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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소리 Jan 29. 2024

싱글맘 에피소드_아들 이야기

Ep1.. 아들의 사춘기

아들에게 사춘기가 왔다.


그날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주말 아침이었다.

오전에 푹 자고 일어난 나는 

분주히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아들방으로 향했다.


"일어나~밥 먹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 문을 열고

디 던진 후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도 

아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딸아이는 일어나

자기 방 청소며

티브이를 보는 등

평화로운 주말 아침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지만

몇 번의 부름에도

아들은 미동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며칠째 달라진 아들의

행동들에 마음 한 편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밥과 국을 준비해 두고

청소기 가지고

아들방에 가서

이불을 걷으며


"아들~~ 일어나~!!

  해가 중천이야.

  청소 좀 하자~방도 "


아들은 전에 없이 뚱한 얼굴로

일어나 앉더니

"아... 좀.."


얼굴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이불을 끌더니 이내

얼굴까지

가려 버린다.


전에 없는 표정과 말투에

의아한 생각이 든 나는

"무슨 일 있니?...

일어나 봐..."


미동도 없는 아들의 등뒤로

나는 엄격한 말투로

그의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엄마말 안 들려?..

일어나 앉아봐..

아들~~!!!"


.... 그의 등은 말이 없었다.


"엄마말을 무시하는 거야?

바로 일어나 앉아봐!

얼굴 보고 얘기하게"


그 순간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이 이불킥을 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아~~~쪼옴~!!!냅둬요

나 좀!!"


어려서부터 아들에게는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하며

나중에라도 말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훈육했던 이유로

아들의 말투는 예의가 있는

다정한 편이었다.



그랬던 아들의

처음 들어 말투로

냅둬달라는

표호에 짐짓 놀란 나는

더 엄격한 표정으로


"뭐야?

뭐라고?

너 지금 엄마한테

그 말투며

태도가 머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태도 갖춰서 얘기해!!"


엄마의 권위로

맞서는 순간이었다.


아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려왔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한 번도 본적 없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으며

방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서려 했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머 하는 거야?"



더 낮은 톤으로 아들의 뒤에

대고 잔소리를 이어갔다.


"들어와 앉아!!"



아들은 그런 나의 단호한

어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 안 들려?

들어

방으로~!"


한 번 더 나의 다그침이

들리자 아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화장실 문 옆

벽을 내리쳤다.



멀쩡한 벽아들의

주먹자국으로

찌그러졌고

 

자신의 방에 있던

딸이 놀란 눈으로

나를 향해

뛰어 왔다.



"으이~~쒸~~~!!" 


아들은 씩씩거리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거실 중문을 소리 나게 열고는

요란하게 현관문을 박차고

뛰쳐나가 버렸다.


"야~!!! 정태양~!!!"


아들의 뒷모습을 향해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는 나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향하는

분노의 뜀박질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마음과

화가 나는 마음이 뒤섞였지만

그 순간에도

신발을 신지 않고

뛰쳐나간 아들의 발이

걱정된 나는

그의 슬리퍼 두 짝을

계단을 향해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들어오기만 해 봐라~!!

   녀석이... 어디서 그냥!!!"


문을 꽝 닫아 버렸다.


놀란 딸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에게 오더니


"오빠... 미쳤나 봐..

엄마한테  어떻게 저래...?

엄마 괜찮아?... 엄마..."


그리고는 멍한 나를 부축해

거실 소파에 앉히며

"내가 오빠 가만 안 둘게!!

엄마한테 뭐라는 사람은

그게 오빠래두 가만 안 둬!!

어떻게 우리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 잉..."


예쁜 딸아이 눈에서

또르륵 이슬 방울이

흘러내렸다.


사실 너무 놀란 나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며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


'와..

이거 뭐지?..

쟤가 내가 알고 있고

지금껏 키워온 내 아들이 맞나?...

우리 아들이 나한테

지금 이런다고?...

그 착하던 우리 태양이가?...."


바로 그때에

또 다른 마음이 씩씩거리는

나를 진정시키며

이야기했다.


'아들이 컸네..

