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원에 굴비구이와 수육 곁들인 한정식급 한상차림
전남 함평지역 현지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45~6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제일식당은
몇 년 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통해
단돈 1만원에 굴비구이를 곁들인
정말 알찬 15첩반상 백반을 먹을 수 있는
가성비 가심비 맛집이라고 소문을 내면서
밥시간이면 줄을 서야만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드는
노포 맛집이다.
ⓒ글짓는 사진장이
전남 함평 제일식당은 이 지역에서 열리는 겨울빛축제를 보러가기 위한 여행계획을 세우던 중 인근 맛집을 찾다가 발견한 맛집이다. 실한 굴비구이와 돼지 머릿고기를 포함한 푸짐한 15첩 반상을 단돈 1만원에 팔고 있다는 부분에서 눈이 번쩍 뜨여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그같은 선택에 더 힘을 보탠 건 이 집이 무려 45~6년이나 된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노포 맛집이라는 사실과,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더 유명해진 식객 허영만조차도 반한 찐맛집이라는 사실이었다. 방송국놈들은 별로 믿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내 경우 허영만 화백 입맛은 믿는 편이어서다.
나중에 직접 방문해 본 뒤 느낀 사실이지만 방송국놈들 덕에 유명해지기 전 40여 년 동안이나 그 외지고 구석진 시골동네에서 꾸준히 장사를 이어왔다는 사실도 이 집이 현지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아온 현지인 찐맛집이기 때문일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전남 함평 맛집 제일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는 백반. 사람에 따라서는 굴비구이 백반정식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메뉴판에 적힌 정식 명칭은 그냥 백반이다. 그리고 굳이 시그니처 메뉴라 말할 필요도 없는게 이 한 가지 외에는 달리 식사 메뉴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자리에 앉으면 사장님이나 일하는 다른 분에게 "2명이욧!", "4명이욧!" 하고 식사할 사람 숫자만 알려드리면 된다. 그러면 거기에 맞춰 밥상을 차려나오는데, 둥그런 큰 쟁반 가득 반찬을 담고도 모자라 굴비 등은 2층으로 탑을 쌓아 나오는 모습이 일차적으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단돈 만원짜리 밥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더더욱 놀라운 건 그 맛이다. 백반집 혹은 한정식집들 중에는 반찬 가짓수만 잔뜩 늘려 손 한 번 안 가게 만드는 접시들도 허수로 끼워넣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함평 제일식당의 경우 뭐 하나 거를 타선이 없다는 야구용어가 생각날 정도로 정말 알찬 구성을 갖춰 또 한 번 감탄사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반건조 굴비를 활용해 기름에 튀겨낸다는 굴비구이와 '시크한' 매력이 있는 돼지 수육, 섬에서 키운 시금치를 의미하는 섬초로 버무렸다는 섬초무침 등은 밥도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존맛'을 선보여 또또 한 번 감탄사를 자아냈다.
다른 반찬들도 다 맛있었지만 우리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건 앞서 한 차례 얘기한 바와 같이 굴비구이와 돼지 수육, 해풍을 맞고 자라 일반 시금치보다 뿌리가 달다는 섬초로 만들었다는 섬초무침 세 가지.
이 중 굴비구이는 50년 가까운 내공을 담아 반건조 굴비를 기름에 바삭하게 잘 튀겨낸 덕분에 생선살 수분이 빠진 쫄깃한 맛에 기름에 잘 튀겨진 바삭한 맛이 더해짐으로써 지금까지 먹어본 굴비구이들 중 단연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인상적인 맛을 선보였다. 뱃골만 허락했다면 한두 마리 더 추가로 시켜먹고 싶었을 정도.
'시크한' 매력이 있다고 얘기한 돼지 수육은 일반적인 수육이 따끈따끈한, 심지어는 뜨거운 맛 베이스에 새우젓과 쌈채소, 보쌈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데 반해, 이 집의 경우 냉장고에서 갓 꺼낸듯한 차가운 온도에 새우젓이고 뭐고 곁들여 나오는 게 하나도 없는 시크한 스타일. 마치 "난 그냥 대충 먹어도 맛있엇!' 하고 잘난 척하는 느낌인데, 놀라운 건 정말 그렇다는 거다.
물론 다른 이들 리뷰 중엔 그 미지근도 아닌 차가운 온도가 아쉬웠다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내가 늘 강조하듯이 세상에 백이면 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식객 허영만이 식당 이름을 빗대 '간판만 제일인 줄 알았느냐. 굴비구이 포함 찬이 15가지. 각각의 맛이 식당 이름을 받드는구나'라는 후기를 남기게 만든 전남 함평 맛집 제일식당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은 정기휴무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없다.
음식점 앞이 넓은 공터이자 한적한 시골마을이어서 주차공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나 문제는 테이블 수 6개 밖에 안 되는 이 한적한 시골동네 음식점이 입소문 더하기 방송국놈들 영향이 더해지면서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전국구 맛집이 돼버렸다는 거다.
내 경우 평일을 이용해 오픈 10분 전쯤 도착해 웨이팅없이 바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긴 했으나 11시가 되자마자 이미 좌석이 꽉 차버렸을 정도라, 점심시간인 12시 전후나 주말에 이곳을 찾는 분들은 적잖은 웨이팅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오픈런하는 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