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갈산동 소재 고려당은 TV 맛집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백종원과 허영만도 반한 수제만두 노포 맛집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인 1960년대부터 익산역 앞 골목에서 수제만두와 찐빵을 주력으로 장사를 해왔단다.
그러던 중 2016년 백종원의 3대천왕, 2021년 허영만의 백반기행 등 TV 방송에 소개되며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숨은 맛집에서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유명 맛집으로 거듭났는데, 덕분에 그 뒤로는 줄을 서지 않으면 만두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아주 인기있는 음식점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런 방송에 소개된 맛집이라는 사실보다 내 마음을 더 훅 잡아 끌었던 건 어떤 사람이 SNS에 올린 이용 후기 사진 한 장이었다. '영업시간 안내'라는 제목 아래 실린 해당 사진에는 '당분간은 매주 금 토 일요일만 정상영업을 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안내글이 쓰여있었기 때문.
백종원 3대천왕에다가 허영만 백반기행에까지 나온 맛집쯤 되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듯이 영업시간을 늘려서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하는 게 상식이건만, 이건 어떻게 된 게 멀쩡하게 잘 영업하던 날들까지 문을 닫아건 채 주말에만 장사를 하겠다니 언뜻 '이게 도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짓?'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허영만이 손글씨로 이용후기를 남긴 액자 사진 하나를 보게 됐는데, 거기엔 '고집스레 손반죽 60년, 100년이 멀지 않네요'라고 쓰여 있었다. 그걸 보자 비로소 나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익산 고려당이 매출을 몇 배로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업일수를 줄인 이유는 '손반죽'이라는 한 단어로 바로 설명이 됐던 거다.
평소 맛집 찾아다니는 건 좋아해도 줄 서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그걸 보자마자 이튿날 바로 익산 고려당을 찾아나선 건 그래서였다. 보조 주방장을 고용하건 기계를 활용해 자동화를 하건 돈 벌 생각이 앞섰다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강구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이 집 사장님은 고지식하게도 옛 방식 그대로 직접 손반죽을 해 만드는 걸 고집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렇게 만든 만두와 찐빵 맛이 갑자기 궁금해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줄서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어 오픈런을 할 작정으로 나는 음식점 오픈 시간인 10시보다 20여 분이나 일찍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도착 즉시 문앞에 쪼르륵 걸려있는 대기번호표부터 뽑았는데, 아뿔사 나름 서둔다고 서둘렀건만 대기번호표는 내 앞에 벌써 열 몇 팀이 이미 와있노라 말해주고 있었다. 음식점 문 앞이 텅 비어 있길래 안심했다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오 마이 배드뉴스다.
덕분에 오픈을 하고 나서도 30여 분이 더 지난 뒤에야 겨우 이 집 시그니처메뉴인 수제만두와 찐빵, 쫄면 등을 영접할 수 있었다. 2016년 백종원의 3대천왕 방송 당시 수제만두 접시가 등장하자 출연자 중 누군가가 "야구공을 갖다 주넷!"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더랬는데, 야구공이란 그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일찌기 다른 곳에선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의 왕만두가 순간 내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영업일수를 줄이는 것까지 감수해가며 손반죽을 고집한다고 하더니만 수제만두와 찐빵 둘 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그 속 또한 알차기가 그지 없어서 수제만두의 경우 한 입 베어먹는 순간 만두속이 다 터져나온다 싶을 정도로 속이 꽉 찼고, 찐빵의 경우 일찌기 다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꽉 찬 팥속이 입 안까지 가득 채워줬다.
버뜨(but),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지난 2016년 3대천왕 TV 방송 당시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거"라던 백종원 말처럼 내 경우는 익산 고려당과 입맛 취향이 좀 안 맞는 듯했다는 것.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만두를 사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추억의 맛이 더해져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할 맛이지만, 도시 취향이나 젊은 세대 취향엔 안 맞을 수도 있을 거라더니만 내 경우가 후자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
하기사 내 경우 어린 시절 도시에서 성장을 했기 때문에 굳이 분류하자면 도시 취향인데다가, 고기만두보다는 김치만두를, 찐만두보다는 군만두를 더더더더 좋아하는 터라 아쉽게도 익산 고려당 수제만두와는 궁합이 잘 안 맞는 느낌이었다. 돼지고기를 곱게 간 뒤 양배추 등을 잘 다져 속을 꽉 채운 비주얼에 입맛이 확 당겨 덤벼들긴 했지만, 양배추보다는 김치와 당면 류 만두속을 더 선호하는 내 취향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김치를 곁들인 수제만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김치군만두도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비록 내 입맛과 궁합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익산 고려당 수제만두와 찐빵은 맛집 찾아다니길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꼭 한 번은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노포 맛집이다. 먹는 사람 취향 차이일 뿐, 영업일수를 줄여가면서까지 손반죽을 고집하는 60년 전통 장인의 손맛이라는 건 다른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맛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TV 맛집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백종원과 허영만도 반한 맛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 이곳은 안 가 볼 이유보다는 가 봐야 할 이유가 아주 매우 많이 훨씬 더 많은 노포 맛집이라고 판단된다. 백인백색이요 백인백맛이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만큼 내 입맛 따윈 중요치 않단 의미다.
30여 분 간의 웨이팅, 20여 분 간의 식사시간 내내 관심있게 지켜본 음식점 분위기 역시 그같은 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 중 절반 이상을 포장 손님이 차지하고 있어 일반 맛집들과는 좀 다른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줬더랬는데, 익숙한 태도로 포장 주문을 하는 모습들을 보아하니 수제만두나 찐빵의 온기가 가시지 않을만한 가까운 거리에 사는 단골들일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단골들이 꾸준히 찾는 맛집이야말로 진짜 찐맛집이니까.
익산 수제만두 맛집 고려당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가 아니고 당분간은 금 토 일 3일 간 주말에만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한다. 과거엔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까지 장사를 했던 듯하나 지금은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재료 소진 시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이 집 수제만두를 꼭, 반드시, 기어코 맛보고 싶다면 나처럼 문 여는 시간 맞춰 오픈런을 시도해보는 걸 추천드린다.
주차장은 바로 앞에 있는 남성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며, 1시간 기준 주차비는 1천원만 내면 된다. 1시간이 넘어가면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고는 하는데, 입출입 시간이 자동으로 찍히는 차단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얼마나 정확히 시간을 체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