저렇게 자기를 표현하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거 보니까

사춘기라는 그것이 온 건가보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거지?..

아들을 위해 무얼 하고

무얼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공부.. 해야겠다'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돈했다.

드디어 아들에게

사춘기가 온 것이다.


딸에게 잠깐 씻을 시간을 주고

밖으로 나가자고 말 뒤

준비를 마치고 차키를 챙겨

서둘러 차 탔다.


외모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아들이

자다 일어나

집에서 입던 복장으로

돈도 없이 핸드폰만 들고

나갔으니 어딘가에서

오도 가도 못할 것이고

자존심에 화가 가라앉으면

동동거릴 거란 생각에

슬며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차 안에서 딸아이에게

오빠에게 온 사춘기는

호르몬에 의한 변화라

앞으로 이런저런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니

이해가 필요하고

오빠를 대하는 우리의 행동도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사이 아들은

딸아이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왔다.

그 첫마디는


'어머니는...? 어때...'


였다.


딸은 그런 오빠에게


'오빠... 엄마는 나랑 나왔고

우리는 영화 보러 갈 거니까

집에 가서 씻고 해.

저녁 먹고 밤 영화 보면

아마 늦게나 집에 갈 거 같아'


라고 전하며

오빠를 배려한 답신을 보냈다.


물론 나와 이야기 한 후

집부근 어딘가에서 열이 식은

아들이 들어갈 타이밍을 못 잡을까 봐

자리를 비켜주기 위한 배려였다.


아들은

딸에게

어머니의 잔소리가

오늘따라 참을 수 없이 무거웠고

우리를 위해 희생하라고

한적 없는데

왜 저렇게 힘들게

혼자 사는 거냐며

제법 속에 있는 묵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딸아이는 그런 오빠를

토닥이며 진정시켰고

나는 그 둘의 대화에

관여치 않았으며

다만 그런 생각을 했던

아들의 심정만

딸아이를 통해

전달받았다.


딸아이와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즐겁게 데이트를

하는 동안 아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었고

그렇게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며

많이 자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딸아이는 데이트 도중

이런 말도 했다.


"엄마. 내가 잘 돼서

우리 엄마 호강시켜 줄 거야.

세상에 우리 엄마보다 착하고

따뜻한 사람은 없어.. 우리 엄마

맘 아프게 하면 내가 다

혼내줄 거야.. 엄마.. 내가 있어.

슬퍼하지 마~"


오빠의 사춘기를 지켜보던

딸은 따뜻한 응원으로

엄마를 격려했고

오빠에겐 중재를 하며

넉넉하고 어진 마음을 드러냈다.


그 또한 참으로 감사했다.


그날밤

영화관람을 마치고

늦은 밤에 집에 들어갔다.

아들의 슬리퍼가 보였다.


중문 앞 아들의 방을 지나쳐

나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내방 화장실에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딸아이는 나름 피곤했던지

금방 잠이 들었고 집안은

인기척 없이 고요했다.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되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에게 보내왔던

아들의 문자 내용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싱글맘으로 살아오면서도

씩씩했고 밝은 에너지로

아이들을 대했는데

엄마의 존재에 대해

부담감을 갖는 것인가 싶어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다짐도 하며

아들의 마음은 괜찮은지

잠 못 들며 뒤척이고 있을 때

문자 알림이 떴다.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

그 시간에 문자가 올일이 없는데..

하며 전화기를 열었다.


아들이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오늘 있었던 저의 행동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계속 머리도 무겁고

몸도 무겁고

짜증도 나고

모든 게 귀찮기도 하고...

오늘은 왠지 어머니가

저 때문에 더 힘드신 거 같아서

저도 모르게 화가 났고

무엇 때문이지 모르게

그렇게 욱하며 행동했어요..

하지만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간 저의 등뒤로

슬리퍼를 집어던지시는

어머니 마음을 생각하니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어요.

동생 유니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배려해 주셔서

집에 들어와 편히 있을 수 있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죄송해요.

언제나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 마음이 변한 건

아니에요.

어머니 앞에서

그런 행동은 다시 하지

않을게요.

용서해 주세요.....'



눈물이 났다.

