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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26. 2024

대전 최초 평양냉면 4대 74년 맛집, 사리원







맹세코 주차의 '주'자도 꺼낸 적이 없다. 원래 그런 동네인지, 아니면 토요일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리원 본점이 있는 대전 둔산로 일대는 사방팔방에서 밀려드는 차들로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고, 덕분에 사리원 주차장은 물론 인근 도로변 유료주차장들도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을 만큼 주차된 차들로 빽빽했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 웨이팅이 있을 거라 판단한 나는 그래서 가족들부터 먼저 내려주며 줄을 서게 한 뒤 주차장 찾기에 나섰다. 내비의 주변검색을 활용한 결과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빌딩이 하나 나왔고, 덕분에 너무 늦지않게 주차를 잘 마무리한 뒤 가족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 사정을 알은 건지, 혹은 사리원 본점을 찾는 손님들 중 상당수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까닭인지 밥을 다 먹고 난 뒤 계산할 차례가 되자 사장님은 차를 어디에 주차하셨느냐 물은 뒤 내가 "이름은 잘 모르겠고 100미터쯤 떨어진 주차빌딩에 했습니다"라 답하자, "거긴 저희와 거래가 없는 곳이니 이걸로 계산하세요" 하며 2천원을 꺼내 건네주셨다.

몇 푼 안 된다면 안 되는 돈이었지만, 순간 내 가슴엔 '이래서 사리원이 인심 좋은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거구낫' 하는 생각과 함께 작은 감동이 밀려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장사 잘 되는 소문난 맛집들은 콧대가 하늘을 찌르기 일쑤인데, 대전 최초의 평양냉면집이라는 타이틀 아래 4대에 걸쳐 70여 년째 성업을 누리고 있다는 사리원은 이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아주 매우 많이 몸에 익은 맛집이었다.

대전 최초의 북한식 평양냉면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리원은 평양냉면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 그 집!' 할 정도로 감탄사부터 내뱉게 만드는 어나더 레벨 맛집. 빵 분야에 노잼도시 대전을 빵잼도시로 탈바꿈시킨 성심당이 있다면 냉면 분야에선 사리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표선수급 맛집이라는 게 다녀본 사람들 평가다.

'맛에 대한 진정성'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이 집 냉면은 직접 반죽해 뽑은 식감 좋은 메밀면에 시원한 동치미 육수를 곁들이고, 그 위에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와 계란 등 고명을 토핑해 편안한 목넘김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평양냉면을 얘기할 때 흔히들 얘기하는 '슴슴함' 류의 편안함인데, 자극적인 맛 일변도로 치닫는 요즘 외식음식들과는 차별화 된 맛이 느껴진다.

냉면과 더불어 이 집 시그니처메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소불고기는 인심 좋기로 소문난 사리원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음식. 일반 음식점들의 경우 고기 1인분 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150~200그램을 담아내는데 반해 이 집은 기본이 250그램이요, 실제 담아 내오는 건 평균 300그램을 넘는다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참 '혜자로운' 손님 대접이 아닐 수 없다.

사리원 소불고기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어린 시절 집에서 먹던 불고기 느낌이 들어서다. '라떼'는 무슨 특별한 날이나 돼야 한 번씩 먹어볼 수 있었던 게 불고기 같은 음식이었는데, 그나마 양껏 먹는다는 건 꿈도 꾸기 힘들어서 숙주나물이니 당면 같은 것들을 산처럼 쌓아올려 함께 끓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지간한 집에선 배가 찰 정도로 식구들에게 불고기를 먹이는 게 불가능해서였다. 그때 그 입맛이 남아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리원 소불고기는 숙주나물이 주는 아삭한 식감과 육수를 잔뜩 머금은 당면이 주는 혀에 착 감기는 달달한 느낌 등 추억의 맛까지 더해지면서 아주 매우 많이 기억에 남는 한 끼를 내게 선사했다.

한 가지 주의할 건 오리지널 평양냉면 맛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방문에 다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누군가는 사리원 위치가 대한민국 국토의 중간지점이라는 사실에 빗대 그 냉면 맛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중간쯤 되는 '대전냉면'이라 표현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좋게 얘기하면 평양식에 이 집 특유의 조리법을 더해 새로운 맛을 창출했다는 의미요, 안 좋게 얘기하면 정통 평양냉면과는 얼마간 거리가 있다는 의미일 건데, 옛말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평양냉면이 대전이라는 낯선 동네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얼마간 차이가 생겼다는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응원단이 부르짖었던 말마따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맛에 대한 진정성'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경영철학에 배고픈 이들 사정을 고려해 배불리 먹여 보내고 싶은 마음을 4대 70년 넘는 긴 세월동안 이어오고 있는 꾸준함 정도면 맛이 없을래야 없기도 힘들 거란 판단이 드니까.

대전 사리원 본점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전용 주차장을 갖고 있긴 하나 워낙 많은 손님들이 찾다보니 그 안에 주차하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며, 인근 향촌아파트 옆 노상주차장 이용시 이용시간에 따라 주차요금 할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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