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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롱이 Mar 15. 2024

<숨을 쉬고 있습니다>

달리는 마음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힘껏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방이라 그런지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집이라는 공간이 가져오는 안락함만은 여느 공간보다 기분 좋은 느낌을 갖게 한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방을 잠시 둘러보고 핸드폰을 찾았다. 아침 7시 10분.

알람은 8시지만 알람을 듣고 일어난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어제 마신 술은 해장을 바라지 않는 듯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다.


슬금슬금 일어나서 옷을 하나씩 갈아 입었다. 

'날이 안추우니까 오늘은 반팔만 입을까...' 봄이 온듯 아닌데  어정쩡한 날씨.
달리기를 하기 위해 옷을 하나씩 갈아 입었다.

달리기의 시작점은 다르지만 건강을 위한 달리기에서 나의 즐거움을 위한 달리기로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건강보다는 어느샌가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찾아온 것이다.


한 번은

'아 이래서 명품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며칠 전 일본 여행을 갔는데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러닝화가 조금 저렴한 편이기에 러닝화를 한번 보러 갔다.

여러 신발을 다양하게 파는 매장으로 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 눈에 들어온 ADIXXX 매장. 혹시나 좀 더 저렴하려나 하는 마음에 매장 안으로 이동했다.
지금 신는 러닝화는 우연찮게 아웃렛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그것과 동일한 등급의 24년도 스페셜에디션 러닝화였다.(마라톤 벚꽃 에디션)

바로 직원분께 내 발사이즈에 맞는 게 있는지 물어보고 두근두근 거리며 기다리는데
아..!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없다고 한다.

번역 어플을 이용해 그보다 한 치수 작은 신발이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그 사이즈도 없다!?

설마 하는 마음에 두 치수 작은 신발을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리저리 한번 훑어보고 이번에는 좀 크게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신어본  운동화는... 안 들어간다... 정확히 들어는 갔다. 하지만 발 볼이 터질듯한 느낌...

'못 신는다'

'내 건 없다'

'못 사니까 더 사고 싶다'

'다른 매장을 다 찾아볼까'

머릿속엔 옷갓 생각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상황은 여의치 못했기에 생각의 서랍 중 신발 칸을 열고 다 구겨 넣어버렸다.

동일한 매장은 그날의 시간으로는 갈 수가 없는 거리에 있었기에 아쉬움만 가득 앉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 목적지였던 복합신발 매장으로 향했다.


이미 날은 저물고 배도 고프고 숙소까진 1시간 지하철 거리.

신발매장 앞에 서보니 여기는 또 다른 신세계.

해가 진 것도 배가 고픈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다리가 아프긴커녕 신발을 보느라 잠깐 정신이 나갔다. 러닝화는 명품처럼 엄청 고가의 제품이 아니기에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그래서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그렇게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내 눈에 띄는 신발 하나!

조금 전 지나쳐온 매장에서 사시 못했던 그 에디션!!!!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동일 브랜드의 24년도 디자인의 동급의 신발이 진열되어 있었다.

'설마 이번에도 없는 건 간 아니겠지...?'

라는 불안감에 잠시 머뭇거리며 물어보니 딱 1개 남아있다고 한다.

내 발 사이즈가 흔한 사이즈인지 가장 잘 나가는 사이즈라고 한다.(장사 속일 수도 있지만)

신어보고 이리저리 둘러봐도 이거였다.

금액은 한국보다 약 8만 원 저렴한 금액. 하지만 다이소에서도 물건이 비싸다며 잘 못 사는 나에겐 일억 천금과 같은 금액.

그런데 그날은 왜인지 모르게 뭔가에 홀린 듯 바로 사버렸다. 별다른 고민도 없었다. 다른 러닝화도 신어봤지만 (구매에 확신을 갖기 위해 신었다) 무엇을 신어도 아니었다. 바로 이거였다.
그렇게 구매한 러닝화. 와이프에게 말했더니 잘했다고 한다. 네가 드디어 돈을 쓰는구나라며 칭찬(?) 아닌 칭찬까지 해줬다. 정말 잘 산거다.


그 운동화를 구매하고 같이 갔던 동생에게

"돈 없어도 명품 사는 사람들이 갑자기 이해가 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하면 된 거야 ㅋㅋㅋㅋㅋㅋ"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각자가 찾는 방법의 행복 또한 다양한 것이니까 명품을 사던 중고물품을 사던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그걸 가짐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후 폭풍 (명품 구매 후 생할비 부족이라던지 흔히 말하는 카푸어 등)으로 인해 스스로가 불행하지 않다면 그 또한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산 운동화는 바로 다음날 일본에서 강풍을 뚫고 나와 함께 달려주었다. 나는 그곳에서도 행복의 숨을 쉬고 있었고 지금 또한 머릿속에서 지금 내용들을 정리하며 생각에 숨을 불어넣고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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