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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Feb 17. 2023

[영화 리뷰] 브로커

전통적 가족구성원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연대

<브로커>는 전통적 가족구성원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연대를 담은 영화이다. 공간의 이동에 따라 잔잔하게 흘러갔던 영화 브로커를 리뷰하고자 한다.



본명을 공유하는 것의 의미

아이를 버린 선아 그리고 그 아이를 빼돌린 동수와 상현은 아이를 좋은 가족에게 넘기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중간에 보육원에서 자신도 좋은 가정으로 가고 싶은 해진도 합류한다. 여정의 시작에서 이들의 관계는, 특히 동수와 선아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동수는 어렸을 적 선아처럼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엄마의 거짓 약속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고, 선아는 어렸을 때부터 성매매를 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서로 날이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부에 이들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로 유대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그들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문득 선아가 상현의 운전면허증을 보고 이름이 왜 상현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자신의 이름은 사실 소영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동수, 상현 그리고 해진에게 자신의 본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이들과 진정한 유대감을 느낀 소영은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이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자신의 본명을 밝힌다는 것은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함께 길을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가까워지게 되었을까? 선아, 동수, 상현, 해진이 가진 공통점 때문이고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동정과 유대가 생겼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본래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이기 때문이고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위로가 누구보다 필요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의미

사실 이들이 우성의 부모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2가지의 역할을 한다. 첫째는 원래 가족으로부터의 뿌리 뽑힘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길을 나서고 떠나도 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찾는 이는 없다. 보통의 가족이라면 장시간 집을 비웠을 때 걱정 어린 안부를 묻곤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사람은 없다. 둘째는 인물들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성이의 부모가 좀처럼 쉽게 찾아지지 않기에 여정은 길어지고 이 과정 속에서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이해하며 위로하게 된다. 눈을 가려주면서, 우산이 되어보면서, 용서를 구해보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작품은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이다. <삼포 가는 길>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연대 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소외되어 힘들게 살아가는 존재를 그린다는 점에서, 여정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는 점에서(본명을 밝히는 것 또한 같다.) 비슷하게 느껴졌다. 둘 다 잔잔하지만 인물 간의 위로가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까지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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