아들의 장문의 문자는

얼마나 그 시간을

미안한 마음으로 있었는지를

보여주었고

별일도 아닌 일로

죄책감을 가졌을  아들의

착한 마음이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답신을 보냈다.


'아들... 고마워.

먼저 이렇게 용기 내서

사과해 주고

너의 마음을 보여주어서.

엄마는 이제 괜찮아~

아들이 이렇게 소통을 해주니

오히려 더 좋다.

아마도 태양이 너에게

'사춘기'라는 것이 온 거 같아^^

그것은 의지와 상관없는

호르몬의 변화래.

그래서 감정 조절도 잘 안되고

컨디션도 업다운이 심하고

불만이 생기거나 그럴 수 있어.

다르게 얘기하면

자아가 강해지며

남자가 되는 변화가 오는 거고^^

그러니 오늘 우리 아들

나는 이제 아이가 아니고

남자가 되었다고 선포한 거지~

엄마도 오늘부터

생각을 다르게 가지고

아들을 대하기로 했어.

지금까지는 엄마의견에

태양이가 거의 따라주었다면

이제부터는 아들의 의견을

70프로 이상 반영할게.

모든 결정과 선택을 하는 것에

태양이 의견을 따를 것이고

태양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전적으로 원하는 대로 하는 거야.

성인이 되면 자유롭게 날아가고^^

그러니 오늘 보여준

너의 날갯짓은 참 멋진 순간이야.

아들~잘하고 있어^^

혹시라도 오늘일 때문에

맘에 죄책감 갖지 마~

중요한 건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서

사과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야^^

엄마는 충분히 해소가 되었고

맘도 편안해졌어.

그러니 아들도 맘 편히

잠자도록 해^^

사과해 줘서 고맙고

잘 커가주어서 고맙다.

사랑해~아들^^

잘 자고 우리 내일

웃으며 보는 거야~~'


지나고 보니

그 밤이 이렇게도

두고두고 추억할 어떤 날이

되었는데

아주 좋고 행복했던 기억보다

어렵고 곤란한 어떠한 상황을

슬기롭게 넘겼던 일들이

추억으로 남는 듯하다.


그날밤 다시

아들의 답장이 왔다.


'어머니..감사해요.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요.

저도 이제 좀더 좋은 행동을

하도록 생각할께요.

저도 많이 사랑해요.

내일 웃으면서 봐요~어머니'


이미지_The 소리


아들은 그날 이후
더 이상 거친 태도로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다.

어깨가 더욱 펴진 듯 보였고
당당히 스스로의 성장기를
본인의 힘으로 헤쳐갔다.

그러다
답답한 문제나
고민되는 일이 생기면
나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우리는 두 시간도 세 시간도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함께 했다.

그렇게
아주 가끔
아들은
인생선배로써
엄마의 의견을 묻는
진지한 노크를 먼저 해왔고
그럴 때만 나는
마음을 다해
아들의 이야기에
좀 더 나은 해답을 찾도록
안내했다.

그렇게
아들은
몸도 정신도
커가며

여러 경험을 선사해 주었고

나는
사춘기 이후로
아들에게 정신적으로
한 인격체로서의 분리를
준비했으며
성인이 되어
해병대를 선택할 때도
본인의 진로를 선택할 때도
그의 선택에 지지를 보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아들의 사춘기를
지날 때부터
나는 아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했다.
귀히 생각하지만
남처럼
손님처럼
적정선을 유지하며
지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자연스러워졌고
모든 현실적인 훈육도
대화의 질을 높여
대하려다 보니
간혹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감정적으로 서로를
상하게 하지 않았다.

결국은
엄마인 나를 떠날
아들의
성년의 시간을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성찰의 행동이었다.

사춘기를 지나자
아들은
여러모로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제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기도로써 사랑을 전하며
조금 멀리서 지켜봐 주는 것뿐이다.

그의 삶에
경계 없는 진심으로
축복의 마음을 전하며
언제나 스스로의 행복을
지켜낼 줄 아는
여여한 인생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이렇게 자란 아들의 해병대 입대기

   (필자의 블로그_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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