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김영철의 동네한바퀴>가 나왔다. 평소 즐겨보던 프로그램인데다가 촬영장소도 내가 종종 방문하는 전남 구례라서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낯익은 장소, 반가운 얼굴 하나가 화면에 등장했다.구례 5일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계신 송순례 어르신이었다.
과거 몇 차례 사진을 찍었던 인연이 있는지라 더 관심있게 지켜보게 됐다.오일장을 돌며 여러 뻥튀기 가게를 봤지만, 여자 혼자 몸으로 하는 건 처음 봤던 까닭에 특히 인상이 깊었었다. 사진 몇 장 찍어도 되겠냐 청했을 때 "찍고 싶음 찍어야지!" 하시던 여장부스러움도 한층 인상을 깊게 만들었다.
그런저런 상념에 젖어 방송을 지켜보는데, 잠시후 아주 매우 많이 낯익은 사진들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했다.10여년 전 처음 송순례 어르신을 만났을 때 내가 찍었던 사진들이었다."사진사 양반, 이제 곧 뻥 튀길거니 잘 찍으쇼잉. 한나, 둘, 싯..." 하시던 순간의 긴박한 표정이 잘 드러난 사진이 그 하나요,줄을 잇던 뻥튀기 주문이 좀 소강상태를 이루자 찢어진 그물망을 바늘로 꿰매던 모습이 다른 하나였다.
어느덧 많이 늙으신 어르신 모습과 그날 그 순간의 기억이 오버랩돼 나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그 그리움으로 나는 가만히 속으로 되뇌었다.
'어르신, 방송 화면으로나마 다시 봐서 정말 반가웠소. 이제 딸과 사위에게 가업을 물려주셨다니 부디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