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대한 경험 없이 초기팀 구성은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
최근 누군가 나한테 '스타트업 초기팀 업무 롤을 어떻게 정해야죠?' 라고 물어봤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창업 이야기는, 초기에 한두 명의 창립자들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서 투자받고 팀원을 구성하고 회사를 성장해 나아가는 스토리를 접한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을 위해 처음부터 팀을 구축하고 그다음에 문제를 찾고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초기부터 탄탄한 팀을 구성해서 서류상으로 어필이 되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이번 글은 문제 발견 없이 처음부터 팀을 구축할 경우 2가지 위험 요소들에 대해 써보도록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검증된 데이터(경험)가 없을 경우 모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치 자유주제를 대하는 대학교 조별과제를 상상할 수 있다. 모두가 스타트업을 도전해보고 싶고, 기본적인 지식은 있지만, 다수가 공감하고 시작할 수 있는 문제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어디서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로가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문제들이 있고, 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이 있지만 처음 만난 팀원들은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다수가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문제가 선정되는데, 많은 경우에는 선정된 문제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인 문제들은 조금만 구체화하고 조사하면 바로 솔루션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포기하게 된다.
문제를 선택한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누군가 팀을 이끌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업무를 지정/분배해야 하는데 모두가 그 문제에 대해 백지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팀장 (혹은 대표)를 선별하기 어렵다. 투자받으려면 회사를 설립하고 자본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최근 만나서 알게 된 사람을 믿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남들보다 본인의 문제 해결 능력과 실행력이 뛰어난 것을 발견하여 팀을 나와 혼자 시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팀장/대표 없이 모두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것인가?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가 이루어질 것 같지만, 진행하면 서로 의견에 대해 칭찬과 공감만 이루어질 뿐, 긴 회의시간 끝에 실행할 수 있는 액션플랜이 없다. 결국은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특정 아이디어나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데, 모두가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최근 만난 상황이면 방향성과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웹이나 앱 서비스를 론칭하려고 할 때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최소 단위 팀 구성으로 진행할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업무 롤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백그라운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팀을 꾸리면 업무가 중복되거나 누락될 수 있다. 회사는 크게 3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그것은 a) 만드는 사람 (연구개발/제조), b) 파는 사람 (영업/마케팅), 그리고 c) 파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 (경영지원)이다. 만약에 파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경우 문제(혹은 아이디어)에 대하여 생각과 해결책이 비슷하며 별 이슈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반대로 만드는 사람들만 모여서 제품/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별 이슈없이 개발이 진척된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먼저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대학교서부터 비슷한 성향과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다녔으며, 직장에 들어가서 '생각하고 사고하는 프로세스'까지 고착화되었다. 비슷한 환경 속에서 문제들을 해결해 왔고, 비슷한 설루션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따라서 업무 롤이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처음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업무 롤(역할 혹은 파트)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상식'과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해결책'을 다시 질문하고 의식함으로써 이해하고 개선해 나아가는 프로세스 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파트가 팀을 구성할 때 '무의식적인 동의'로 인하여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포인트를 누락할 때가 있다.
팀의 구성원은 투자심사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잘못되더라도 팀이 괜찮다면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최근 스타트업 팀빌딩을 위해 다양한 사이트와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지만, 무턱대고 팀빌딩부터 시작했다가 문제를 위한 문제 때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있다. 가능하면 최소한 인원으로 업무 파트/롤이 다른 사람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P.S :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aran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