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을 챗GPT에게 묻다
AI에게 이런 질문을 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찌질하다.
사라진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전설같이 느껴졌다. 버스 안내양이라던가 활자 배열공이라던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이건 시대의 흐름이라 당연히 없어질 일이었지."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내 직업이 대체되는 경험을 하니 전의 내 태도가 얼마나 무심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도 역사책에서 시대적 흐름에 당연히 없어져야 했을 직업을 하던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보며 무심하게 "당연히 없어질 직업이었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전과는 다른 기준이 내 안에 생긴다. 분명 그 안내양도, 활자 배열공도 해고되었을 때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적성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연봉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와닿지 않을 그런 질문은 바로,
"그렇다면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인가?"
이미 도입된 AI 번역을 보면서 작은 오류들을 고치면서 마지막날을 보냈다. 마치 AI가 싼 똥을 치우는, AI의 하수인이 된 것 같다. 곧 이런 오류들조차 사라질 것이다. AI는 빠르게 학습하고, 오차를 순식간에 줄인다. 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 나오는 기사를 읽는다.
사실 이렇게 기사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보다, 챗GPT에게 물어보는 일이 훨씬 효율적인 일이다. 내가 일일이 기사를 읽을 시간에 AI는 수없이 많은 기사를 한꺼번에 분석해서 정리해 줄 테니까. 오픈 AI를 연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다. 개인화 설정이다. 개인화 설정에 들어가니, AI가 알면 도움이 될 내 정보와, 내가 원하는 대답의 유형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나는 내 정보에 내 직업인 작가와, 내가 원하는 대답의 유형이 가장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글이라고 기입한다.
챗GPT가 한글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살짝 앞선다. 그래서 영어로 묻는다. AI가 대체 불가능한 직업에 대해서 알려줘. 그러고 난 후, 내가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내가 대체당한, 번역을 부탁한다.
출처: frimufilms/Freepik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에 대한 문제는 복잡하며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AI와 자동화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독특한 인간적 기술과 특성에 의존하는 몇 가지 유형의 직업이 완전히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에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독특한 인간적 기술과 특성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그리고 그것 또한 대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가?
1. **창의적인 직업:** 당신의 글쓰기와 예술가로서의 배경은 창의성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술적 표현,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 감정적 뉘앙스를 포함하는 직업은 AI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글쓰기, 예술가, 작곡가, 디자이너와 같은 역할은 인간 감정의 깊은 이해와 독창적이며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는 챗GPT가 나를 고려해서 대답한다. "당신의 글쓰기와 예술가로서의 배경" 이라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예술가로서, 작가로서 나의 작업은 내게 재정적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근데 이게 살아남을 '직업'이라니. 예술 분야로 발을 들인 날부터 나는 N잡을 멈춘 적이 없다. 생계를 감당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런 예술가가 살아남을 직업이라니. 드디어 존버는 승리한다는 것인가? 드디어 작가로서의 삶이 광명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인가? 오히려 좋아 - 를 외쳐야 하는 건가? 일단 이건 아닌 것 같다.
창의적인 일은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다. 이미 수요가 있는 일은 통계를 낼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직업군은 대체가 가능하다. 나보다 AI가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일로 돈을 버는 것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일이다. 일단 내게 필요한 것은 작가로서 살아내면서 언젠가 '존버 성공'을 외칠 수 있을 때까지 내게 재정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다.
2. **사회적 및 감정 지능 직업:** 복잡한 인간 간 상호작용, 공감능력, 인간 감정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AI가 복제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상담사, 카운슬러, 사회복지사, 고객 서비스 담당자와 같은 역할은 인간 행동의 깊은 이해와 미묘한 감정적 상황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EQ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상담심리를 공부했던 입장에서, 석사를 가기 전에 한참을 고민했었다. 심리 대학원을 갈까, 예술을 할까. 내 인생에 있어서 예술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던 나는 MFA를 선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심리 대학원을 가는 것이 더 맞는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해 봐야 뭐 하나. 과거는 바꿀 수 없는데.
3. **복잡한 의사 결정 직업:** 일부 직업은 경험, 직관 및 전략적 사고의 조합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데 관련됩니다. 고위 경영진, 전략 기획자 및 리더십 역할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을 필요로 하며, 인간의 통찰력 없이 AI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의사 결정. 아이러니한 말이다. 리더십은 이해가 간다. 인간은 신기한 존재다. 때로는 되지 않을 일들도 되게 만드는 순간들을 종종 본다. 그 되지 않는 일을 되게 만드는 과정에서 착취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도 자주 보았지만 말이다. 기획자는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 기획자를 내 미래 직업 리스트에 넣어 둔다.
4. **윤리적 및 도덕적 의사 결정:** AI는 윤리와 도덕의 진정한 이해력이 부족합니다. 판사, 윤리학자 및 정책 제정자와 같이 윤리적 고려사항, 도덕적 추론 및 결정의 넓은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는 직업은 인간 판단과 시각이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아하.. 일단 이 분야는 보다 '덕목'에 가까워 보인다. 어떤 직업군으로 특정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고, 이미 판사를 하기에는 능력도 나이도 너무 많다.
5. **연구 및 개발:** AI는 연구 과업을 지원할 수 있지만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창의적 사고, 가설 생성 및 예상치 못한 발견에 기반한 연구 접근 방식의 적응을 필요로 합니다. 연구원과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강점입니다.
"과학"이라... 나는 너무나도 문과다. 물론 리서치 기반의 무언가를 할 수는 있다. 근데 이런 일은 AI가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 **혁신적 기업가 정신:** 기업가와 혁신가들은 종종 독특한 통찰력, 비전투적 아이디어 및 위험 감수의 의지에 이끌립니다. 시장 공백을 인식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창출하는 과정은 인간의 창의력과 비전에 크게 의존합니다.
7. **복잡한 문제 해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맥락의 깊은 이해가 필요한 직업들은 자동화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 건축가 및 일부 종류의 컨설턴트는 기술적 전문성과 적응력의 조합을 필요로 합니다.
점점 갈수록 어렵다. 이런 대답을 읽고 있자니, 이렇게 불렛포인트로 챡챡 정리해 주는 챗GPT에 대해서 할 말이 없어진다. 너무 당연하게, 너무 뛰어나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한 내가 너무 찌질한 인간 같다.
챗 GPT가 마지막 문단을 작성한다.
기술적으로 이러한 역할이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 수 있지만, AI가 더 효율적인 의사 결정, 데이터 분석 및 아이디어 생성을 위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일자리는 AI가 반복적인 과업을 처리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이 고차원 사고, 창의성 및 감정 지능에 집중하는 협력 관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문단을 읽고 명확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은 그 어떤 범주에서나 필수라는 점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건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안다면 훨씬 경쟁력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AI를 더 힘들게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남들보다 더 잘 쓰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챗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