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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Nov 09. 2023

일본인 입맛까지 사로잡은 전주 맛집 <백제꼬치>


전주역 앞 도로변에 위치한 '백제꼬치' 문을 열고 처음 들어갔을 때 내 첫 느낌은 '일행 중 누군가의 지인이 새로 차린 집인가?' 하는 거였다. 10여 명이나 되는 직장 동료들이 모처럼 맛난 저녁 술자리를 갖자며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개중엔 "지갑은 거지여도 주둥이는 청와대"라며 나름 미식가를 자처하는 동료들도 꽤 여럿이었다. 모임의 성격으로 보나 참가자들 면면으로 보나 자연 맛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자리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임을 갖기로 한 집이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티가 팍팍 나는 신생 꼬치집이었으니 자연 '지인 찬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던 거다. 언뜻 봐도 인테리어를 새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한눈에 보이는 실내 분위기였고, 심지어 테이블마다 놓인 주문용 태블릿PC엔 안주들 이름만 덩그라니 있을 뿐 음식사진조차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던 게 그런 생각을 한층 더 뒷받침했다. 한마디로 아직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집이란 느낌이 강했다.



그걸 본 순간 그래서 나는 '일행 중 누군가가 새로 창업한 지인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우리를 단체손님으로 몰고 간 거 아냐?'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떠올렸다. 순간 유다에 의해 팔려간 예수님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한마디로 말해 기분이가 별로 안 좋았단 얘기 되시겠다.


하지만 이쯤에서 결론부터 미리 얘기하자면 그건 기우이자 오해였다. '백제꼬치'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연 건 맞지만, 얼마 전까지 인근에서 맛집이라 소문났던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새 가게에서 새롭게 꼬치집을 시작한 거라는 게 이 집을 추천한 동료 A의 설명이었다. 가게는 새 가게 맞지만, 주방장님이자 사장님은 이미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사람이라는 거다.


전주 인근 맛집에 관한 한 고급정보를 빠삭하게 다 꿰고 있다고 소문난 A는 "일단 한번 잡솨 봐. 아마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맛일 겁니다 ㅋㅋ" 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동료들은 "A씨가 추천하는 맛이면 백퍼 믿을 수 있지, 암만!" 하며 기대감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중요한 모임이나 신경써 대접해야 할 자리가 있을 때면 다들 A에게 맛집 추천을 부탁해 톡톡히 재미를 봐오고 있는 까닭이었다.



맛집에 관해선 매우 진심인 편인 A는 우리 일행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도 카운터석으로 발빠르게 예약을 해놓았다. 주방장이 즉석 꼬치요리를 할 수 있도록 화덕을 갖춘 미니주방을 중심으로 10여 명이 둘러앉으면 꽉 차는 카운터석은 갓 조리된 뜨끈뜨끈한 음식을 실시간으로 맛볼 수 있어 꼬치류 요리를 먹기엔 최적의 공간이었다.


아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카운터석은 또 "이건 무슨 꼬치고 저건 무슨 요리며 이렇게 먹으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하는 주방장 설명과 코칭을 직접 들어가며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코앞에서 맛난 꼬치가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걸 눈은 물론 코와 귀로도 두루 즐길 수 있어 먹는 재미를 따따블로 배가시켜주는 묘미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 맛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존맛'이었다. 평소 꼬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환성을 내지르며 신바람을 내게 만드는 맛이었고, 나처럼 꼬치 요리를 즐겨먹지 않는 사람조차도 맛있다는 감탄사를 금할 수 없게 만드는 매혹적인 맛이었다. 특히 갓 굽자마자 불향과 뜨거운 불맛을 제대로 살려 입으로 직행하는 꼬치 맛은 이루 말로 형용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한가지 재밌었던 건 우리 일행이 한창 꼬치 맛에 빠져있는 사이 일본인 손님들이 줄줄이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는 거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려드는 전주한옥마을쯤이나 되면 또 모를까, 어쩌다 외국인 한두 명 볼까말까 한 전주역 앞 식당에선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처음엔 한 테이블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이들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었는데, 잠시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들이 연이어 들어와 순식간에 세 테이블이나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카운터석을 점령하고 있는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나머지 모든 가게 공간을 일본인들이 가득 채운 거였다.


곁눈질로 그 먹는 분위기를 살펴보니 뜨내기 손님은 아닌 듯했다. 아주 매우 많이 익숙하게 주방장님 겸 사장님과 소통을 나누면서 편안하게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한눈에 단골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맛난 꼬치를 먹으러 일본 여행 간다는 베이비들은 종종 봤지만, 전주시내에서 일본인들이 즐겨찾는 꼬치집을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결론적으로 백제꼬치는 아주 매우 많이 맛있는 꼬치집이었다는 얘기 되시겠다. 맛도 좋고 코앞에서 꼬치 굽는 걸 직관하는 재미도 좋아 이날 나는 중간중간 가족 카톡방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었는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그 시간 집에선 아내와 딸들이 아주 난리가 났었단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내가 모임만 안하고 있었으면 당장 택시 타고 쳐들어갈뻔 했다나 뭐라나...


백제꼬치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라스트오더는 밤 10시30분까지이며, 전용 주차장이 따로 없어 인근 골목에 눈치껏 주차하거나 좀 떨어진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맛난 꼬치안주를 먹다 보면 어차피 1잔 할 확률이 99.9%인만큼 아예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꼬치집 입구에서도 그랬고, 메뉴판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궁금증을 자아내는 한자인듯 한자 아닌 한자 같은 한 글자가 있었다. '串'자가 바로 그것이다. 뭐라고 읽어야 하는지,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자 '중(中)'과 비슷한 데 착안해 한자사전 검색도 해보고, 스마트렌즈를 활용한 검색도 해봤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네모 2개를 작대기 하나가 꿰뚫고 있는 모양이 꼬치를 연상케 하는데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꼬치+한자'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봤더니 마침내 의문의 글자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알고 보니 해당 글자는 꼬치를 나타내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글자라는 것이었다. 일본어로 '쿠시'라 발음한다고 했다.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몰라도 찾아보니 한자에도 같은 글자가 있었다. '곶(串)'이라 발음하며, 뜻은 크게 네 가지가 있었다. 그 첫번째는 '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 두번째는 익다 혹은 익숙하다, 세번째는 꿰미 혹은 꿰다, 마지막 네번째가 꼬챙이 혹은 꼬치였다.


혹시 나처럼 꼬치집에 갔다가 예의 이상하게 생긴 글자를 보고 궁금했던 분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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