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일상] 우란문화재단 MEET FRED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할 땐 언제고
프레드하고 나만 절망에 두고 나오다니 너무해.
이건 정말 너무한 연극이야.
이음 모두의 위크 워크숍 때 알게된
영국의 극단 Hijinx
영국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 위치한 Hijinx Theatre는 유럽의 선도적인 극단으로. 학습/발달장애 그리고 자폐성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예술 그리고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이징스는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문화예술 산업 내에서 학습/발달 장애 그리고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기회를 개척하고, 만들어내고 증진시키기 위해 일합니다. 하이징스의 주요 사업은 5개의 아카데미로, 영국 Wales 내에서 학습/자폐성 장애를 가진 배우들에게 전문적인 연기 기술을 가르치는 유일한 곳입니다. 극단에서는 전문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들이 함께 동등하게 일하며, 하이징스의 해외 투어 공연 및 영화를 제작하고 출연합니다. -우란문화재단 SNS 컨텐츠 중 발췌
사이트에서 더 자세한 극단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 https://www.hijinx.org.uk/
'프레드'는 상자에서 나와 인간 세상에 나오자마자 여러 어려움에 부딫힌다. 그러면서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안 좋아하는 지 알게 된다. 그런데 세상의 시스템은 프레드를 지원하기 보다는 꿈은 못 이룰 것이라고 말하고 제안하는 것만 고분고분 듣길 원한다. 말을 잘 안 듣자 인형생활안정자금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평범한 데이트"를 경험하기 위해 데이팅 앱에서 만난 상대와 데이트를 해보기도 하지만, 인형을 누가 만나냐며 퇴짜를 맞고 슬픔에 빠져 술독에 빠지기도 한다.
작품 내용을 짧게 살펴 보아도 이건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인형극이다. 참고로 프레드는 욕쟁이다. 극단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 장애인 배우가 등장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내용 또한 장애를 가진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표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것은 결말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결말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는 아직도 세상을 모른다며 안일한 낙천주의자 태도를 무참히 밟고 깨버린다. 아야. 아프다. 쓰라린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서서히 차올랐다. 근데 슬퍼하는 것마저 너무 건방진 태도 같이 느껴져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 했다. 블랙코미디가 이런 거였다면 관람하기 전에 더 마음을 단단히 먹었을 텐데.. 무해한 욕쟁이 프레드한테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 공연이라는 걸 계속 생각하면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을텐데..
하지만, 처음엔 프레드의 창창한 미래를 보지 못해 슬픔에만 빠졌다면, 시간이 갈 수록 결말을 곱씹을 수록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성의 인권을 말하는 연극의 내용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는 없고 팀장은 남여 비율이 비슷하고 성범죄 피해자도 없고 성범죄가 생겼어도 늦은 저녁,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닌 여자의 문제라며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결말로 끝난다면 난 좀 화가 날 것 같다. 왜냐면 이 공연 밖 진짜 세상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레드가 나가고 싶어했던 문 밖은 여전히 차별이 있고 꿈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공연의 목적은 당신의 주변에도 장애인은 있고 이들을 위해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말은 암- 이래야 맞지. 맞는 건 알지만 여전히 프레드가 눈에 아른 거리고 속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