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판단 기준'과 실전 프레임워크
초기 창업자라면 누구나 MVP를 출시하고 난 뒤, 이 질문 앞에 한 번쯤 서게 됩니다. "이게 잘 안 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사용자는 반응이 없는 것 같고, 지표도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버릴 정도로 나쁘진 않은... 딱 그 애매한 상태 말입니다. 하지만 이때 가장 위험한 건 ‘애매함’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MVP는 실험입니다. 실험이라면 실패인지,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오늘은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MVP 실험을 한 뒤,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다면 피벗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고객의 정성 피드백 중 “꼭 필요하다”는 말이 없다
정량 지표(리텐션, 전환율 등)가 반응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실험의 ‘성과’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입니다. 존재 이유가 없다면, 개선도 의미가 없습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정리’ 비용만 늘어날 뿐이죠.
가장 위험한 MVP는 ‘잘 만든 것 같은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용자는 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DF를 자동 정리해주는 SaaS 툴”을 만들었는데, 막상 사용자들이 “귀찮긴 하지만 그냥 수작업으로 해도 1분이면 돼요”라고 말한다면? → 이건 ‘문제의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입니다. 제품이 아무리 세련돼도 고객의 진짜 ‘페인(pain)’을 건드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체크포인트:
인터뷰에서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말이 반복된다
대체 수단에 대한 불만이 없고, 사용자의 고통 수위가 낮다
이 경우는 ‘기능 개선’이 아니라, 문제 재정의가 먼저입니다.
첫 사용은 ‘호기심’일 수 있지만, 반복 사용은 ‘필요’입니다. 따라서 리텐션이 낮다는 건, MVP가 ‘한 번 써보고 말 앱’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하루에 100명이 써봤는데, 재방문이 없다면 단순히 기능 문제가 아니라, 유저의 삶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체크포인트:
1주일/1달 리텐션이 10% 미만
알림이나 마케팅 푸시를 해도 유저가 돌아오지 않는다
툴을 써도 아무런 결과물이 남지 않는다
리텐션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제품과 사용자 간의 ‘관계’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MVP는 하나의 가설 위에 세워진 실험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본인의 목소리를 AI로 변조해보고 싶어 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정작 유저는 목소리 녹음도 하지 않거나, 앱 진입 후 바로 이탈한다 핵심 가정이 무너진 상태라고 볼수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유저가 ‘핵심 기능’에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앱을 실행한 직후 이탈률이 70% 이상이다
사용자 행동 흐름이 예상 시나리오와 전혀 다르다
이 경우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문제 정의 혹은 사용자 이해가 잘못됐을 수 있습니다. 기능 추가보다 가설 수정이 우선입니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반복 개선하면서 배우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개선도 효과가 없다’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버튼 색, 설명 문구, 가입 플로우를 바꿨는데도 전환율은 그대로고, 심지어 CTA(행동 유도) 위치를 바꿔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작은 문제의 조정이 아니라, 제품 전체의 컨셉이 고객 니즈와 어긋나 있다는 신호입니다.
체크포인트:
여러 차례 UI/UX를 수정했는데도 전환율/이탈률 변화가 없다
마케팅 유입은 되는데, 제품 내부에서 사용자 흐름이 멈춘다
A/B 테스트 결과가 모두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
이럴 땐 제품이 아니라 문제 설정 자체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반응은 하는데, 아무도 돈을 내지 않는다거나, 수익을 만들 방법이 없으면 그건 단순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는 아닐 수 있습니다. 만약에 “AI로 만든 고퀄리티 이모지 생성기”가 트래픽은 많지만, 사용자는 유료 결제 대신 무료로 저장만 한다면 '재미'있는 요소만 즐기고 떠나가는 유저들 입니다 다. 이럴 경우에는 사용자가 돈을 지불해서라도 사용해야하는 이유나 가정들을 테스트 해야합니다.
