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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얏!!!"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4

by 글짓는 사진장이

토요일 저녁,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김영철의 동네한바퀴>가 나왔다. 평소 즐겨보던 프로그램인데다가 촬영장소도 내가 종종 방문하는 전남 구례라서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낯익은 장소, 반가운 얼굴 하나가 화면에 등장했다. 구례 5일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계신 송순례 어르신이었다.


과거 몇 차례 사진을 찍었던 인연이 있는지라 더 관심있게 지켜보게 됐다. 오일장을 돌며 여러 뻥튀기 가게를 봤지만, 여자 혼자 몸으로 하는 건 처음 봤던 까닭에 특히 인상이 깊었었다. 사진 몇 장 찍어도 되겠냐 청했을 때 "찍고 싶음 찍어야지!" 하시던 여장부스러움도 한층 인상을 깊게 만들었다.


그런저런 상념에 젖어 방송을 지켜보는데, 잠시후 아주 매우 많이 낯익은 사진들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했다. 10여년 전 처음 송순례 어르신을 만났을 때 내가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사진사 양반, 이제 곧 튀길거니 잘 찍으쇼잉. 한나, 둘, 싯..." 하시던 순간의 긴박한 표정이 잘 드러난 사진이 하나요, 줄을 잇던 뻥튀기 주문이 좀 소강상태를 이루자 찢어진 그물망을 바늘로 꿰매던 모습이 다른 하나였다.


어느덧 많이 늙으신 어르신 모습과 그날 그 순간의 기억이 오버랩돼 나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그 그리움으로 나는 가만히 속으로 되뇌었다.

'어르신, 방송 화면으로나마 다시 봐서 정말 반가웠소. 이제 딸과 사위에게 가업을 물려주셨다니 부디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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