같이 시작한 건가요?

안성훈 : 제가 먼저 시작했고 한 3번 혼자 다니다가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조현 : 팀 이름에 Divers가 들어가니까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안성훈 : 팀 이름 지을 때부터 스쿠버를 같이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지었죠.(웃음)


- 안성훈 씨는 원래 록밴드 기타리스트인데요 루디스텔로부터는 전자음악을 해왔고 지금은 또 월드뮤직과 전자음악이 크로스오버된 음악을 하는데, 점점 취향이 넓어지고 있는 건가요?

안성훈 : 슈가도넛을 오래 하면서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록음악도 좋아했지만 강한 전자음악도 원래 좋아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포메이션의 팀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타리스트로서 욕심은 더 이상 없었고요 기타는 안쳐도 좋으니 좀 더 발전한 진정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모색을 하던 중 2012년에 전부터 알던 박상진 씨와 같이 루디스텔로를 하게 된 거죠.


- 안성훈 씨는 미디를 언제부터 다룬 건가요?

안성훈 : 기타 치기 전부터 컴퓨터 음악을 독학으로 익혔고요, 틈틈이 배운 걸 제 솔로 앨범에 살짝 녹여내는 정도였어요.


- 조현 씨는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며 성장했나요?

조현 : 힙합 좋아해서 애들 모아 동네 래퍼 정도 했고요(웃음) 안성훈 형과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건 Chemical Brothers 같은 강한, 록적인 전자음악도 좋아했어요. 록밴드로는 The Beatles나 Oasis도 좋아했고요. 

음악을 하가 시작하면서부터는 Underworld, Four Tet, Chemical Brothers 같은 전자음악을 많이 들어요.


- 안성훈 씨는 조현 씨가 월드뮤직 악기로 전자음악과 결합된 음악을 제안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안성훈 : 그런가 보다 했는데 레슨 도중에 디저리두와 핸드팬을 곡 형태로 녹음해 온 걸 듣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 저렇게 게 해 보는 게 어때?' 하는 식으로 편곡적인 코멘트도 하고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 안성훈 씨는 조현 씨 만나기 전에 일반 대중음악 말고 원초적인 악기나 월드뮤직 등에 관심이 있었나요?

안성훈 : 거의 없었어요.


- 밴드 시작한 지 2년 좀 넘었는데 영국도 가고, 중국, 러시아 공연도 했잖아요. 회사 소속도 아닌데 어떻게 연결된 건가요?

조현 : 모든 기획과 홍보는 0부터 100까지 저희가 직접 다 하고요, 운이 좋았죠. 잔다리 페스티벌에 사활을 걸고 홍보물을 만들어 매일매일 열심히 돌렸어요. 그게 주효했는지 관심 갖게 된 외국 관계자들이 공연을 보러 오게 되고 그렇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 제 생각에는 Animal Divers 음악이 월드뮤직 기반이고 보컬이 없는 음악이라 대중적인 대박은 아니겠지만 잠비나이처럼 세계시장에서 마니아들에게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현 : 점점 반응이 좋고 늘어나고요, 우스갯소리로 저희들은 목표가 월드와이드 언더그라운드 킹이라고 해요.

안성훈 : 메인스트림 음악은 아니니까요.


- 올해 해외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조현 : 중국은 코로나 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고요 여름에 몽골 Playtime 페스티벌에 나갑니다. 중국은 이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고요.


- 외국에 디저리두와 핸드팬, 전자음악을 섞어 연주하는 다른 팀이 또 있나요?

조현 : 제가 열심히 서칭하는데 이 조합으로는 아직 저희가 유일한 것 같아요.


- 그럼 '세계 유일의 팀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녀야겠네요.(웃음)

안성훈 : 아닌 게 아니라 이번 겨울 태국 여행 갔을 때 만난 친구가 이런 음악과 포메이션은 처음 봤고 something new라고 칭찬하더라고요.


-  곡 작업방식이 어떻게 되나요?

안성훈 : 제가 미디작업을 해서 여기다 디저리두를 이렇게 부르면 좋겠다 얘기하면 현이가 그렇게 부르고 그걸 다시 편집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하죠. 


