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마을에서의 출장뷔페, 실속 있게 해결하다
저희 ‘가능하다면’ 이날 여기에서 결혼할 거예요! — 라고 부모님과 주변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표하고 나자 ‘가능하다면’을 “무조건”으로 바꾸고 싶어졌다.
그렇게 두 달여의 남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항목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았다. 특히 우선순위가 높은 순에 따라 빠르게 정보를 모아 나갔다.
음식 ***
드레스 / 양복 / 슈즈
헤어메이크업
웨딩반지
웨딩촬영
청첩장
부케 / 혼주 한복
하객이 있는 결혼식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항목은 단연 ‘음식’일 것이다. 특히 하객의 연령대가 높다면 그 고민의 깊이는 배가 된다.
우리에게도 바로 이 ‘음식’이 이번 결혼식 준비에서 가장 큰 골칫덩어리이기도 했다. 예식 장소 내에는 음식을 대접할만한 공간이 없었고, 1부와 2부 손님을 각각 다 챙겨야 하는 어려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식사대접을 할 것인가?
처음에는 도보 10분 거리의 한우고깃집에서 [갈비탕과 육회 세트]를 준비하는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온 배우자의 친구 부부가 내뱉은 한마디가, 그야말로 전환점이 되었다.
이왕 시골에서 결혼하는 거,
진짜 레트로 하게 옛날 마을 잔치처럼
국수 삶고 수육 삶고 하면 어때?
그 말을 듣는 순간, 숙소 뒤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며칠 뒤 곧바로 마을회관을 직접 찾아갔다. 운이 좋게도 마을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있던 날이었고 그 자리에서 우린 우리의 결혼을 알리며 양해를 구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마을 어르신들은 입을 한데 모아
— 아이고, 젊은 사람들이.. 좋지요~ 여기 공간 넓어요. 여기서 해요~ 라며 그 자리에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어떻게 식사대접을 할 것인가?
일단 ‘마을회관’이라는 장소는 확보되었으니, 이제는 그 장소에서 ‘어떻게 식사를 준비할지’가 숙제였다.
사실 우리의 바람은 단순했다.
마을잔치 음식 위주로
정겹게, 사람 냄새나게
대접하고 싶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마을어르신들 섭외 & 잔치음식(수육, 잡채, 국수 등) 직접 준비
근처 맛집에서 마을잔치 음식 출장요청
도시락 혹은 박스케이터링 형태로 주문
출장뷔페 요청
1번, 먼저 마을어르신들께 잔치음식을 부탁드리는 방식은 가능할 건 같았지만, 너무 수고스러운 일이 될 수 있어 결국 가장 마지막 대안으로 남겨두었다.
2번, 그럼 출장뷔페처럼 근처 맛집에서 갈비찜, 수육 등 잔치음식을 요청해 볼까 하니, 그런 방식의 주문 경험은 전혀 없는 업체들이라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3번, ‘케이터링’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을 낱낱이 뒤져보았다. 여기와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를 위주로 검색했고 몇몇의 괜찮은 업체가 있었지만, 직접 컨텍해 보니 아래의 문제점들이 있었다.
박스케이터링 위주 : 세팅 X, 배송 퀵비가 별도 발생(약 20만 원) + 장거리 배달로 음식이 식을 수 있음
세팅까지 가능한 출장케이터링 업체도 있었으나, 출장비가 비쌈(약 30-40만 원)
퓨전한식, 양식 위주의 음식 구성 : 어르신들 감성과는 맞지 않아 보임
외부 테이블, 의자 제공/세팅 불가능 : 별도로 주문하거나 케이터링 업체와 연계된 업체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대여해야 함
그렇게 마지막 대안이었던 ‘출장뷔페’까지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처음엔 단순히 “출장뷔페 부르면 되겠지?” — 싶었다가도 작은 시골마을까지 올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 소수의 인원이라도 가능할지를 확인해봐야 했다. 또 보통 뷔페에선 가짓수만 많고 정작 먹을만한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은데, 가치 있는 소비를 선호하는 우리로선 그런 쓰레기만 많이 나오는, 불필요한 음식들로 가득 찬 먹거리는 걸러내야 했다.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검색한 결과, 역시나 특유의 영혼 없고 올드한, 공장스러운 느낌의 업체들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거의 기대를 접고 있던 찰나! 다행히도 꽤 세련되고 정성이 담긴 듯해 보이는 출장뷔페업체 하나를 찾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 업체는 출장은 가능했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받아본 음식 가짓수는 너무 많았다. 그런데 3-4-5만 원대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니 금액대가 올라갈수록 메뉴 전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존 메뉴들에 종류만 몇 개 더 추가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업체와 ‘협의’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안되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렇게 5만 원대 메뉴 기준으로 제공하는 약 75종의 다양한 음식을, 약 1/3인 20여 종으로 구성을 간소화하는 대신, 단가를 3만 원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 문의드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업체로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우린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기준에 맞춰 실속 있는 주메뉴들로만 20여 가지를 선택해 맞춤형 출장뷔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구성 : 기본 음식(밥, 김치), 주요 음식, 과일 2종, 떡 1종, 케이크 1종, 음료(수정과/커피/물)
술은 미포함, 막걸리만 직접 구입
그렇게 1부 손님들용으로 마을분들(15~20인분)과 여유분(10인분)까지 포함해 총 60인분을 180만 원에 계약했다.
참고로 해당업체의 최소 주문량은 3만 원 기준 50인분이었다. 그리고 외부 테이블과 의자, 천막은 기본 제공되었고, 등받이 의자가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 요금이 더 발생했다.
+++ 검색을 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내가 결혼하는 날짜가 피크시즌이라면 출장뷔페, 케이터링 또한 빨리 알아보는 걸 추천한다. 내가 알아봤을 때도(결혼 2달 전) 이미 마감된 업체가 꽤 있었으니 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손님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대접하려는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담아 애쓴 결과 우리만의 특별한 식사 문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준비한 식탁 위에는 음식만이 아니라 손님들을 향한 마음과 정성까지 함께 놓여 있었다.
웨딩 비용
# 출장뷔페 식사대접비(1부) 3만 원 * 60인분 = 180만 원
# 막걸리(1부) 20병 =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