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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Nov 23. 2023

꿩 대신 봉황격 금산 청국장맛집 <황토집사람들>



충남 금산 청국장 맛집 '황토집사람들'을 찾은 건 정말 우연이었다. 처음에 목표로 삼았던 인근 맛집을 찾았다가 웨이팅이 너무 길어 차선책이자 궁여지책으로 찾은 게 바로 이 집이었기 때문이다.



1200년 된 은행나무가 노란 단풍으로 물든 모습이 환상적인 금산 보석사를 찾아갔던 길이었다. 은행나무와 절 구경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어느덧 오후 1시가 넘어 허기가 밀려들었다. 그놈의 배꼽시계는 어찌나 정확한지 밥 한 끼를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여러 차례 보석사를 찾긴 했어도 인근에서 밥을 먹은 적은 없어서 나는 인터넷 폭풍검색에 돌입했다. 광고성 맛집 소개를 선별해내야 하기에 제법 까다롭게 검색했고, 그 결과 해물수제비와 돈까스, 파전 등 3가지 음식만 한다는 재밌는 이름의 맛집을 하나 찾아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언뜻 봐도 대기하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대기번호표라도 한번 뽑아보려 들어갔는데, 앞선 대기자들 수만 54팀에 예상 대기시간 1시간 20분이라고 나왔다. 진짜 "헐~~~"이었다.



밥 한 끼 먹자고 그렇게까지 기다릴 순 없다 싶어 아내와 나는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인터넷 폭풍 검색에 돌입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청국장 맛집 황토집사람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처음 선택했던 곳이자 먹어보지 못해 그 맛이 더 궁금했던 앞선 맛집에 대한 미련이 컸던 모양이다. 두번째 집을 향해 이동하는 내내 우리 부부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고, 급기야 아내는 "분위기 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좀 배 고프더라도 집에 가서 먹읍시다"라는 제안까지 해왔다.





그렇게 찾아간 황토집사람들의 첫 인상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좋았다. 안팎으로 깔끔하게 잘 정돈된 인상이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꽉 차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맛집이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아주 매우 많이 친절했다. 홀이 꽉 차 빈 자리가 없자 사장님은 망설이는 기색조차 없이 선뜻 6인용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언젠가 가족 4명이 함께 갔던 한 음식점에서 손님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창가쪽 6인석에 앉았다가 쫓겨난 경험이 있는 터라 이 친절은 우리에게 작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첫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으니 음식맛이 평균 이상만 됐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식사 자리였다. 그런데 상이 다 차려져 한 입 떠먹는 순간 우리는 눈이 확 크게 떠지는 느낌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존맛'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싶을 만큼 '대존맛'이어서다.





특히 메인 요리인 청국장은 아내와 나 두 사람 머리에 우리 부부가 가장 최애하는 청국장 맛집인 전주 '옴팡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제껏 거기보다 맛있는 청국장 집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우리의 최애 청국장 맛집 옴팡집과 어깨를 견줄만한 곳을 발견한 거다.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반찬들에 담긴 황토집사람들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였다. 갓 담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 신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까지 두루 배려해 3종류나 되는 김치를 차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갓 담은 김치를 좋아하는 아내,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나 두 사람 모두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밑반찬들도 깊은 손맛이 느껴져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하나하나 집어먹다 보니 어느덧 접시를 핥는 수준으로 바닥을 내버렸고, 그 결과 배가 꽉 차버려 밥을 반너머 남긴 것은 물론 '두부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두부에 진심인 내가 그 귀한 걸 남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첫번째 집 맛이 궁금하긴 하지만,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봉황을 잡은 느낌"이라고. 그러자 아내는 선뜻 내 의견에 동의하면서 "그래도 다음번 이 근처 올 일 있으면 첫번째 집도 한번 꼭 가봅시다"라고 답했다. 가보지 않은 길, 먹어보지 못한 집에 대한 미련이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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