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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소리 Aug 31. 2024

2024년 가을 앞 단상

중년의 가을

무더위에 친 어느 여름날이 지나고 있다.

삶의 터전에 마음의 뿌리를 내리고 처음으로 펜을 잡고 끄적인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지금 나는

삶의 어느 부분에 와있는 것일까?


고요함이 마음 안에 깃들어 어지간한 바람에는 끄덕도 하지 않을 나이 지천명. 바로 그 앞에서 나를 향한 잠깐의 단상에 젖어본다.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른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왜 스스로를 안다고 생각하는가?


잠재된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 채 구축된 고정관념만으로

그것들을 사장시키고 있진 않는지...


언제부턴가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밖을 향해 있던 두 눈을
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의 눈으로 기능을 바꾸고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에 가슴이 뛰며
행복을 느끼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 발견하게 되는
그것들에
귀를 기울였고
놀라울 만큼 차분한 내 안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누구에게 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내 안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고유함을
만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왜.. 자신 밖의 사람들에게는
온갖 소통의 노력을 다하면서
자신과의 소통에는 게으르거나
회피하거나 태만한 것일까?

진정 가장 소중한 우주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 우주 안에 무궁무진한 보석들은
찾지 않으면 그저 광물로 묻힌 채
그 어떤 빛도 내지 못하고 영원히 사장된다.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가장 소중한 소우주인 나를
탐구하고 발견하라.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결단코
스스로를 안다고 착각 마라.
우리는
스스로를 백분의 일도 발견하지 못하고
현실, 통속의 의미 따위에 역할 따라 살다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을 당연한 순리로 알고 산다.

하지만
그게 다여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현실의 의미들을 부정하고라도
나를 발견하라.

당신은 과연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도전하고 만날수록 새로운 나의 것들에 놀라울 때가 많다.

그러니 그 누구에게 보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자.

나는 내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또한 설렌다.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그것이 체감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무수한 시간을 살아오면서 부족했으나 최선을 다했던 나를

이제는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주해야 한다.


그 어떤 누구에게 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셀프 토닥토닥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는 삶 앞에 도망 다닌 적이 없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만큼 지금의 이 고요한 풍요로움은

외로운 감정도 아니고 고독한 쓸쓸함도 아닌

책임을 다한 어느 장군의 훈장처럼 그야말로

명예로운 여유의 시간인 것이다.


그 여유로운 시기를 맞은 나에게

더 바쁘게 삶을 재촉하거나

맥이 풀린 듯 흐트러 지기 보다는

진정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충분한 여백을 허용하고

그 안에서 찾아낸 진솔한 가치들에 집착 없이 최선을 다해갈

시간과 명분을 본인 스스로 주어야 한다.


역할을 다한 빈둥지로 남은 듯한 허전함에 허우적거리지 말고 빈둥지로 남을 수 있어서 가벼운 지금을 누리길 바란다.


이제 비로소 다시 나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름 앞에 수식되던 여러 역할이 내려놔진 지금은

어린 시절 순수했던 나의 이름으로 다시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소녀의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제2의 성장기다.


세상 앞에 또 한 번 소녀로

살 수 있어진

지금 나는 중년이다.


중년의 나에게_The so ri


눈부신 햇살 사이로 가을내음 살짝 내비치는 바람을 느끼며

오늘을 걷는다.

바로 지금을 오로시 느끼며 현재를 만끽한다.

나의 영광은 더 이상 과거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으며 미래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 없이

지금에 머물 수 있어졌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챙기며 도와주자.

나는 아마 무엇이 될 것이다.

내 안에 위대한 천재성을 드러내며

놀라운 어떤 일을 해낼 것임을 나의 본능은

말해준다.

오랜 시간 살아오면 체득한 삶의 이야깃거리를

가감 없이 쏟아내어도 좋은 곳은

글뿐이다.


어른인 척 잔소리로 일관된 아는 체는

꼰대로 전락하는 자멸의 길이고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볼품없는 어른의 모습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

글에다 토해 내자.


그렇게 집요한 자아실현이라면

무언가를 발견할 충분 거리가 될 것이니

나는 아마도 무엇이 될 것이다.

비로소 그 시점에 와 있다는 직관적인 느낌은

꽤나 믿을만한 자기 확신이다.


제2의 성장기를 단출하게 자축하며

행복한 여정을 시작한다.


바람이 너무 좋은 오후다.

손에 든 텀블러에 따라온 주스의 마지막 한 모금이

무척이나 달콤하고 시원하다.


마지막까지 불태우는 여름의 태양이

가을의 풍성함을 약속하듯이

치열했던 젊음을 지난 중년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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