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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Mar 12. 2020

베트남, 그들은 헬멧을 사랑해

베트남 후에, 가격표가 없는 슈퍼와 헬멧 사랑

베트남 후에


가격표가 없는 슈퍼마켓

  베트남 슈퍼에 진열된 상품엔 가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긴 우리도 편의점이 생긴 이후에 가격표가 있었지 동네 슈퍼에서 가격표를 본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슈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다 비슷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는 가격표가 없는 슈퍼에서 뭘 사는 게 꺼려졌다. 매번 가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 동네의 물가를 대충 파악하기 전까진 여러 번 눈 뜨고 코 베이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이미 시세를 알게 된 이후에도 똑같은 과자, 물,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을 때 흥정을 해야만 했다. 판매하는 사람 마음대로 가격을 불렀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러 작은 식당에 들어갔더라도 가격표가 없거나 베트남어로 적혀 있으면 난처했다. 왠지 바가지 당할 것 같은 기분이 싸하게 드는 것이다. 그래서 눈치껏 다른 사람이 먹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파악하고, 그걸 계산할 때 얼마쯤 내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두 번의 분석이 끝나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헬멧 사랑

  어느 나라에 가든 항상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에 간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오일시장을 자주 가서 그랬을까, 이들이 무얼 먹고, 무엇을 사는지 궁금해진다. 외국에 가면 항상 외국인은 주로 무엇을 주로 먹는지 궁금해서 진열된 생선이나 고기, 채소 같은 걸 살피는 편이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것에서 오는 신선함과 신기함이 날 기분 설레게 했다. 두 발로 걸으면서 이들과 같이 호흡하고 이들의 생각을 엿보는 게 좋았다. 오늘은 무엇을, 무슨 반찬을 먹을까. 가족들에게 어떤 음식을 해줄까. 이런 고민들을 하겠지. 그래서 장을 보는 현지인들 모습은 날 즐겁게 만든다. 





  시장에선 살아 있는 개구리 껍질을 벗기고 반죽에 적셔 튀기는 곳이 있었다. 생선도 민물고기인 듯 바닷고기랑 다르게 생겼다. 아주 젊은 처자들, 곱게 생긴 처자들도 이곳에 와서 생선을 맨손으로 들추며 샀다. 실내에 있는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중에 헬멧을 쓴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베트남 밀짚모자야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헬멧 쓴 고객들이라니 좀 낯설었다. 동시에 호기심이 들었다. 이들은 지붕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을까. 아니면 부실 공사로 파손된 지붕에서 뭔가 떨어져 머리를 다친 사람이 있는 걸까. 하지만 이런 추측은 별로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야외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헬멧을 쓰고 돌아다녔기 때문이었다. 





  참 재밌었던 사실은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현지인은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돌아다닐 때, 어디서든 헬맷을 벗지 않고 쓰고 다닌다는 것.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도난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도난당할까 두려워 헬멧을 쓰고 다닌다면 보기 이상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토바이가 대중적인 자가용이 아니라 헬맷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첫째. 그리고 우린 헬맷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헬맷이 비싸고, 어떤 것이 저렴한지 모른다는 것이 둘째다. 


  베트남 사람이라면 아마도 비싼 헬멧, 저렴한 헬맷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래서 도난당하지 않으려면, 헬맷을 오토바이에 쇠사슬로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쓰고 다닐 수 밖에. 게다가 이들은 자신의 피부가 햇빛에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얼굴을 다 가릴 수 있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물론 여긴 매연 때문에 호흡기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이들의 헬멧 사랑은, 이들의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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