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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라로 Nov 17. 2024

가을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유럽 여행을 떠올리면 대부분 사람들이 여름을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여름의 유럽을 정말 좋아한다. 꽃들이 만발한 파란 하늘 아래의 유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잔디밭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아이들, 그 생동감과 여유로움 속 낭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가을을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한여름이 되면 너무 더워서 오래 걷기조차 힘들어지는 기후도 한몫하고, 특히 여름의 모기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정말 좋아했던 여름에 대한 설렘은 이제 날씨가 후끈해지기 전의 초여름까지만 해당하는 것 같다.



유럽의 여름이 삶의 활력을 보여준다면, 가을은 알 수 없는 위로를 선사한다. 마치 누군가가 붓으로 찍어 놓은 것처럼 예쁜 단풍잎이 흔들리는 나무들, 그리고 그저 카메라로 눈앞의 풍경을 찍었을 뿐인데 누구나 사진작가가 된 것처럼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내는 가을의 모습은, 가끔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과 위로를 주기도 한다.


작년쯤, 머릿속이 복잡했던 시기에 나는 종종 가을 풍경을 곁에 두고 산책을 하곤 했다. 복잡한 내 마음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가을 낙엽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다정한 낙엽의 느낌 덕분인지, 내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가을은 차분하고 고요한 계절이다. 하지만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깃든 리듬과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잔잔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하루 속에서 문득문득 들려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이렇듯가을은 단순히 고요하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면을 울리는 깊이와 삶을 채우는 생동감이 공존하고 있다.



낙엽을 통과하는 햇빛은 낙엽의 고운 색들과 어우러져 가을만의 독특한 색감을 만들어낸다. 약간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 공기 속에서 햇살은 우리의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이며 다정하게 위로해 준다. 어느 날 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원을 빌었던 기억이 있다. 공원의 가을 나무를 바라보며, ‘내년 가을에 다시 이곳에 왔을 때는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들이 이루어져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다. 그리고 1년 후, 그 소원을 품었던 공원 길을 다시 걸었을 때, 내 바람이 이루어진 채로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오늘도 낙엽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아준다. 이번 가을에도 나는 가을의 낙엽에게 간절한 소망을 빌어본다. 그리고 다음 가을, 내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지금 내 마음속에 품은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져 있기를 바라며, 가을의 햇살 가득한 공기 속으로 손을 내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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