체크포인트:
과금 포인트를 넣을 수 있는 구조가 없다
고객이 “이건 유료면 안 쓸래요”라고 말한다
수익화 이전에 트래픽 유지를 위한 비용이 과도하다
MVP는 제품 실험일 뿐 아니라,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이기도 합니다. “누가, 왜,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는 반드시 함께 검증돼야 합니다.
100명 중 2~3명이라도 “이건 꼭 필요해요”라고하면 MVP를 개선 시키기 위한 충분한 근거입니다. 초기 시장은 소수의 강력한 유저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하루에 3번 이상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쓰고, 기능 개선을 요청하거나 직접 제안을 해온다면 기능 개선들을 통해서 MVP를 성장 시킬 수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팬’처럼 행동하는 유저가 있다
사용자가 먼저 주변에 소개하거나, 트위터/커뮤니티에 글을 올린다
유저가 사용료를 제안하거나, 결제 수단이 없어서 아쉬워한다
이런 유저들이 바로 PMF(Product-Market Fit)의 씨앗입니다.
MVP는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실험이 반복될수록 결과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입니다. 전환율이 5% → 8% → 12%로 오른다거나, 리텐션이 7% → 13%로 올라가는 데이터는 아주 중요한 신호입니다.
체크포인트:
피드백 반영 후,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다
마케팅 없이도 자연 유입(Organic)이 조금씩 늘어난다
고객 행동 흐름이 안정적이다 (이탈이 반복되지 않음)
이럴 땐 개선 반복을 더 빠르게 돌리는 게 우선입니다. 가능성은 이미 있습니다.
MVP를 통해 사용자가 ‘예상대로’ 움직이는 구조가 확인되면, 비록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제품의 핵심 구조는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가입 → 온보딩 → 콘텐츠 제작 → 저장/공유 → 재방문 이 흐름이 꽤 많은 유저에게서 비슷하게 반복된다면, 이는 개선 가능한 뼈대입니다.
체크포인트:
전환 흐름에 끊김이 없다
"Aha" Moment(핵심 가치 인식 순간)가 명확히 보인다
사용자 행동 시나리오가 예측 가능해지고 있다
이럴 땐 UX 디테일을 다듬고 마케팅/온보딩만 강화해도 지표가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모든 유저에게 맞추려는 제품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MVP 실험을 하다 보면, “이 사람들만 반응한다”는 순간이 옵니다. 그게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20대 대학생보다 30대 직장인이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면 틈새 시장이 있다는 것이고, 그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MVP를 성장 시킬 수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광고 타겟팅을 좁힐수록 전환율이 오른다
사용자 특징(직업군, 니즈, 목적 등)이 유사하다
특정 그룹만 NPS 점수가 9점 이상을 기록한다
이럴 땐 시장 전체를 다시 보는 게 아니라, ‘소수 강한 시장’에 집중할 타이밍입니다.
유저는 대부분 조용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건 좀 불편해요”, “이런 기능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피드백을 보내온다면 그건 그냥 ‘불만’이 아니라, 관심의 표현입니다. 이건 MVP의 진짜 목표—‘유저의 관여’를 이끌어냈다는 뜻입니다.
체크포인트:
고객센터/채팅에 요청이 들어온다
리뷰/이메일/SNS를 통해 피드백이 도착한다
개선 이후, 다시 방문해서 반응을 보여준다
피드백은 ‘충성도’의 초기 징후입니다. 이 피드백이 모이면 제품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PMF 도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MVP는 실험입니다. 실패하면 다음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한 건 실패인지 아닌지를 모른 채, ‘계속 해보자’며 시간만 쓰는 것입니다. 제가 만난 좋은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이 구분을 빨리 합니다. 그들은 실패를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면 두 배로 밀어붙입니다. 그 차이가 결국 ‘생존’의 차이가 되더군요. 여러분도 MVP 앞에서 멈칫하고 있다면, 위 기준을 한번 꺼내보세요. ‘감’이 아닌 ‘근거’로 판단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다음 스텝이 선명해집니다.
스타트업과 벤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lukecarrer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