- 디지털 신디사이저도 쓰나요?

안성훈 : 네 많이 씁니다.


- 음악은 크로스오버지만 공연은 록밴드랑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다른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이랑 교류는 어떤가요? 예를 들어 잠비나이나 국악과 전자음악을 크로스오버하는 공명 같은 팀들이 있는데...

안성훈 : 특별히는 없고요, 그런데 민요 하시는 국악 보컬리스트와 콜라보 계획이 상반기에 잡혀있어요. 

조현 : 저희는 잘 몰랐던 분인데 저희 음악 많이 들으시고 좋아하셔서 같이 하자고 그 분이 제안을 했어요.


- 제 생각에는 Animal Divers 음악이 전형적인 대중음악 공연보다 미술이나 기타 예술 장르에서 많은 요청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조현 : 그렇지 않아도 이미 패션쇼나 예술회관 런치콘서트 같은 곳에서 공연을 여러 번 했었고 음악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 곳의 기획자들은 항상 새로운 형식의 것들을 찾는가 봐요. 아, 이은결 씨의 마술쇼도 같이 했네요. 은결 씨가 핸드팬에 관심이 많아 알게 됐거든요. 


- 소속사도 없고 밴드 연조도 짧은데 생각보다 섭외가 많이 들어오나 보네요.

조현 : 열심히 홍보하고 있고 블로그나 보도자료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 직접 매니지먼트 해나가는 게 은근히 재밌어요.


- 요즘은 어떤 음악 주로 들어요?

안성훈 : 전자음악 주로 듣다가 요새는 명상음악 많이 들어요.

조현 : 저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명상음악이나 앰비언트 류가 있고, 언제나 항상 참고해야 되는 핸드팬 음악이 있고 Four Tet류의 전자음악이 있고, 그렇게 들어요.


- 명상음악 쪽은 음원이나 정보를 어디서 구해 듣나요?

안성훈 : 유튜브나 애플뮤직에서 찾아 듣거나 연관 음악 큐레이션 되는 걸 주로 듣죠.


- 본인들은 이 밴드의 정체성을 크로스오버, 일렉트로닉 또 다른 게 있다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안성훈 : 곡자체만 보면 일렉트로닉인데 아직 안 해본 게 많아서 크로스오버적인 부분을 많이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 아까 얘기한 국악 보컬리스트와의 콜라보는 기존 곡에 보컬을 얻는 건가요? 아님 새로운 곡을 만드나요?

안성훈 : 저는 새로 만들고 싶어요. 올해 주기적으로 싱글을 낼 계획이 있는데 그 곡들을 되도록이면 다른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으로 하고 싶어요.


- 보컬이 없는 곡들이라 추상적인 느낌을 갖고 Air라던가 Openwater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이는데, 그런 건 노래 만들어 놓고 느낌에 따라 붙이나요? 아니면 제목을 정해 놓고 작업하나요?

안성훈 : 곡 만드는 중간에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에 따라 붙이죠.


- Animal Divers 활동 외의 각자 개인 활동이나 다른 프로젝트는 없나요?

조현 : 저는 디저리두나 핸드팬 독주를 하거나 동료 연주자들과 같이 하는 활동이 있고요, 요가나 명상음악 하는 분들이 연락 주셔서 그런 분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또 있죠.


- 디저리두나 핸드팬 독주, 이런 걸 음원 음반으로 발표한 적은 없나요?

조현 : 네 아직 없어요. 생각은 하고 있는데 Animal Divers 활동하다 보니 퀄리티에 욕심이 많이 생겨서 제 개인작업이 좀 더 영근 다음에 할 계획이에요. 


- 안성훈 씨의 다른 밴드나 프로젝트, 솔로 활동은요?

안성훈 : 지금은 Animal Divers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올 해부터 루디스텔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루디스텔로 곡 작업도 많이 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솔로 활동은 당장 생각이 없고요.


-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고요 3월 6일 공연도 기대할게요.

일동 :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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