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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Chun Jan 30. 2020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맞지 않는 6가지 이유

처음부터 대기업과 거래할려고 하다보면 생기는 문제들

대기업을 고객으로 만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미래의 안정적인 매출처가 된다. 뛰어난 레퍼런스가 되기도 하며 다른 기업들(고객)에게 영업하기 수월해진다. 대기업들도 신사업, 신기술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신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테스트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처음부터 대기업과 거래할 목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성장이 멈추고 리소스를 낭비할 수 있다 (제품/설루션이 큰 기업 대상이 아닌 이상). 스타트업이 성장하다 보면 고객의 규모도 자연히 커지겠지만, 처음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개발하면 서로 맞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대기업 연구개발팀의 시장조사 (기술 & 아이디어)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다 보면 어김없이 대기업 연구개발팀으로부터 연락과 미팅 요청을 받게 된다. 미팅을 진행하면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설명해줘야 하고, 어떤 식으로 기술과 사업이 구성되고, 현존하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얻고 돌아간다. 스타트업 측에서는 "우리의 기술과 서비스는 완벽하니 사업에 도입해주세요"라는 마음이겠지만, 방문하는 연구개발팀의 입장은 일종의 시장조사이다. 영업/마케팅팀이 고객과 경쟁사 시장조사를 하듯이 연구개발팀도 기술에 대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고 추후 사업파트에서 문의가 왔을 때 참고 정도 하고 싶은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부서 특성상 기술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대기업 연구팀으로부터 연락 온다고 바로 사업과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2. 제품/서비스의 품질 수준 (중소기업 수준인가 대기업 수준인가)

제공하는 제품/서비스가 대기업 브랜드 마크를 달고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면 품질에 대해 엄청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결국은 신뢰를 뜻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가끔 에러 나거나, 성능이 떨어지거나, 결과 (output)이 변해서는 안된다. 대기업이 원하는 것은 100% 예측 가능한 Input과 Output이지, 최고 성능 테스트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초기의 제품/서비스는 실수 투성이다. 최적화 안된 버그/에러 투성이고 가끔가다가 멈추기도 하며, Output 품질이 매번 다르다. 데모데이 징크스라고 불릴 만큼 데모만 했다 하면 망가지는 현상들을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따라서 품질은 처음부터 대기업 기준으로 맞추지 말고, 작은 고객을 대상으로 천천히 갖춰 나가는 것이 좋다. 


3. 고객의 규모가 큰만큼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다 (시간/인력/투자).

널리 알려진 제품/서비스가 아닌 경우에는 그만큼 리소스가 많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커스터마이징 요청사항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널리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규모가 크면 클수록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요청사항들이 많아진다. 커스터마이징은 결국 스타트업의 시간, 인력, 추가 투자에 대한 리소스이다. 프로젝트 진행이 100% 확정되었고, 매출이 없는 상태인데 첫 고객이 대기업이면 추가 개발을 해서라도 좋은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공식 계약이나 사업 진행이 확정 안되었는데도 먼저 기능들을 구현해서 보여달라고 요청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럴 때에는 예산과 공식 계약 조건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예산과 계약만이 리소스 낭비를 막을 수 있다. 


4. 복잡한 의사결정 (10번의 Yes과 1번의 No)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잘 안 맞는 이유 중 또 하나가 복잡한 의사결정이다. 실무자가 아무리 제품/서비스가 마음에 들어도 팀장, 본부장, 임원 등의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사업파트에서 의사결정을 득해도 유관부서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개발팀에서 이미 다른 공급처와 계약을 진행해서 일정기간 동안 타사의 제품을 도입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며, 개발 환경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사업부에서는 제품의 로드맵을 항상 업데이트받고는 있지만 제품 상세 Spec은 출시 전까지 항상 바뀌기 때문에 세세한 사항까지 전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에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품질팀으로부터 QA 테스트도 진행해야 하며, 낙하 테스트, 인증 테스트, 유해물질 테스트 등 다양한 검사 기준들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도입 의사결정이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따라서 10번 Ok를 받아도, 한 번의 No로 인해서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5. 제품/서비스의 규모 경제 (가격, 인프라, 최적화)

제품과 서비스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외부 협력사가 필요한 서비스이면 그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업무 효율성을 달성하여 서비스 시간을 감소시키는 규모의 경제 활동이 필요하며, 고객이 늘수록 가격이 감소되는 제품이면 충분한 고객층을 확보하여 가격을 낮춰야 한다. 스타트업도 내부적으로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연습을 반복하여 영업활동에 대한 규모경제를 얻어야 하며,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하기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하여 최적화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기업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면 최적화된 상태가 아님으로,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비효율적인 제품/조직 상태일 때 대기업과 대면하는 것과도 같을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연습을 통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대기업을 접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6. CS & AS (유지보수와 점검, 그리고 D/C라는 숨어 있는 항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그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와 점검이라는 숨어 있는 리소스가 투자된다. 견적서에 유지보수라는 항목이 있으면 당연히 제공해야 하지만,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에러나 문제가 생기면 해줘야 하는 항목이다. 대기업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견적서 항목에 없어도 다음 계약 연장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대기업 담당자가 제품을 공급받았는데 하자 생겨서 해결을 요청하거나 고민이 생겼다고 문의하면 칼같이 안된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매년 동일한 제품/서비스를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는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구매 부서가 고객이면 공급받는 가격이 매년 동일할 경우 담당자 업무 평가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동일한 제품을 매년 공급받으면 할인을 해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할 때도 있다 (특히 하드웨어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만 바라보다 막판에 프로젝트 진행이 안되거나 흐지부지해진 경우를 많이 겪는다. 해결책은 작업 기업(고객)부터 시작해서 레퍼런스를 차근차근하게 쌓고, 시장을 테스트하면서 품질과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규모가 큰 다음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바로 한 단계 아래 고객부터 공략해야 한다. 고객의 규모가 커질수록 요청사항도 많아질 것이며, 그것들을 관리/제공해줄 수 있도록 조직도 구축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제공하고 있는 제품/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5명, 10명, 100명을 더더욱 분석하고 인터뷰하여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어차피 나중에 유사 기술들을 제공하는 경쟁사들이 늘어나게 되면, 가장 선두하고 있는 업체에게 연락하게 될 것이다.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선두 자리를 지키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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