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길. sns에 온통 무지개 사진들이 넘실댄 날이 있었다. 종일 내렸던 비가 그치고 서울 하늘에 쌍무지개가 뜬 날이었다.
그날 나는 모두가 감탄한 쌍무지개의 실물을 보지 못했다. 자주 그랬듯 회사일이 바빴고 '퇴근하기 좋은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집에 가는 110번 버스 안에서 뒤늦게 올려다본 하늘은 어둑했다.
지인들이 날씨에 감탄하는 포스팅을 올린 건 이 날 뿐만이 아니다. 그 전엔 노을 사진이, 그 전엔 하늘을 가득 덮은 뭉게구름 사진 시리즈가 있었다. 그런 날은 마포구에 사는 친구도, 이태원에 남아있는 동기도 같은 하늘을 찍어 올렸다. 거리두기를 핑계로 만남이 소원해진 지인들과 사실은 우리 모두 똑같은 천장을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쇼핑몰 A1구역과 D4구역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지만 마주치지는 않는 어느 주말처럼.
분명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나만 놓치게 되는 풍경의 개수가 많아지다 보면 창가에 머물지 못하는 삶은 어쩐지 조금 퍽퍽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 밖을 한 번 내다보고 '오 오늘 날씨 멋지네'라고 생각한 뒤 SNS에서 비슷한 감상을 발견하면 기쁠 텐데, 해가 들지 않는 사무실 한 구석에선 반대의 경우가 잦아졌다. 고개를 옆으로, 위로 돌려서가 아닌 아래로 떨궈 오늘 날씨를 알게 되는 삶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손에 쥔 5.8인치 OLED 프레임에 자꾸 시선을 둘 수록, 뒷목은 자주 아팠고 뻣뻣해졌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한강공원 들어가는 길이 주차장이 된다. 아마 짐작컨대, 다들 비슷한 평일을 보내곤 같은 마음으로 나오는 것이다. 돗자리나 텐트 따위를 펼치고 드러누워 그대로 하늘을 들여다보는 것, 바람에 나부끼는 과자 봉지를 흔들며, 음악을 듣고 수다를 떠는 것, 개를 산책시키는 것, 아이를 마음껏 뛰게 하고, 재우는 것, 그 순간들을 찍는 것, 혹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어떤 땐 그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평화로워서 그날은 하루 종일 해도 지지 않고 돌아가야 할 컴컴한 집도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아쉬울 즈음 어깨가 덜덜 떨리고 콧물이 훌쩍여지는 계절엔 더욱 그렇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출근길 아침 공기와 밤공기가 선선하다. 옷자락과 살갗이 서로 엉겨 붙지 않는 시간이 오고 있다. 한강이라도 나가려면 긴 팔 카디건이나 여벌의 담요 같은 걸 챙겨야 하는 계절과 가까워진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그래서 아쉽지만 하늘이 한 뼘 더 높아지는 날씨는 기대된다.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 날씨들을, 두 눈으로 채집할 수 있는 날들이 모두에게 더 많아지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 ㄱ 모양으로 굽어진 뒷목을 한 번 쭉 펼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