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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06. 2023

<마라도 짜장면> 내돈내먹 리얼 솔직후기



제주도 도착과 동시에 우리 가족이 섬 반대편인 마라도로 향한 건 순전히 '짜장면' 때문이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말 비슷하게 내가 "이번 제주도 여행에선 그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한 그릇 먹어볼까요?" 하고 내뱉은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짜장면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만큼 짜장면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평소 중국요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내였기에 십중팔구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아내는 "그럽시다" 하고 덥석 미끼를 물어버렸다. 짜장면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저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맛이 궁금했던 듯하다.



곁에서 이를 듣고 있던 둘째딸도 덩달아 "저두 좋아욧!" 하고 나섰다. 덕분에 이번 제주도 여행 우리 가족 첫 여행지는 마라도로 결정됐다. 원래는 여행 후보군에조차 들어간 적이 없던 곳이었지만, 그놈의 짜장면이 뭔지 갑작스레 그렇게 돼버렸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데는 후발주자로 몇 시간 늦게 여행에 합류하기로 한 큰딸 영향도 컸다. 사회 초년생 병아리이다 보니 한번에 며칠씩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았던 큰딸은 어쩔 수 없이 저녁 무렵에 따로 오기로 했고, 몇 시간 뒤 그런 큰딸을 픽업하러 가야 했던 우리 가족 입장에선 소요시간 등을 따져봤을 때 마라도가 가장 적합한 여행 후보지로 급부상한 거다.


여기서 마라도 짜장면 맛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솔직히 우리 가족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맛이 없다고 혹평할 정도까진 아니었으되 일부러 찾아가 맛볼 정도의 맛집은 아니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다. 해산물과 톳 등을 곁들인 덕에 일반적인 짜장면보단 맛있었으나, 일부러 찾아가거나 줄서서 먹을 정도 맛집은 아니었단 얘기다.



하기사 '짜장면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내 입맛을 충족시킬 만한 맛을 기대한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다. 짜장면이 무슨 마라도에서만 나는 특산품도 아니고, 마라도란 섬에서 짜장면 맛에 특화된 무슨 재료들이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닌 터에 전국 각지 이름난 맛집들을 두루 섭렵한 내 혀를 만족시킬 맛을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고나 할까.


그저 인구 100명 좀 넘는 작은 섬에서 그런 별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것과, 마라도 앞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들로 나름 색다른 풍취를 냈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 최남단 작은섬에서 대한민국 대표 외식메뉴 짜장면을 맛볼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한다면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달리 말해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얘기 되시겠다.


사실 마라도가 짜장면과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7년의 한 통신사 광고 영향이 컸다. 그 전까지만 해도 짜장면 같은 거완 전혀 관련없는 섬이었는데, 당시 잘 나가던 개그맨 이창명이 한 통신사의 광고모델로 나와 마라도 앞바다를 무대로 작은배에 올라타 철가방을 든 채 "짜장면 시키신 분"을 목놓아 외치면서 '마라도=짜장면' 하는 연관 이미지를 생겨난 거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7년, 마라도는 또 한번 짜장면 때문에 큰 화제가 됐다. SBS 미운오리새끼 방송을 통해서다. 개그맨 이창명의 경우처럼 역시나 그 당시 아주 매우 많이 잘 나가던 가수 김건모가 마라도로 짜장면 투어를 떠난 덕분이었다. 그것도 무려 아홉 집이나 되는 짜장면집을 모두 방문해 한 그릇씩 다 먹어주겠노라는 야심찬 목표를 앞세운 채였다.


말이 아홉 집이지 먹방 유튜버도 아닌 일반인이 짜장면을 아홉 그릇이나 먹는다는 게 쉬울 턱이 없었다. 자연 동행한 김종민과 손종민은 세번째 짜장면집에서 배가 불러 뒤로 나자빠지려 들었는데, 그러자 김건모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가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희생해서 모든 곳을 가보고 시청자들에게 알려드려야 할 것 아니겠냐?" 하며 먹방 순례를 강행해 시청자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마도 그렇게 방송을 통해 무의식 중에 덧씌워진 연관 이미지들이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마라도에 가면 짜장면을 먹게 만들고, 나중엔 짜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마라도를 찾게까지 만들었을 거다. 처음엔 마라도 가면 짜장면도 먹고 관광도 즐기고였을 건데, 나중엔 짜장면 먹으러 마라도 가는 걸로 주객이 전도됐다고나 할까 .



하지만 다시 한번 얘기하건대 짜장면은 마라도 특산품도 뭣도 아니다. 마라도 여행 가서 짜장면을 먹는 건 좋지만, 그 맛이 육지의 그 어느 맛집보다 훌륭할 거라는 기대감까지는 가져선 안 된다는 얘기 되시겠다. 마라도 짜장면은 그냥 맛보다는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작은섬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재미를 조금 더 더해주는 양념 정도로만 생각하면 실망하는 일 따윈 없을 거다.


이상 제주도 하고도 더 남쪽 끝자락 마라도까지 가서 내돈내산 내돈내먹 직접 짜장면을 먹어본 솔직한 후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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