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주의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퍼스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스완강이 보이는 경치 좋은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잘 정비되어 있는 강변길을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퍼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벨타워까지 걸어갔는데 아쉽게도 운영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퍼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할 것 같은 거리에서 런던코트를 찾아갔다. 전형적인 현대적인 거리였는데 시계탑이 있는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상점 거리가 나온다.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상점거리 같기도 한 길지 않은 골목길인데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이른 아침이라 상점들은 아직 문 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한적하게 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퍼스 시내는 오래된 건물과 고층빌딩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건물을 짓다가 역사적인 유물이나 작은 건축물이 있으면 이를 잘 보존하면서 어울리도록 빌딩이 지어져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코트
벨타워와 사랑의 자물쇠
퍼스 시내 아침 산책
그리고 칼바리 국립공원을 향하여 약 6시간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유채꽃밭이 많이 보인다. 마치 제주도에 온 듯한 기분도 드는데 제주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채꽃밭의 스케일이 엄청나다. 유채꽃밭의 끝은 어디일까 싶을 정도였다.
중간에 핫라군 핑크 호수를 보기 위해 그레고리라는 지역으로 잠시 들어갔다. 계절에 따라 핑크 호수가 핑크색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여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정말 핑크색의 호수도 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완전 핑크빛이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탁한 물색이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약간 비릿한 냄새도 난다. 호수라고 쓰여 있는데 마치 바다처럼 일렁일렁거리는 파도가 육지로 밀려들어온다. 낯선 색감에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섬뜩한 기분에 꺼려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레고리의 핑크호수
핑크 호수를 지나서는 칼바리 시내까지 구글맵 안내가 더 이상 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되지 않고 단지 우리의 위치만 잡힐 뿐이었다. 그래도 도로가 단순하고 북쪽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야생동물들이 갑자기 뛰어나올까 봐 걱정스럽긴 했다. 정말로 새벽녘에 도로 한가운데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작은 캥거루와 맞닥드려 깜짝 놀라기도 했다.
숙소에 들어가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우리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을 꽉꽉 채워 해안가 지역을 구경했다. 칼바리 지역 해안가에는 마치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처럼 멋진 절벽이 있는 룩아웃 포인트들이 꽤 있었다. 내추럴 브릿지, 아일랜드 락, 이글 고지 등 몇 개의 절벽을 차로 이동하면서 구경하고 사진 찍다 보니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