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취향이 담긴, 알찬 비건도시락 한 끼
1부 손님들의 식사는 마을회관에서 출장뷔페를 부르기로 결정했지만, 2부 손님들의 경우 수용인원 초과문제와 주차문제로 인해 1부 손님들과 함께 뷔페를 즐기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식전에 근처 식당에서 미리 식사하기
식후에 출장뷔페 제공하기
1번, 근처 식당에서 식사대접을 하자니, 2부 예식 준비로 인해 우리가 없는 식당에서 음식만 내드리는 게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식전은 시간대가 어중간해서 제대로 먹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2번, 식후에 출장뷔페를 제공하자니 이미 12시 전부터 배달되어 온 뷔페 음식은 식을 대로 다 식어버릴 거 같고, 이러한 이유로 뷔페업체에서도 최대 3시간까지만 운영가능해서 식후에 제공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가정이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늦은 시간까지 식사를 하고 갈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만약 평범한 예식장이었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문제였겠지만, 우리에게는 참으로 복잡한 숙제였다. 계속된 고민 끝에, 결국 이렇게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예식 이후 : 도시락 제공
+
예식 전~중 : 간단한 다과 제공
만약 원한다면 남아서 우리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갈 수도 있게 말이다.
도시락 제공을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도시락 케이터링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업체들의 메뉴와 구성, 가격 등을 비교하던 중, 대구의 한 업체가 눈에 띄었다. 평소 우리가 자주 이용하던 채식 카페이기도 했고 신뢰가 있었기에 바로 컨택해 보았다.
이 업체의 장점이라 하면,
- 친환경을 지향하는 소울 있는 비건업체라 자연친화적인 포장지, 식기류 등을 사용한다는 점이 의미 있었고,
- 음식 재료도 비건인 데다 이색적이고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건강한 메뉴라 우리의 결혼식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엇보다 다른 케이터링업체는 음식의 맛을 미리 확인할 순 없는 게 아쉬웠는데, 이곳은 이미 직접 여러 번 맛본 음식이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우리가 그려본 도시락의 형태는 이랬다.
흔한 메뉴가 아닌 정성이 들어간 특별한 메뉴로 구성된 수제도시락 느낌일 것
원형도시락의 2단 형태로 아담하고 이쁠 것
이후 다과비용을 고려하여 도시락은 1.5~2만 원대 구성일 것
사실 업체에서 처음 받아 든 제안은 아쉬운 부분이 많아 우리 쪽에서 다시 역제안을 드렸고, 그렇게 완성된 1.6만 원짜리 도시락 60인분 주문내역이다.
메뉴 : 현미밥(동글한 형태) + 템페야채강정 + 당근라페 + 두부텐더샐러드 + 비건마요네즈
원형도시락(지름 19cm) 1단
일회용 우드 커트러리 제공
퀵비 별도
그리고 우리가 정말 신경 써서 알아보고 준비한 도시락 메뉴인만큼 이 음식이 무엇인지 하객분들께 소개하고 싶어, 도시락 메뉴와 구성이 간단히 소개된 작은 안내종이를 부탁드렸고 다행히도 업체에서 작은 스티커를 제작해 겉에 붙여주셨다.
처음에 업체에서는 사각 도시락 형태를 제안했는데 너무 급식판 같은 느낌이라 원형을 요청드렸고, 원형 2단은 친환경 재질로 가능한 박스가 없어 1단으로 주문했다. 도시락 내 주메뉴 양은 늘리고 원래 업체에서 제안했던 과일은 양 대비 너무 비싸서 제외시켰다.
+++ 아무래도 대구 업체이다 보니 퀵비가 별도로 발생하는데 본인들이 연결해 주면 17-18만 원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내가 숨고에서 알아보니 최저가 11만 원. 다행히 나는 퀵 대신 고마운 내 친구의 도움을 받아 배송비는 절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업체는 케이터링 외에도 다양한 일을 병행하다 보니, 답변이 다소 늦어 소통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제 결혼식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제공해 주어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정성으로 차린 음식 앞에서 환히 웃는 손님들의 얼굴이, 그날의 음식을 한층 빛나는 기억으로 남겨 주었다.
웨딩 비용
# 출장뷔페 식사대접비(1부) 3만 원 * 60인분 = 180만 원
# 막걸리(1부) 20병 = 3만 원
# 도시락(2부) 1.6만 원 * 60인분 = 96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