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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서 현실로,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

꿈꾸던 결혼, 어쩌면 정말 가능할지도 몰라

by amy moong


— 우리 다운 스몰웨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장소’ 그리고 ‘일자’



결혼하기로 약속한 날 배우자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운영하는 한옥숙소 앞에서
10월 황금 들판이 펼쳐질 때쯤
결혼하는 거 어때?


그 말에 내 마음속에는 ‘너무 좋은데?’라는 벅찬 기대와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라는 현실적인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늘 꿈꿔오던 결혼식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며 설렜지만, 공간과 동선, 주차, 음식 등의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는 나와 배우자가 만나게 된 운명적인 장소이자, 앞으로 함께 생활해 나갈 장소이기에,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두 사람에게는 훨씬 더 의미가 깊다는 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가을의 황금들판이 그려내는 황홀한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추수 전 가장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초중순의 주말로 임시 날짜를 잡아버렸다. 아무래도 멀리서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일요일보다는 토요일로 말이다.



— 현실 가능성을 따져보다


수용 인원은 몇 명까지 가능할까?

먼저 몇 명의 인원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숙소 앞에는 잔디마당과 자갈밭이 있는데 잔디마당을 무대로 활용하고, 하객 좌석은 툇마루와 그 아래 봉당에 마련하면 어떨까 싶었다.


툇마루에는 약 15명, 아래 봉당에는 약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었기에, 최대 30~35명 하객들만을 초대할 수 있을 규모였다. 그러나 양쪽 직계가족 10명, 꼭 초대해야 할 친척들과 이 시골에서 함께 지낼 지인들만 해도 10명, 여기에 마을에서 하는 결혼식이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 약 15명까지 빠질 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소중한 친구들을 초대할 자리는 남지 않는게 아닌가.


그래서 우린 1부와 2부로 나누어 하객들을 분산 초청하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먼 길을 와도 20-30분 짧게 형식적으로 끝나버리는 결혼식을 아쉬워해왔던 터라 최대한 길게 오랫동안 하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대략적으로 1부는 직계가족, 친지, 시골 지인과 마을 어르신들만 모셔 일반 예식의 형태로 진행하고, 2부는 직계가족, 소수의 친구들만 모아 공연 위주의 자유롭고 재밌는 분위기의 예식 형태로 그려보았다.


1부와 2부로 나눠서 하기로 하니 다행히 인원수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자갈밭에도 여분의 캠핑의자를 마련한다면 대략 10명 정도 더 수용이 가능해져 1, 2부 각각 최대 45~50명까지는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는 가능한가?

야외 결혼식에서 많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주차문제’.

일반 예식장은 자체 주차장을 구비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야외공간은 별도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공간의 경우 다행히도 재작년 도로 확장이 이루어져 차량 15대가량 주차 가능한 공간이 있었고, 도보 5분 떨어진 큰 도로가에도 한쪽으로 주차 가능한 임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예식당일 분필로 주차자리를 표시하고 주차요원을 한두 명 둔다면, 주차 역시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음식 제공은 가능한가?

일반 예식장을 선정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음식’일 것이다.

우리를 위해 시간 내어 참석해 준 하객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까?


사실 우리 숙소 앞은 좁기 때문에 출장뷔페를 부를 만한 공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근 식당에서 조촐하게 대접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가, 결국에는 숙소 뒤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을 이용해 식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야외 웨딩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단연 ‘날씨’.

날씨는 매번 바뀌기 때문에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서 사실 그냥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내리는 비를 막을 순 없고, 대신 비가 내렸을 경우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하냐’가 우리의 이슈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하객 좌석인 툇마루와 봉당 쪽은 처마가 있어 비를 가려준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잔디마당에 세팅되어 있을 마이크와 음향장비, 그리고 우리 둘과 사회자의 비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식 일주일 전 일기예보 상 비가 올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천막을 구해서 일부 비를 가리고 우리 둘은 영화 ‘어바웃타임’처럼 멋지게 비 맞으면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조건들을 하나씩 따져본 우리는 “어쩌면 진짜 가능하겠는데?!”— 라는 설렘 섞인 기대감과 함께 하나하나의 문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마주하며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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